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관광의 백미는 활화산의 분화구 답사다. 활화산이 80여 개나 있다는 일본이지만 분화구 현장답사가 가능한 관광지는 몇 개 안 된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아소 산. 그 아소 산을 찾아 지난주 구마모토를 다녀왔다. 비행 1시간 20분 만에 도착한 후쿠오카. 규슈횡단철도로 이어진 구마모토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아소 역에 내렸다.
아소 산은 구마모토와 오이타 두 현의 경계선에 있다. 그러나 분화구 관광은 서, 남쪽의 구마모토 현에서만 가능하다. 두 칸짜리 꼬마열차가 아소 역에 다다를 즈음, 밖을 내다 보니 열차는 긴 산줄기로 둘러싸인 분지를 지난다. 화산 분화구로는 세계 최대라는 아소 산의 칼데라다. 결국 아소 산은 분화구 안에서 다시 분화한 이중화산인 셈이다.
3000만 년 전 분화를 시작했다는 아소 산. 지금 모습은 10만 년 전 형성됐단다. 이 거대한 분화구는 당시 분화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 주는 증거. 외벽산의 높이는 평균 900m. 산 줄기는 아소 산을 둘러싸고 동그랗게 128km나 이어진다. 그 안의 마을은 7곳, 주민은 5만 명에 이른다.
아소 역은 한산한 간이역이다. 역 앞에는 관광안내센터가 있고 분화구 아래까지 운행하는 버스 승강장도 있다. 운행코스는 구사센리(草千里·화산박물관과 휴게소가 있는 경치 좋은 초원)를 경유해 분화구행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는 아소잔니시 역까지. 구절양장의 풍치 좋은 산악도로를 시속 40km로 느릿느릿 올랐다. 점입가경이다.
세계최대 칼데라… 활화산 관광의 백미
구사센리에 다다르니 분화구 접근이 통제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람이 전망대를 향하거나 유황 가스 발생이 심할 때마다 이런 일이 생긴다. 그럴 때는 구사센리가 아소 산 여행의 종착역이다. 멀찌감치 분화구에서 연기 피어오르는 풍경을 보며 초원을 걷거나 아소화산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숙소는 해발 400m 산중턱의 온천리조트인 아소팜랜드. 화산온천과 함께 이 지역 특산물(우유와 유제품, 농산물, 맥주, 과자 등) 전시판매장, 유희시설(건강의 숲)을 갖춘 100만 평의 대규모 타운형 리조트다.
이곳의 명물은 돔형 지붕을 가진 원형의 단층건물 숙소.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스머프의 집처럼 생겼다고 해서 ‘스머프 하우스’로 불리는 곳이다. 모두 330채가 하나의 타운을 형성해 산 중턱을 장식한다. 실내공간이 널찍해 지내기도 편안하다.
아소팜랜드 주변 지형은 제주도의 한라산 중산간 지대와 흡사하다. 근처에 인공시설이 없어 호젓하기만 하다. 높고 파란 가을하늘, 가슴까지 시원하게 훑어 내리는 갈바람, 앳된 소녀의 이마처럼 예쁜 눈썹 모양의 초생달, 거기에 아소 보리로 만든 상큼한 지비르(토종 맥주를 일컫는 일본어)까지…. 아소의 가을은 이렇듯 청징하다.
화산온천에 특산우유 곁들이면 즐거움2배
이튿날. 택시를 대절(8000엔)해 정상 도전에 나섰다. 다행히 분화구 관광은 허용됐다. 아소산 서역(해발 1150m)에서 화구 서역(해발 1258m)까지는 로프웨이로 4분. 산정의 분화구 주변은 폭격 맞아 폐허된 전쟁터를 연상케 할 만큼 황량했다. 생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채색의 험한 바위지형 일색. 사람들은 그 위에 놓인 보드워크(나무판자 길)로 걸어 다녔다.
나카다케 분화구의 위치는 역 전방 50m. 크기는 남북 1km, 동서 400m. 100m 깊이의 바닥에서 연기가 쉼 없이 피어오르는데 들여다 보니 바닥에 하늘색 탕이 보였다. 살인적인 유황가스의 원천이다. 갑자기 바람 방향이 바뀌더니 이내 폐와 기관지 통증과 더불어 심한 기침이 나왔다. 유황가스다. 분화구 곳곳에 서있던 안전요원들이 확성기로 관광객의 대피를 유도했다.
구마모토(일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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