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모양도 코끼리를 닮았다. 이 태국을 다녀간 한국인이 지난해 100만 명을 돌파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이곳을 찾게 하는가.
그것은 정제되지 않은 천연의 미(美)다.
웃음도, 자연도, 그리고 음식까지 모든 게 풋풋하다.
막 딴 과일향처럼 가공과 인위의 낌새가 전혀 없다. 그런 태국 여행에 변화가 보인다.
싸구려투어보다 서너 배나 비싼 럭셔리투어가 늘고 있다.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그 현장으로 안내한다.》
지난달 하순 태국의 수완나품 국제공항. 최근 개장해 깔끔한 공항 터미널에서 말쑥한 정장 차림의 비즈니스맨 20여 명이 입국수속을 하고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의 최고경영자과정(AIM 26기)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3박 5일 일정의 ‘아이스브레이킹 투어’로 태국을 찾은 것이다.
아이스브레이킹이란 이 과정에 등록해 처음 만난 참가자 간의 서먹한 분위기(ice) 깨기. 여행은 가장 좋은 방편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특수대학원이 학기 초엔 이렇게 그룹투어를 마련한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아니면 중역, 혹은 고위직 공무원이다. 바쁜 일정을 쪼개 저녁수업을 듣는 주경야독의 고된 일정이다. 이것을 무사히 마치려면 서로 격려하며 돕는 팀워크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도 이 투어는 효과적이다.
그런데 KAIST의 투어에는 색다른 점이 있었다. 단순한 유흥에 그치지 않고 세미나를 병행하며 테마(태국 음식)를 살린 고급투어라는 것이다. 그 일정을 보자. 태국 쭐랄롱꼰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2박하며 하루 종일 세미나를 연다. 나머지 하룻밤은 특급인 콘라드호텔에 묵는다. 관광일정은 이틀. 태국 음식 기행을 겸한 유적투어에 골프가 선택투어로 포함돼 있다.
기자는 AIM 운영자인 배보경(경영학) 교수의 도움으로 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스터디투어가 포함된 고급 일정 투어는 과연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특수대학원과 고급투어를 원하는 여행자에게 좋은 솔루션이 될 것으로 보였다. 이번 여행은 태국에 지사를 둔 허니문 등 고급투어 전문여행사 가야투어(www.kayatour.com)가 기획한 것으로 현지 안내도 직접 맡았다. 총가격은 1인당 150만 원 선.
○ 방콕 쭐랄롱꼰대에서 열린 세미나
오전 1시. 버스는 방콕시내 중심인 수쿰빗로드의 쭐랄롱꼰대 구내에 들어섰다. 중심가라지만 길 건너 쇼핑가와는 딴판으로 캠퍼스는 연못에 야자수가 무성한 정원풍경이다. 쭐랄롱꼰대는 태국 최고의 대학. AIM 학생들은 대학 부설 ‘사신 비즈니스스쿨’의 게스트하우스에 묵기로 했다. 침대와 샤워장만 갖춘 검소한 숙소에 음식 역시 마찬가지. 태국 국왕이 직접 설립했다는데 현재 미국 시카고대의 켈로그(비즈니스스쿨)와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는 명문이다.
눈을 붙이고 난 뒤 세미나가 시작됐다. 오전 강의는 삼성전자 태국지사 박광기 상무의 동남아시아 마케팅 전략. 박 상무는 26년 전 여기서 공부한 뒤 일본과 동남아지역 마케팅을 담당해 왔는데 강의는 주로 영어로 진행됐다. 오후 강사는 미샤이 비라바디야 씨. 그는 태국 농가의 가난퇴치 운동을 이끌어 타임지가 선정한 ‘월드리더 60’에 꼽힌 인물(‘통찰력’ 부문). 최근 경영의 화두로 등장한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주제를 그가 벌여 온 ‘1지역 1상품’ 운동과 관련해 설명했다. 마지막 순서는 방콕 증권거래소 현장수업.
참가자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야간비행과 수면 부족으로 피로감이 역력하기는 해도. 한 참가자는 “태국 와서 공부한 여행자는 그리 많지 않을걸요”라며 만족해했다. 여행과 공부가 경계 없이 두루 섞인 이번 투어는 주최자는 물론 참가자에게도 새로웠다.
강의실의 세미나가 끝나도 공부는 계속됐다. 레스토랑을 교실 삼은 식도락 개념의 태국음식 주제 투어가 그것.
○ 태국 음식을 주제로 한 테마투어
첫날 저녁. 이들이 찾은 곳은 짜오프라야 강변에 자리 잡은 특급호텔 메리어트의 야외뷔페식당(로열가든). 시원한 강바람이 부는 강변의 무대 위에서는 화려한 의상의 무희가 추는 태국민속춤 등 공연이 이어졌다. 차려진 음식은 최고의 셰프가 만든 태국 음식의 진미 수십 가지. 돌아갈 때는 대형보트로 버스가 정차 중인 나루터까지 데려다 준다. 한밤중에 짜오프라야 강을 보트로 유람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두 번의 멋진 디너 역시 방콕 최고의 태국레스토랑에 마련됐는데 그중 하나는 ‘블루엘리펀트’라는 세계적인 태국황실요리 전문식당. 전 세계에 12개가 있고 곧 3개가 더 오픈하는데 태국인 여주인인 누로르 소마니 스테페(요리연구가) 씨가 12개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직접 개발하고 부설 요리학교에서 요리강습도 한다.
이날은 모두 5코스의 태국 전통음식이 차례로 나왔는데 기자의 견해로는 돈을 내고 먹을 수 있는 태국 음식 가운데는 최고라 할 만했다. 이런 레스토랑은 단체 관광객이 올 수 없는 최고급. 그래서인지 레스토랑 측에서도 함께 온 AIM 그룹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수끼’ 같은 대중적인 태국 음식은 점심을 이용해 맛보았다. 수끼는 펄펄 끓는 맑은 국물에 어묵 날생선 야채 등을 즉석에서 넣어 건져 먹는 일종의 샤부샤부(일본 한국) 혹은 스팀보트(싱가포르). MK수끼와 코카(Coca)가 전문식당인데 전국 여러 곳에 있으며 쇼핑센터에도 있다.
○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오지 않는 관광지
고급투어는 고급식당과 특급호텔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관광지도 차별화가 된다. 기자는 이런 사실을 AIM 그룹을 따라 아유타야와 짜오프라야 강 크루즈, 담는사두악 수상시장 투어에 참가해 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아유타야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인류유산. 1767년 버마의 침공 전까지 417년을 유지했던 샴(현재의 태국)의 수도다. 33대에 걸쳐 왕이 다스렸고 태국인이 중국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자 발을 들인 서양 열국과 처음 접촉한 유적지다. 그런데 이곳은 일반적인 한국인 단체관광객 일정에는 들어있지 않다. 먼 거리(2시간)에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
AIM 그룹은 버스로 갔다가 크루즈십으로 돌아오는 하루 일정이었다. 크루즈는 3시간 30분이 소요됐는데 도중 선상에서 뷔페로 점심식사를 했다. 방콕의 수송동맥인 짜오프라야 강을 여행하는 내내 강 양안으로는 수상마을과 불교사원이 펼쳐졌다. 방콕 시내 구간에서는 고층빌딩과 불교사원, 왕궁과 탑이 강 위의 수많은 보트와 더불어 만들어낸 풍경이 기막혔다. 150명 탑승객 가운데 AIM 그룹을 제외한 모두가 유럽인 단체관광객이었다.
담는사두악 수상시장 투어 역시 특별한 일정이었다. 수상시장은 운하와 수로가 발달한 ‘동양의 베네치아’ 방콕에서 물자와 정보가 교류되는 삶의 현장. 방콕 시내에도 여러 곳이 있지만 대부분 인위적으로 만든 관광용 시설. 실제로 주민 간에 상거래가 이뤄지는 자연시장 기능을 갖춘 곳은 담는사두악뿐이다.
○ 여행정보
◇일반 ▽웹정보 △정부관광청: www.tourismthailand.org △한국사무소: www.visitthailand.or.kr ▽환율=1밧은 약 29원. ▽아유타야 투어 △방빠인 별궁: 왕가의 여름별장. 베르사유 궁처럼 아름다운 정원과 연못, 건물로 이뤄졌다. △리버선크루즈: 뷔페런치가 포함된 짜오프라야 강 파티크루즈 이용. 아유타야 유적 및 방빠인 투어가 포함된 하루 일정, 오전 8시 방콕 출발. 크루즈 배와 버스를 교대로 이용. 요금 1100밧(약 3만2000원). www.riversuncruise.co.th ▽담는사두악 수상시장=보트라이드는 1시간에 300밧(약 8700원). 찾기 좋은 시간은 오전 8시부터 낮 12시 30분. 방콕 서남쪽 109km.
◇태국 럭셔리투어 △가야투어(www.kayatour.co.kr): 고급 맞춤 형식의 허니문과 인센티브투어 전문. 02-536-4200
방콕=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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