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뜨는 아침. 부산한 것은 새들의 하늘만이 아니다. 무안의 연꽃 방죽 역시 소란스럽다. 밤새 닫았던 백련 꽃잎을 여는 소리다. 정중동(靜中動). 열린 듯 닫힌 듯 아리송한 모습은 어느 순간 활짝 핀 꽃으로 변한다.
진흙탕 속에서도 청정한 꽃을 피우는 연꽃(사진). 덩굴이 지거나 가지를 치지 않으며, 속은 비었으되 겉은 곧고, 깨끗이 씻었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좋은 눈빛으로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지고 놀 만큼 업신여길 수 없고, 멀수록 향기롭고…. 그래서 군자라 일컬어지는 꽃. 영산회상에서 가섭 존자가 염화시중의 미소로 부처님에게 화답할 때 부처님이 들어 보이셨던 바로 그 꽃이다.
10만 평의 회산 백련지(일로읍). 연잎 위로 살며시 핀 백련 꽃으로 단장됐다. 벌써 10회를 맞은 무안백련대축제는 15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한꺼번에 피는 홍련과 달리 백련은 9월까지도 피고 진다. 그러니 딱히 축제기간을 따를 필요는 없다.
바다로 잦아드는 땅이다 보니 해안선의 들고 남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갯벌과 모래사장은 그래서 발달한다. 이름도 독특하다. 홀통, 조금나루, 달머리, 톱머리, 솔마루, 도리포…. 차로 달리다 보면 이런 갯벌과 해변이 전후좌우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래서 지형을 모르는 이는 방향감각을 잃고 어리둥절할 뿐이다.
무안반도의 북단 해제면. 읍내에서 가다 보면 해제로 향한 국도24호선 양옆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왼편은 서해(탄도만), 오른편은 함평만. 해제와 무안을 잇는 이 길쭉한 지형(현경면)은 흡사 방조제를 연상시킨다. 무안의 명물 해변 홀통(유원지)이 여기에 있다. 요즘 이 부근 봉오재를 넘다 보면 ‘운저리 비빔밥’이라고 쓴 광고판이 많이 보인다. 운저리란 망둥이의 남도 사투리. 지금 한창 잡히는 망둥이를 회쳐 보리밥에 얹어 비벼먹는 향토음식이다.
홀통이란 호리병의 병목. 바다로 돌출한 길쭉한 이곳은 주변과 달리 온통 백사장이다. 바람도 잦아 윈드서핑의 명소다. 그 반대편(함평만)에도 비슷한 돌출 지형이 있는데 그곳이 달머리(월두)다. 곰솔나무가 숲을 이룬 야산 아래 모래 해변이 400m가량 이어진다. 정박시설이 없어 어선을 해변에 묶어둔 한적한 어촌인데 최근 개펄체험 프로그램을 갖추고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4000회 공연’의 대기록을 세운 연극 ‘품바’. 그 발상지는 일로읍이다. 때는 1981년. 주민모임 ‘인의예술회’가 의산리 천사촌(걸인천막촌)에서 채록한 품바타령을 소재로 꾸며 청년회의소에서 첫 무대에 올렸다. 1920년대 형성된 천사촌은 1980년대 말까지 있었다. 현재는 모두 떠나고 그 터는 쑥대와 미국자리공으로 뒤덮였다. 근방에 ‘품바’의 연출자 김시라 씨(2000년 작고)의 생가가 있다.
무안=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새콤한 ‘운저리 비빔밥’ 한술 떠보드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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