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원숭이라고 부르는 종류만 모아 둔 동물공원이다. 3종의 유인원(침팬지 오랑우탄 긴팔원숭이)과 10종의 원숭이(알락꼬리원숭이 다람쥐원숭이 멘드릴 늘보원숭이 등) 등 145마리가 있다. 지금까지는 에버랜드 동물원의 창살우리에 갇혀 있었다.
이곳을 새로운 개념의 동물원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창살 없는 동물원이고 행동전시기법(동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아 본능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공간설계)을 도입했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관람주체에 동물도 포함시킨 점이다. 침팬지버블(사람이 머리를 들이밀고 우리 안을 둘러볼 수 있도록 우리 바닥에 설치한 반구형의 투명 아크릴 재질 캐노피)과 창살 대신 설치한 통유리창 벽이 그것. 동물이 사람을 보고 즐기도록 설계한 동물테마공원은 극히 드물다.
몽키 밸리는 단순한 동물원이 아니다. 사람과 자연의 공존과 이해, 교감의 삼박자를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 개념의 에듀벤처(Education Adventure·교육+모험의 합성어) 파크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관람기법도 달라야 한다. 눈요기만 할 것이 아니라 듣고 보고 체감하고, 다시 묻고 관찰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재미가 배가된다.
몽키 밸리의 전시시설은 재미있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지구문명이 멸망하자 원숭이들이 방주를 타고 폐허로 변한 우주개발센터(프렌들리 몽키 밸리)로 피신해 오는데 여기서 미리 숨어 있던 인류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진입로는 산기슭에 설치한 하늘길(보드워크). 몽키 밸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높이 21m의 오랑우탄 타워. 때마침 어미 오랑우탄이 새끼를 등에 업고 타워에 올라 로프를 타고 건너는 중이었다. 나무 위에서 사는 오랑우탄의 습성을 기초로 한 행동전시기법 시설인데 미국 일본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다.
실내에는 6개의 방이 있고 각 방은 통유리 벽으로 돼 있다. 유리벽에 양손과 입술을 대자 침팬지 한 마리가 다가오더니 똑같은 자세로 손을 마주대고 입술을 비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이 전해지는 간접 스킨십 체험이다. 누군가 바닥통로로 침팬지 우리의 침팬지버블로 들어가자 침팬지 두 마리가 다가가 사람이 있는 버블을 어루만진다. 침팬지가 사람을 관람하는 형국이다. 다른 방에는 맨드릴, 마모셋, 거미원숭이 등 희귀종이 산다. 갑자기 전시장의 천장 아래 로프 위로 조그만 원숭이 네 마리가 쪼르르 달려간다. 애완용으로 인기 높은 다람쥐원숭이다.
또 다른 방에서는 침팬지 루디가 화판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붓을 들고 팔레트에서 물감을 찍어 화판 위의 하얀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 사육사 이재만(36) 씨가 의자에 걸터앉아 생각하는 포즈를 취하자 그대로 따라한다. 애어른 구별 없이 모두 발걸음을 멈추는 곳은 줄타기의 명수인 흰손긴팔원숭이 전시관(옥외). 잠시도 쉬지 않고 긴팔을 벌려 줄을 타며 묘기를 펼친다.
사육사 강철원 대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동물 전시공간이지만 동시에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즐기는 공간입니다. 동물이 편하게 지내니 제 마음도 편해지네요.”
조성하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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