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상 친서]교과서문제 구체 조치 언급 안해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36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 외상이 16일 한승수(韓昇洙)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관한 친서를 보내온 것은 양국 외교당국자들끼리는 서로의 형편과 입장을 그만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한 관계자는 “고노외상의 서한을 개인간의 편지체로 바꾸면 ‘한장관, 많이 힘드시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도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고노외상이 “한국 내의 강경한 분위기를 충분히 알고 있고 한장관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쓴 것도 이런 배려와 성의로 해석된다. 친서 전달에는 평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각별한 존경심을 표명해 온 고노외상의 개인적 성향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고노외상의 이런 성의를 평가하면서도 이번 친서를 ‘교과서 재수정 요구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긍정적 신호’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친서의 수사(修辭)는 우호적이지만 구체적인 조치를 뜻하는 내용을 전혀 담고 있지 않은 데다 24일 자민당총재 선거와 7월 참의선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 정국을 고려할 때 일본측의 극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이번주 중 최상룡(崔相龍)대사를 귀임시키면서 최대사 편에 한장관의 답신을 전달할 방침이다. 한장관은 답신을 통해 ‘일본이 교과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세계의 모범국가가 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의 적극적 대처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고노외상의 친서와 한장관의 답신이 최대사를 귀임시킬 수 있는 작은 명분은 됐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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