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강경읍내 황산리 젓갈시장의 황해도젓갈상회에서 목격한 이 풍경. 5kg 단위로 파는 새우젓 용기 위로 이런 저런 덕담과 함께 덤으로 퍼준 새우젓이 수북이 쌓였다. 저울에 달아 보니 6kg을 훌쩍 넘겼다.
할인점과 슈퍼마켓이 등장한 뒤 사라진 우리네 ‘덤’문화. 그러나 강경젓갈시장만큼은 아직도 그 덤이 당연히 뒤따르는 흐뭇한 정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인정미 넘치는 곳이다.
그 강경젓갈시장에서 축제가 열린다. 19일부터 23일까지 계속될 ‘강경젓갈축제’다. 장소는 강경읍내 금강 변 둔치(4만 평)와 옛 강경포구.
강경은 전국 새우젓의 65%를 공급하는 국내 최대의 젓갈 생산지. 지난 세기 초 철도가설로 대량운송 수단이 선박에서 기차로 대체되기 전만 해도 금강 변의 강경은 평양 대구와 더불어 조선의 3대 시장이자 원산과 함께 조선의 2대 포구로 불렸던 물산의 집하지다.
젓갈은 그런 강경의 영화로웠던 과거를 일깨우는 마지막 유산이자 자존심이다.
“다양한 젓갈이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나지만 강경젓갈만큼 인기를 끄는 것은 없습니다. 짜지 않으면서 생선의 맛과 향취를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지요. 강경 사람들에게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저염저온’의 냉장발효기법 덕분입니다.”
축제를 주관하는 강경전통맛깔젓협의회 박종률 회장의 말이다. 그는 “소금 섭취량을 줄이려는 참살이 트렌드가 저염도 강경젓갈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면서 “중국산 김치 파동 이후 직접 김치를 담그려는 주부가 늘고, 저염 젓갈이 맛깔스럽고 입맛 돋우는 간편한 반찬으로 주목받으면서 강경젓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저염저온 발효기법은 서해안 천일염으로 염장(염도 20% 안팎)한 생선을 10∼12도의 서늘한 냉장고 안에서 숙성시키는 것. 박 회장 등 상당수의 상인은 대둔산 자락의 폐광 지하갱도를 숙성고로 이용한다.
이번 축제에 내놓을 새우젓은 올 6, 7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오젓과 육젓이 주종. ‘강경맛깔젓’ 상표가 붙은 모든 젓갈은 협의회가 공인 검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하는 자체 품질검사(연 2회)를 통과(미생물 및 질소 함유량)한 합격품이다. 안전한 위생용기에 담겨 판매된다. 축제는 전국에서 김장용 젓갈을 사러 오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지난해 축제 참가객은 89만 명, 매출은 324억 원.
강경=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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