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사를 창건한 자장율사가 정선 태백의 이 산골에 하얀 세상 열리리라 했다던 그 예언. 지난해 말 개장한 하이원스키장(정선군 고한읍)을 염두에 둔 말이었나 싶다.
내년에는 태백 서학골에도 스키장이 선다니 선인의 신통력에 그저 감탄할 따름. 26일부터 열흘간 제14회 태백산 눈축제가 열리는 겨울 태백. 그 여행길로 안내한다.
대간백두의 산줄기 태백(1567m). 그 아래 고을 태백은 그 산만큼이나 신령하다. 반도의 생명수 삼강(한강 낙동강 오십천)이 예서 발원하기 때문이다.
서해로 흐르는 한강, 남해로 나가는 낙동강,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 빗방울 하나가 세 조각나 제각각 흘러 삼강을 이루어 국토를 적신다니. 신통한 땅임에 틀림없다.
그 현장을 찾아보자. 북동을 향한 산줄기(백두대간)가 북으로 방향을 틀 즈음 북으로 질주하던 산줄기 하나(낙동정맥)가 합류한다. 대간과 정맥, 두 줄기의 산악이 만나는 거꾸로 ‘Y’자 모양의 지형. 거기가 세 강이 발원하는 삼수령(三水嶺)이다.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山子分水嶺)’라고 지리서 ‘산경표(山經表)’를 통해 설파한 여암 신경준(1712∼1781·조선 후기 실학자). 꼭 그대로 대간백두와 정맥낙동의 두 산줄기가 만나 기어코 품어낸 그 물은 세 갈래 산줄기에 감싸인 채 흘러내려 민족의 젖줄이 되었다. 그 세 물길을 잉태한 태백. 신령함은 그를 두고 한 말이다.
○ 감춰진 깊은 산속 옹달샘
검룡소 가는 길. 눈 세상 태백의 운치가 한껏 풍겨 나는 멋진 설경 산책로다. 아이들의 손잡고 마냥 걸어도 즐겁고 편안한 눈길 트레킹 코스. 주차장부터 징검다리까지의 700m는 양지 녘. 징검다리 건너면 수십m 큰 키의 낙엽송 숲을 통과하는 눈길이 열린다. 숲 터널을 나서니 금대봉과 대덕산(1307m) 아래 눈 계곡이 옆으로 펼쳐진다. 검룡소는 여기서 멀지 않다. 한겨울 검룡소는 온통 눈에 덮였다.
그래서 이끼 낀 바위 타고 열 번이나 추락을 거듭하는 멋진 흐름을 볼 수는 없다. 그래도 그 신비로운 모습은 손상되지 않는다. 최근 태백시는 샘의 훼손을 막기 위해 관람대를 가설했다. 태백 시내에서 출발했다면 검룡소로 가는 도중(국도 35호선)에 피재(920m)를 넘는데 거기가 세 강의 발원지인 삼수령이다.
○ 백두대간 산줄기 한눈에
그러나 태백에 왔다면 태백 시내에서 오르는 길을 권한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약간의 모험심도 요구된다. 입구는 스키장과 골프장을 갖춘 서학리조트 건설공사가 한창인 서학골. 구절양장의 가파른 고갯길 끝에는 대한체육회선수촌 태백분촌이 있다. 거기서 좁은 산길로 조금만 내려가면 지방도 414호선을 만난다. 만항재는 게서 가깝다.
만항재에 오르면 태백산을 비롯한 대간 산줄기와 주변 산악이 두루 조망된다. ‘산의 바다’가 유럽의 알프스에만 있지 않음을 우리는 여기서 발견한다. 정선 쪽으로 2km쯤 내려오면 작은 마을을 지난다.
10여 년 전까지 광원들이 모여 살던 만항마을이다. 3km를 더 내려가면 정암사다. 신라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이 고찰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국내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적멸보궁은 그 탑이 잘 보이는 경내에 자리 잡았다. 그 적멸보궁 앞에 서 있는 주목도 눈여겨볼 일이다. 자장율사는 짚고 다니던 주장자(지팡이)를 신표로 남겼는데 그것이 자라 이 주목이 됐다는 사연이 나무 아래에 적혀 있다. 국도 38호선과 만나는 상갈대 삼거리는 예서 3km 거리에 있다.
태백=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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