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위원들이 후소샤(扶桑社) 측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기술토록 지시한 것은 물론 이라크전쟁 등 최근 현안에 대해서도 사실 왜곡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은 일본서적신사의 공민 교과서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다루면서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고 기술하자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에 배치된다”며 출판사 측에 정정을 요구했다.
미 정부의 조사에서도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문부과학성이 사실관계를 왜곡하도록 지시한 셈. 검정 의견은 본래 문서로 제시하게 돼 있지만 문부과학성 실무자는 나중에 문제될 것을 우려해 구두로 통보했다.
또 신청본은 이라크전에 대해 ‘미국은 반대 국가가 있는 가운데 유엔 결의 없이 2003년 3월 이라크를 공격했다’고 기술했지만 검정 의견에 따라 ‘유엔 결의 없이’를 삭제했다.
출판사 측은 “이번 교과서 검정은 인근 국가를 배려토록 한 ‘근린제국조항’ 대신 ‘미국배려조항’이 적용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문부과학성은 독도와 관련해서도 후소샤 공민 교과서가 ‘한국과 우리나라가 영유권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다케시마’라고 기술해 검정을 신청하자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후소샤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의 내용을 옮겨 실어 검정에 합격했다는 것.
이에 대해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검정 과정에서 ‘이렇게 쓰라’고 지시한 적은 없으며, 어디까지나 출판사 측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소샤 교과서를 만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회장인 야기 히데쓰구(八木秀次) 다카사키 경제대 조교수는 “(문부과학성의) 검정 의견을 받아 정부 견해대로 표현했을 뿐”이라고 말해 문부과학성이 독도 관련 기술에 강도 높게 개입했음을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가 교과서 검정이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적절한 대책을 촉구할 때마다 일본 정부는 ‘전문가들의 작업을 정부가 간섭할 수 없다’는 논리로 발뺌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이중 플레이’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당초 예상했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7일 파키스탄에서 열리는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한일 간 역사 공동연구를 계속하고 양국 정상회담도 예정대로 추진하자고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