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영어보기]‘dumb blonde’…금발미인 정말 멍청할까?

  • 입력 2005년 4월 14일 15시 42분


‘금발이 너무해’
‘금발이 너무해’
남자친구 워너와의 결혼이 지상목표인 금발의 엘은 청혼을 받으리라 예상하고 나간 데이트에서 오히려 결별선언을 듣는다. 이유는 ‘재키’와 ‘메릴린’의 차이 때문이라는데…. 대체 ‘재키’와 ‘메릴린’이 누구일까?

여기서 ‘재키’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이고 ‘메릴린’은 케네디 대통령과 염문을 뿌린 그 유명한 섹스 심벌 메릴린 먼로이다. 대대로 상원의원을 배출해 온 ‘잘 나가는’ 가문의 워너는 정계에서 성공하려면 배우자는 메릴린 먼로로 상징되는 금발의 멍청이(dumb blonde)가 아닌 재키로 상징되는 ‘지적이고 우아한’ 여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워너에게 엘은 한때 데리고 논 ‘dumb blonde’일 뿐이다.

Dumb blonde라는 표현은 지극히 성(性) 차별적으로 쓰인다. 우리나라 말에 ‘백치미’가 여성에게 주로 쓰이듯 영어의 dumb blonde도 여성용이다. 그런데 1992년 6월 15일 드디어 ‘금발의 멍청이’란 표현의 성(性)벽을 깨는 ‘potato 사건’이 미국에서 터졌다.

당시 부통령이던 댄 퀘일이 그 주인공. 방문한 한 학교 교실에서 그의 비극은 클라이맥스로 치닫게 된다. 그날 12세 휘게로아 군이 칠판에 ‘potato’라고 받아쓰기를 했는데, 퀘일이 “틀렸다”고 지적하며 ‘potatoe’로 고쳐 쓰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감자는 단수로는 ‘potato’, 복수로는 ‘potatoes’. 철자법을 틀려 어린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뒤 퀘일의 무식함은 온 천하에 드러났고 안 그래도 ‘얼굴만 예쁜 골빈 남자’라는 비난을 업보처럼 달고 다녔던 그는 이 사건으로 ‘남자 dumb blond’의 대명사로 등극, ‘금발의 멍청이’의 성(性)벽을 허물어뜨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유명세를 탄 휘게로아 군은 한때 TV 토크쇼 손님으로 초대되기까지 한 반면,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퀘일 부통령 러닝메이트는 그 후 다섯 달도 안 되어 재선에 실패해 빌 클린턴 대통령과 앨 고어 부통령 팀에 정권을 넘겨주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대표적인 dumb blond로 미국 정치사에 기억되고 있는 퀘일. 여기서 그의 배우자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갈색머리의 지적이고 똑똑한 변호사인 그녀의 이미지는 바로 ‘재키’ 그 자체로 Dumb blonde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우연찮게도 다름 아닌 ‘메릴린’이니….

김태영 외화번역가·홍익대 교수 tae830@yahoo.co.kr

▼대사보기▼

Warner: I think we should break up.

Elle: What? You’re breaking up with me? I thought you were proposing.

Warner: Proposing? Elle, if I’m going to be a senator I need to marry a Jackie, not a Marilyn.

Elle: You are breaking up with me because I’m too blonde?

(중략)

Warner: You have no idea of the pressure that I’m under. My family has five generations of senators.

워너: 우리 헤어져야겠어.

엘: 뭐? 헤어지자고? 난 네가 청혼하려는 줄 알았는데.

워너: 청혼? 엘, 내가 상원의원이 되려면 난 ‘메릴린’이 아니라 ‘재키’와 결혼해야 돼.

엘: 내가 너무 금발이라서 나랑 헤어지자는 거야?

(중략)

워너: 난 집에서 많은 압력을 받고 있어. 우리 집안은 5대째 상원의원을 배출해 온 가문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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