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째다. 성수기의 제주행 항공기 좌석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이. 좌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셀러스마켓(판매자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국적항공사의 외면에 부아가 날 정도다.
‘버스로 제주까지’는 그런 형편에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솔루션(해결방안). 그런데 꼼꼼히 살펴보니 궁색함과 옹색함으로 점철된 서민적 예산 절약형 여행만은 아니었다. ‘거북이 크루즈’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느림의 미학을 간직한 ‘제주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이다. 만든 이는 해외 배낭여행 1세대인 손태원(43) 씨. 10년 전 대장정여행사(www.djj.co.kr)를 차리고 ‘펜션+렌터카’라는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 여행을 제주섬 여행 패턴으로 정착시켜 제주도 관광의 새 시대를 연 바로 그 사람이다.
거북이 크루즈(3박 4일 일정)는 비행기 대신 여객선을 이용하는 ‘느림의 여행’이다. 서울(혹은 대전)에서 관광버스에 탑승해 남도(보성차밭 등)를 에둘러 여행하며 고흥반도의 녹동항으로 간다. 제주행 남해고속페리(전장 118m의 초대형) 승선은 이튿날 아침. 4시간 20분의 선상여행 중 첫 2시간은 다도해의 풍치를 감상하는 크루즈라 할 만하다. 추자도를 지나야 비로소 큰 바다가 열린다.
제주섬에서는 관광버스로 2박 3일의 단체여행(가이드 동반)을 즐긴다. 제주자연사박물관, 한라수목원(산책), 제주조랑말타기체험, 516도로 드라이브, 절물자연휴양림(삼나무 숲속 산책), 하멜박물관과 용머리해안, 환상의 매직월드(공연관람), 화산석 석부작 테마공원 등등. 해수욕은 ‘섬 속의 섬’ 우도에서 즐긴다. 가족여행객에게 좋은 하고수동에서 즐긴다. 귀경길에는 제주항 출항에 앞서 내국인면세점 쇼핑도 한다. 녹동항 상륙 후에는 관광버스로 곧장 상경.
첫날 점심부터 귀경길 저녁까지 총 식사 횟수는 11번. 이 모든 식사가 제공된다. 특히 제주도에서 화려하다. 서귀포항 회정식, 갈치조림정식 등 향토음식이 나온다. 제주섬의 숙소(2박) 역시 수준급. 중문관광단지에서 5분 거리로 감귤밭에 둘러싸인 리조트 스타일(3600평)의 펜션 재즈마을(www.jazzvillage.co.kr)이다. 야외풀까지 갖췄는데 잔디가든에서는 흑돼지 바비큐 파티(둘째 날 저녁)도 펼친다. 한밤의 야외음악회와 더불어.
가격은 1인당 35만 원. 여행자보험료와 입장권까지 포함돼 추가 비용이 일절 없다. 손 씨는 “항공기 이용 시의 60% 수준”이라며 “퀵서비스 식의 인스턴트 여행에서 얻을 수 없는 여행의 여유와 운치를 이런 서두름 없는 느림의 여행에서는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단체(버스)여행→화석연료 절감(이산화탄소 발생 축소)→지구온난화 방지 기여→생태여행(에코투어)’의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거북이 크루즈=두 가지 일정이 계절에 따라 제시된다. ▽3박 4일 일정 △출발=7월 10일∼8월 31일, 매일 ○1서울=오전 10시 지하철2호선 시청역 2번 출구 ○2대전=오전 11시 30분 대전역 앞 주차장 ○3녹동항=오전 9시 △가격=35만 원 ▽2박 3일 일정 △출발=9월 1일부터 매일. 장소, 시간 동일 △가격=23만 원 △문의 및 예약=㈜골든크루즈제주(www.goldencruise.co.kr) 080-980-0001, 1600-2625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