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풍경따라 맛따라” 오스트레일리아 와인투어

  • 입력 2007년 4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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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다 마셔 버렸거든요….”

국제와인품평회에서 ‘올해의 화이트와인’ 상을 받은 2002년 빈티지의 리슬링을 사려다 들은 말이다. 주인공은 피터 리먼(남호주 버로사밸리의 와이너리)의 매니저인 하워드 덩컨 씨. 그는 ‘sold out(매진)’이라고 쓰인 가격 리스트를 보이며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순박한 웃음을 날렸다. 다 팔려서가 아니라 다 마셔 버려 없다는 말. 오지(Aussie·호주인을 지칭하는 애칭)의 낙천적 품성이 그대로 담긴 말이다. 그저 와인이 좋아 들르고 누구든 어울려 와인을 마시며 담소하는 호주의 와이너리. 부담 없는 가격에 맛 좋은 와인을 곁에 둘 수 있다는 점이 호주 와이너리투어의 매력이다.》

애들레이드·멜버른(호주)=이정희 기자 yeoin2@donga.com

○ ‘제이콥스 크릭’을 품은 버로사밸리

남호주 주의 주도인 애들레이드 북쪽 버로사밸리. 버로사 산맥이 이룬 계곡이라는데 산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는 구릉도 산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계곡이라 함은 산과 산 사이에 갇힌 낮은 곳.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니 계곡에 물이 흐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제이콥스 크릭이 바로 이 버로사밸리를 적시는 냇물(creek)이다. 호주 와인의 대표선수라 할 만한 ‘제이콥스 크릭’(www.jacobscreek.com.au), 호주 와인의 간판으로 꼽히는 ‘시라즈’(레드와인 포도품종)가 태어난 바로 그곳이다.

냇물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펼쳐진 낮은 구릉. 와이너리는 물을 끼고 거기 양편에 들어서 있다. 남호주의 포도 수확기는 2월부터 5월까지. 버로사밸리는 3월 중순이 적기라 이미 수확을 마친 상태였다.

1847년 이곳에 최초로 포도밭을 일군 이는 요한 그람프. ‘제이콥스 크릭’ 와인 메이커인 올랜도와인스의 설립자다. 크릭의 물가에 자리 잡은 이 시배지에는 리슬링(화이트와인용 포도) 나무가 지금도 자라고 있다. 리슬링은 시라즈와 더불어 버로사밸리 와인을 대표하는 품종이다.

102개의 와이너리가 있는 버로사밸리(www.barossa-region.org). 올랜도와인스는 그중 가장 대중적인 와이너리다. 이 와이너리는 본래 이름보다 ‘제이콥스 크릭’으로 더 잘 통한다. 제이콥스 크릭이 호주의 가장 대중적인 와인으로 인식될 만큼 높은 인지도 덕분. 그래서 매년 14만 명에 이르는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직접 찾아간 올랜도와인스. 와이너리 투어는 방문객을 위한 제이콥스크릭 비지터센터에서 시작된다. 통유리벽이 인상적인 모던풍의 건물. 그 통유리창을 통해 올랜도와인스의 포도원이 시원스레 보였다.

와인투어의 즐거움이란 일일이 나열하지 못할 만큼 다양하다. 와인테이스팅은 물론 맛깔진 음식을 음미하는 식도락, 상큼한 공기 속에서 즐기는 전원산책, 추억을 만들어 주는 와인쇼핑 등등. 와인다이닝도 빼놓을 수 없다.

버로사밸리 와인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울프블래스(www.wolfblass.com.au)의 와인테이스팅이다. 울프블래스는 검은 바탕에 양 날개를 활짝 편 독수리를 엠블럼으로 삼은 인기 최고의 호주 와인. 20호주달러(약 1만5000원·이하 달러)를 내니 고급 와인 10여 종을 꺼내어 맛보인다. ‘신의 물방울’(와인을 소재로 한 일본만화)에나 나옴직한 말의 성찬과 함께.

라즈베리, 라임, 복숭아, 자두, 배, 토스트, 주유소에서나 맡을 등유향…. 설명하는 사람은 그 향을 하나하나 찾아내 이렇게 잘도 설명하는데 도대체 나는 왜 못 맡는 걸까. 와인 한 잔에서 나는 향은 어찌 이리도 많은 건지. 와인테이스팅은 늘 좌절의 연속이다. 동시에 설렘의 행진이기도 하지만.

테이스팅은 싼 것부터 시작된다. 19달러에서 35달러까지 고만고만한 와인이 나온다. 다음은 135달러(호주에선 무지무지 비싼 가격)짜리. 입안 전체로 느껴지는 도톰한 중량감과 단맛 신맛 떫은맛 과일맛의 밸런스. 그 맛에 놀라며 목으로 넘기려는 순간. 어! 입안에서 술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175달러짜리는 사라졌던 술이 비강을 타고 올라와 마지막 향을 코로 내뿜으며 ‘장렬히’ 산화한다.

○ 빅토리아 주 와인의 요람 야라밸리

1838년 스코틀랜드에서 신세계로 건너온 라이리 형제는 야라밸리에 포도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야라밸리 최초의 포도밭인 ‘예링’이다. 이곳은 빅토리아 주의 주도 멜버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 주말이면 시민들이 도시의 일상을 뒤로하고 찾아와 먹고 마시고 편히 쉬는 리조트 같은 전원이다.

먼저 수준급 와인메이커인 콜드스트림 힐스(www.coldstreamhills.com.au)를 찾았다. 변호사이자 언론인인 제임스 핼리데이가 아내 수전과 함께 직접 와인을 만들겠다며 지은 곳으로 1985년 문을 열었다. 미니멀아트풍의 ‘언덕 위의 하얀 집’을 정점으로 펼쳐진 포도밭. 규모는 작지만 드라이하고 깔끔한 맛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

야라밸리 최초의 와이너리는 예링스테이션(www.yering.com). 헬리포트까지 갖춘 대규모다. 도메인샹동(www.domainechandon.com.au) 역시 야라밸리의 명소다. 이곳은 ‘돔 페리뇽’이라는 명품 샴페인 메이커 모에샹동이 조성한 와이너리. 예링도 마찬가지지만 멋진 풍광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도메인샹동은 와이너리투어부터 테이스팅까지 모든 것이 고품격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인 ‘퀴베 리슈’는 한번 맛보면 그 달콤함에 반해 누구나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다.

“그 와인을 따는 순간이 가장 특별한 순간이에요.”

영화 ‘사이드웨이’에서 이혼남 마일스가 샤토 슈발블랑 1961년산을 가장 특별한 순간(결혼 10주년 기념일)에 마시려고 간직하고 있었다고 여자친구인 마야에게 쓸쓸히 말하자 마야가 한 말이다.

나도 말해 주고 싶다. “당신 마음속에 와인여행을 떠올렸다면 바로 그 순간이 가장 특별한 순간”이라고.

■강렬한 향 ‘그레인지’ 맛보시길

호주 와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 시라즈라는 포도품종이다. 뉴질랜드와인이 소비뇽 블랑(화이트와인용 포도), 남아공 와인이 피노타주로 월드와인에 출사표를 던졌다면 호주는 단연 시라즈다. 이 포도는 본디 프랑스 남부 론 지방의 ‘시라’가 원종. 호주로 건너오면서 이름이 ‘시라즈’로 변했다. 시라즈는 통상 거친 맛에 강한 타닌, 특유의 향신료향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시음하다 보면 와인메이커의 손길에 따라 의외로 부드럽고 여성적인 풍미를 갖춘 시라즈도 만나게 된다.

호주 와인 가운데 ‘그레인지’라는 멋진 와인을 아시는지. 아니 펜폴즈 와이너리(www.penfolds.com.au)를 아느냐고 묻는 것이 순서상 맞을 것 같다. 그레인지는 펜폴즈가 만드는 고급 와인. 펜폴즈는 굵은 선의 남성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향이 특징인데 레이블에 ‘BIN 407’ 식으로 각기 다른 숫자로 이름을 붙여 주목을 끄는 와인이다.

묵직한 맛과 향의 그레인지. 적어도 15년은 묵혀야 그 강건함이 열린다고 하는데 그 명성답게 테이스팅 요금도 180호주달러나 했다. 와인 가격은 최하 450호주달러부터 몇 만 호주달러까지.

▼여행정보▼

◇항공편=애들레이드와 멜버른 직항편은 없다. 시드니, 브리즈번, 홍콩 경유편 이용

◇호주 와인=수출 세계 4위, 생산량 세계 5위의 와인대국. 와이너리의 와인테이스팅은 대부분 무료

◇관광정보 ▽애들레이드 △버로사밸리 와이너리투어=애들레이드 시내에서 코치투어가 매일 출발. 당일(그랜드 버로사)은 107달러, 1박(버로사 오버나이트)은 295달러. 예약은 그레이라인 애들레이드(www.grayline.com.au) △애들레이드힐스(www.adelaidehills.com.au)=와이너리와 농장, 아담한 독일전통마을 등 편히 쉬면서 먹고 마실 수 있는 전원. 애들레이드 시내에서 20분 거리로 버로사밸리만큼 유명한 와인관광지 △센트럴마켓=남반구 최대의 재래시장. 미식가의 천국이라 할 만큼 먹을 것이 많다. ▽멜버른 △발고니 에스테이트(www.balgownieestate.com.au)=스파리조트를 갖춘 야라밸리의 와이너리

◇호주와인투어 상품=와인투어 전문여행사 휘데스트래블(www.winetour.co.kr)에 문의. 02-755-5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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