▽작품 위주의 평가와 네트워크 만들기=책 ‘예술가로 산다는 것’의 저자이자 미술평론가인 박영택(경기대 교수) 씨는 “인맥과 경제력, 학연이 없는 작가들은 제 아무리 프로페셔널한 의식과 근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제도권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작품의 질이란 원래 학력, 경력, 재력이 결정해주는 게 아니라 일의 과정, 결과, 관점과 자세에서 결정되는 것인데, 아직 우리 미술계에서는 작품의 질에 관한 논의나 불합리한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적다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해외 전시기획이나 작품구입 경험이 많은 미술계 인사들은 한국 영 아티스트들의 경쟁력이 세계무대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이들을 꿸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영 아티스트들에 대한 파격적 지원을 약속해 화제를 모았던 아라리오 갤러리 김창일 사장은 “지금은 작가를 발굴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미 작가가 된 사람들이 세계무대에서 조명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필요하다”며 “작가들이 직접 나설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화상(畵商)과 정부가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큐레이터를 한국으로=우리 작가를 해외로 보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전시기획을 맡고 있는 외국의 큐레이터들과 국내 화단이 지속적으로 접촉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일이 더 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일찍이 젊은 작가 발굴에 나서 대안공간 1호 ‘루프’를 운영해온 윤재갑 씨는 “현재 우리 화단에 국제적 큐레이터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작가를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큐레이터 키우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화단에서도 외국에서 운영 중인 객원 큐레이터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이를 통해 외국의 유명 큐레이터들을 수시로 한국으로 초청, 우리 작가들을 소개하고 전시방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 작가 양성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미술평론가 최병식(경희대 교수) 씨는 “영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주는 터너상 같은 제도를 도입해 국내 화단에서도 영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모전 형식이 아니라 소수를 뽑아 상금도 많이 주는 인센티브제를 채택한다면 이들이 국제무대에서 스타로 커 갈 것”이라고 제안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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