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북부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마을 콜로디. 전 세계에서 성경과 코란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피노키오’의 고향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피노키오 인형을 파는 가게와 피노키오 주인공의 동상들이 금방 눈에 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는 카를로 콜로디(1826∼1890)가 1881년부터 로마에서 발간된 어린이 잡지 ‘어린이신문’에 연재한 이야기다. 연재 횟수를 연장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자 콜로디는 1883년 ‘피노키오의 모험’이란 책을 묶어 냈다. 원래 콜로디의 본명은 카를로 로렌치니. 그는 어머니의 고향이자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이곳의 이름을 따서 필명으로 사용했다.
콜로디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피노키오 공원’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활기찼다. 피노키오 그림이 그려진 입구를 지나 야외극장으로 향했다. 6월부터 8월까지는 피노키오 인형극이 열리지만 다른 계절에는 마술쇼 등을 공연한다.
피노키오 공원은 1951년 페스시아 시장이었던 롤란도 안질로티가 건립을 추진했다. 이탈리아의 내로라하는 조각가들이 모여 조각이나 장식품으로 이 공원을 꾸몄고 그 후 세워진 콜로디재단(www.pinocchio.it)이 운영하고 있다.
피노키오의 주요 에피소드를 모자이크로 만든 광장을 지나면 ‘장난감의 나라’가 나온다. ‘장난감의 나라’가 어떤 곳인가.
“거긴 학교가 없어. 선생님도 없고 책도 없지. 그 나라에선 공부 같은 건 안 해. 목요일엔 학교가 쉬는데, 일주일에 목요일이 여섯 번 있고, 한 번은 일요일이야. 여름방학은 1월 1일에 시작해서 12월 31일에 끝난다고. 내 마음에 쏙 드는 나라지.”(‘피노키오’ 시공주니어)
피노키오의 친구인 ‘호롱불 심지’는 “아이들한테 가장 좋은 나라”라며 피노키오를 꾄다. 아이들 마음을 이렇게 잘 알아주는 작가가 또 있을까. 아이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다. 피노키오는 결코 악의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약할 뿐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해도 되는 일보다 해선 안 되는 일에 더 마음이 끌린다. 장난을 치고 금방 후회하지만 돌아서서 다시 장난을 친다. 그래서 피노키오는 진짜 어린이가 되는 대신 ‘호롱불 심지’와 함께 ‘장난감 나라’로 간다.
아이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모험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장난감 나라’의 각종 조형물을 보며 산책하다 보면 피노키오가 겪는 모험을 그대로 다시 보는 듯하다.
이 같은 피노키오의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 초등학교 중간학년 이상이라면 완역본을 권한다. 영국의 작가이자 삽화가인 쿠퍼 이든스는 “피노키오를 단순한 축약본으로만 보았던 나는 전혀 편집되지 않은 완본의 세련되고 기상천외한 독특함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새로운 피노키오’(풀빛) 같은 작품을 읽는 것도 괜찮지만 축약본은 아무래도 부족하다. 축약본인지 아닌지를 손쉽게 구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 시작 부분을 보는 것이다.
“옛날 옛적에…. ‘임금님이 살았어요!’ 아마 우리 어린이들은 ‘옛날 옛적…’이라는 말만 들으면 금방 이렇게 외칠 것이다. 하지만 잘못 짚었다. 옛날 옛적에 나무토막이 하나 있었다.”(‘피노키오’ 베틀북)
어떤가, 동화의 나라로 인도하는 쉰일곱 콜로디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글·사진 콜로디=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 찾아가는 길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