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는 1000년도 훨씬 넘게 ‘해도 괜찮은 거짓말’로 양해된 ‘위대한 속임수’다.
그 산타를 가짜라고 말하는 아이들은 절대로 옳다. 그러나 그런 아이가 보는 것은 서글프다.
딱지치기가 유일한 오락이었던 시대에 ‘선물의 화신’이었던 산타가 말하는 로봇을 갖고 노는 이 시대에도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잘못된 것인지, 나는 아직 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분명한 것은 아직도 세상에는 산타클로스를 믿는 아이가 많다는 ‘사실’이다.
핀란드 북부 로바니에미에 있는 ‘산타 빌리지’의 산타 우체국에는 이런 아이들이 보낸 편지가 매년 200만 통이나 쌓인다.
산타는 꿈이다. 그 꿈은 이뤄지지 않지만 꿈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진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즐겁고 거기서 행복을 느낀다.
기자가 산타의 고향으로 소문난 핀란드 북극권의 라플란드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매일 매일이 크리스마스였으면, 내가 만나는 모든 이가 산타클로스를 믿는 행복한 사람이기를 바라서다.》
○ 산타가 살고 있는 라플란드를 찾아서
산타의 고향, 라플란드. 동토의 땅은 척박해서 수확물이라고는 감자가 고작이다. 식생도 단순해 온통 침엽수림에 레인디어(순록)뿐이다. 산타의 썰매를 끄는 루돌프가 바로 레인디어다. 북극권의 겨울은 길다. 10월에 눈이 내려 4월 늦게까지 설원을 본다. 고위도의 겨울 해는 짧기도 짧다. 12월에 고작 두세 시간, 2월이 돼도 여섯 시간을 넘지 않는다. 반면 여름은 백야다. 그래서 하짓날 72홀을 도는 백야골프는 핀란드의 명물이 됐다.
헬싱키(북위 60도)를 이륙해 북으로 날아가기를 1시간 30분. 내린 곳은 북위 67.5도쯤의 키틸레였다. 기온은 영하 27도. 눈 덮인 설원 위로 펼쳐진 잿빛 하늘, 뿌연 빛으로 나타나는 북극권의 태양. 세상은 무채색이었다.
라플란드는 산을 보기 힘든 평원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구릉이 산(Fell)이라 불린다. 한겨울 라플란드 도로는 온통 눈길. 놀라운 것은 이 눈길에서 차를 시속 100km로 몬다는 사실이다. 도로 옆에는 레일처럼 파인 눈길이 나 있다. 스노모빌 자국이다. 여기서 스노모빌은 오토바이 역할을 한다. 요즘은 레인디어 몰이에도 스노모빌이 동원된다.
이튿날 스노모빌을 몰고 ‘툰투리 사파리’를 떠났다. 툰투리란 검은 머리에 갈색 눈을 가진 사미(Sami)족(수천 년간 라플란드에서 살아온 원주민) 말로 ‘산’. 기껏해야 표고 100∼200m 내외의 얕은 구릉이지만 온통 침엽수로 뒤덮인 툰투리의 설경은 기막히다.
온 종일 눈 덮인 산과 호수를 스노모빌로 질주했다. 그러다 가끔 ‘코타’라고 불리는 숲 속 오두막에 들렀다. 레인디어 모피를 깐 의자에 앉아 모닥불에 그을린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커피에 단단한 치즈조각을 넣은 핀란드식 커피를 마시며 짧은 라플란드의 겨울 해 아래서 스노모빌 사파리를 즐겼다.
○ 로바니에미에서 만난 산타클로스
산타빌리지에는 특별한 우체국이 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에게 보낸 편지를 처리하는 곳. 거꾸로 관광객들은 이 우체국에서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부탁하고 간다. 그러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산타우체국 소인이 찍힌 산타 할아버지의 카드가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배달된다.
로바니에미에는 ‘산타파크’도 있다. 시벤센바라의 화강암 지하 동굴에 있다. 300m의 긴 터널 끝에 넓은 공간(높이 11m)이 있고 그 안에 나무로 만든 놀이시설이 있는데 작은 테마파크를 연상케 한다. 시설로는 회전목마, 인형극장, 멀티미디어극장 등이 있다. 외부 기온이 영하 30도를 오르내려도 실내는 따뜻한 것이 특징이다.
키틸레·로바니에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핀란드의 크리스마스 풍습
로바니에미 산타빌리지에서 만난 산타클로스. 그는 기자를 반갑게 맞으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미 몇 차례 한국을 다녀간 적이 있다고 한다. 그에게서 핀란드의 크리스마스 풍습을 들었다.
10월이면 벌써 준비가 시작되는데 ‘피쿠요울루’(저녁에 모여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드는 모임)라고 부른단다. 공식 크리스마스 시즌은 강림절(크리스마스 4주 전)부터다. 1840년 이래 핀란드 서해안의 피에사타리에서 펼치는 점등식이 시즌 오픈을 알린다. 이 의식에서는 신념의 상징인 십자가, 희망의 상징인 닻, 그리고 사랑의 상징인 하트를 아름답게 장식해 전등으로 밝힌다.
12월 13일은 ‘루치아의 날’이라는 명절이다. 가족 중에 딸들이 촛불 관을 머리에 쓰고 흰 드레스 차림에 빨간 벨트를 매고 아침 일찍 부모를 깨워 모닝커피를 대접한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크리스마스이브다. 인구의 95%가 가톨릭 신자인 핀란드 사람들은 오후 5시부터 온 가족이 함께 성당미사를 올리고 조상의 묘지를 참배한다. 이때 묘역 주변의 눈을 파내고 그 안에 촛불을 밝혀 두는데 수천 개의 촛불이 눈 속에서 깜박거리는 광경은 이제껏 보지 못한 천국의 풍경처럼 아름답다.
집에 와서는 ‘크리스마스의 아버지’ 성 니콜라스를 맞을 채비를 한다. 이때 산타클로스 분장을 하는 이는 이웃이나 친척. 아이들 역시 빨간 옷에 긴 모자를 쓰고 산타클로스 도우미 차림을 한다.
드디어 나타난 산타클로스. “여기 착한 아이들이 있을까?” 하고 묻는다. 아이들 대답은 항상 이렇다. “네.” 산타클로스는 큰 선물 보따리를 내려놓고 아이들은 노래를 불러 환영한다. 그러면 산타클로스는 자신이 사는 라플란드가 얼마나 먼지, 그리고 이곳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는지를 설명한다. 그가 사는 곳은 공식적으로 ‘라플란드 동쪽의 작은 산 코르바툰투리’다.
로바니에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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