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日本의 속살, 온천료칸⑥가나가와 현 하코네긴유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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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의 손님맞이에는 격식과 순서가 있다.

현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기모노 차림의 오카미(여주인 겸 총지배인)와 나카이 상(료칸도우미)에게서 극진한 인사를 받는다.

첫 순서는 체크인 수속. 신발을 벗고 다다미 바닥의 로비에 올라선 다음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숙박계부터 쓴다.

그러면 로비의 소파로 안내된다.

소파에 앉게 되면 비로소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주로 현관의 로비는 병풍과 액자, 진귀한 수집품 등으로 장식돼 있는데 통유리창 너머로 정원 풍경이 바라 보이는 곳도 있다. 현관과 로비의 풍치와 장식은 료칸의 품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오카미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곳이기도 하다.

잠시 후 나카이 상이 손님의 짐을 들고 객실로 안내한다. 복도까지 다다미가 깔린 료칸이라면 슬리퍼를 신지 않는다.

이윽고 객실. 전통 료칸이라면 객실은 당연히 와시쓰(화실)다. 와시쓰는 나무로 된 천장과 다다미 바닥으로 이뤄진다.

방바닥에는 자다쿠(차탁)가 있고 거기에는 자이스(등받이가 있는 앉은뱅이 의자)나 자부동(방석)이 놓인다.

객실은 베란다 형식의 엔가와로 이어지는데 거기에도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편안한 의자가 마주 놓인다.

일단 객실에 들어서면 차탁에 앉는다.

그러면 나카이 상이 꿇어앉은 자세로 녹차와 달콤한 다식(차카)을 대접한다.

이때 저녁과 아침식사 시간, 료칸 시설, 주변 관광지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료칸의 체크인은 대개 오후 3시부터. 저녁식사까지 남는 시간엔 정원 산책과 온천욕을 즐긴다. 료칸에서 휴식할 때는 객실에 비치된 유카타(浴衣)를 입는다.

료칸에서는 어떤 곳이든 유카타 차림으로 다닐 수 있다.》

하코네=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때론 풍광이 사는 것을 눈물나게 한다

도쿄역에서 탄 신칸센 열차가 오다와라역에 도착한 것은 불과 45분 만이다. 오다와라는 후지 산이 조망되는 일본의 국민관광지 하코네(가나가와 현) 산악의 관문 격인 곳이다. 빠른 신칸센 덕분이기는 하지만 도쿄에서 45분이란 짧은 소요시간은 하코네가 도쿄에서 그리 멀지 않음을 말해 주는 수치다.

료칸 ‘하코네긴유’가 있는 온천마을 미야노시타로 가려면 오다와라역에서 하코네 등산열차를 타야 한다. 이 열차로 오르기를 다시 40분. 하코네의 온천 명소인 미야노시타역에 도착한다. 료칸 하코네긴유가 자리 잡은 곳은 이 마을 뒤편의 산 중턱. 역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다.

두 번의 기차여행, 그리고 5분간 걸은 끝에 찾은 하코네긴유. 산 중턱 도로변에서는 입구의 현관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단층 건물인데…. 일단 실내로 들어섰다. 자세히 살펴보니 현관 층이 가장 높은 5층. 산 중턱의 기슭을 깎아 확보한 공간에 세운 건물이다 보니 이런 형태가 됐다.

그런 구조임을 안다면 이 료칸의 전망이 얼마나 탁월할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을 터.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다다미 바닥의 로비로 들어선 순간. 짧은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오른쪽 테라스 너머로 하코네 산악과 파란 하늘 풍경이 마치 대형 스크린처럼 펼쳐졌기 때문이다.

해발 440m 계곡의 기슭에 자리 잡은 하코네긴유의 5층 테라스. 여기 서니 마치 활공 중인 헬기의 기내에 있는 듯하다. 어떤 장애물도 없이 확 트인 거대한 하코네 산악의 계곡과 그 아래로 흐르는 하나카와(강)가 보였기 때문. 그 풍경을 즐기라고 테라스에는 편안한 의자와 소파가 놓여 있었다. 옆에는 라운지와 바도 있다. 온천욕을 마친 후 이 자리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홀짝이며 풍경을 감상한다면. 맥주 맛이 어떨지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하코네긴유에서 나를 안내한 이는 오카미가 아니었다. 그 대신 오타 아키히로라는 ‘상무 겸 총책임자’ 직함의 말쑥한 정장 차림 남자였다. 남녀 두 사람의 ‘투 톱’(남성 경영책임자+여성 총지배인) 시스템은 최근 일본의 료칸에 등장한 새로운 관리 시스템. 그런 만큼 이런 료칸은 전통 료칸과 남다른 점이 많다.

우선 객실을 보자. 20개 모두 로텐부로(露天風呂)가 있다. 로텐부로 객실은 고급 료칸의 대명사다. 공동으로 이용하는 다이요쿠조(대욕장)도 3개. 그 3개에도 모두 로텐부로가 딸려 있다. 식사는 모두 헤야쇼쿠(객실의 식탁에 차려 주는 방식)다. 그러니 특별한 볼일이 없는 한 투숙객은 객실 밖으로 나올 일이 없다. 객실 공간이 넓고 풍치가 좋으며 편의시설이 두루 갖춰졌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20개 객실은 4가지 스타일로 층마다 다르다. 4층의 가제(風)는 일본 정통의 와시쓰(和室), 3층의 호시(星)는 발리 스타일, 2층의 소라(空)는 심플한 선(禪)풍, 1층의 쓰키(月)는 정원을 갖춘 가든빌라 식이다. 스타일만 다른 것이 아니다.

같은 스타일의 객실도 크기만 같을 뿐 장식과 구조는 제각각이다. 가제만 제외하면 나머지 세 스타일은 와시쓰와 양식(침대)의 두 가지 객실을 두루 갖췄다. 그래서 사실상 이 료칸에는 똑같은 방이 하나도 없다. 연중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늘 와도 처음 드는 객실에서 묵으니 매번 감흥이 다르기 때문이다. 늘 새롭다는 것. 사람이나 사물이나 최고의 가치다.

일본 료칸의 품격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는 로텐부로다. 로텐부로란 이름 그대로 자연의 풍치가 담겨야 제격이다. 그래서 주변의 자연 풍광이 그 수준을 결정한다. 그런 면에서 하코네긴유는 일본의 온천 료칸 3000곳 가운데 최고급 수준이라 할 만하다.

하코네긴유가 자리 잡은 곳은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산 중턱. 각 객실의 로텐부로는 모두 그런 풍광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베란다에 있다. 그것도 산악 풍광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하코네 국립공원의 한중심에. 그러니 게서 즐기는 온천욕의 풍미가 어떨지는 구태여 설명이 필요 없다. 다이요쿠조는 더 멋지다. 거기에는 사우나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하코네긴유의 역사는 올해로 56년. 현재 건물은 2002년에 새로 지은 것인데 재개관 당시 하코네에서 화제가 됐다. 정통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거기에 인도네시아 발리에 유행하던 유럽풍 리조트 스타일을 접목한 새로운 시도 때문. 오타 상무는 “휴식형으로 바뀌는 여행 트렌드를 따른 것인데 이것이 최근 하코네의 온천 료칸에 불고 있는 뉴스타일 료칸 열풍의 효시가 됐다”며 “고객들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그 반응은 얼마나 뜨거울까. 실제 예약을 시도해 보았다. 그랬더니 대답이 이랬다. “오늘 예약하시면 숙박일이 평일이라면 열 달, 주말이라면 1년 후라야 가능한데요….” 하코네긴유는 1년 치 객실 예약을 미리 받아 놓고 영업을 하는 ‘인기 짱’의 료칸이다.

▼유황온천 삶은 계란 꼭 맛보세요▼

하코네는 도쿄 여행길에 들를 만한 ‘참새방앗간’ 격 관광지다. 물론 가까워서다. 신칸센으로 45분, 등산열차로 40분이면 미야노시타 온천마을에 도착하니까. 하코네 국립공원의 산악관광은 등산열차와 등산버스, 로프웨이(케이블카)와 선박(아시노 호수)으로 이뤄진다.

하코네 관광의 시작점은 오다와라역(신칸센) 혹은 하코네 유모토역(오다큐센). 여기서 등산열차를 타고 일단 ‘고라’까지 간다. 고라에서는 하코네 등산케이블카(지중매설 케이블로 레일을 오르는 산악열차)가 소운(早雲) 산까지 운행된다. 소운 산에 오르면 다시 하코네 로프웨이로 갈아타고 오와쿠다니(大通谷)로 간다.

오와쿠다니는 유황 온천수와 가스가 지표면에 솟구치는 온천계곡. 유황 온천계곡을 걸어가며 지표면에 노출된 온천과 진흙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등산로가 정비돼 있다.

산중턱 전망대에 오르면 껍데기가 온통 새까맣게 변한 온센다마고(온천계란·펄펄 끓는 노천 온천수로 즉석에서 삶아 파는 계란)를 먹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오와쿠다니에서 잊지 말고 맛보아야 할 별미다.

오와쿠다니 관광을 마친 후 다시 로프웨이를 타면 아시노 호반의 도겐다이로 간다. 아시노 호수는 후지 산이 수면에 비친다는 거대한 칼데라(분화구 호수). 여기서 하코네 유람선에 오르면 모토하코네까지 가면서 호수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모토하코네 나루 앞에는 여러 방향으로 가는 버스 승차장이 있다. 여기서 출발하는 미야노시타행 버스는 일본 국도 1호선을 따라 운행한다. 버스표는 타기 전에 매표구에서 행선지를 말하고 미리 끊어야 한다.

하코네 관광길에는 할인 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3일간 유효한 ‘하코네 프리패스’와 주중 2일간 유효한 ‘하코네 위크데이패스’가 있다. 역에 비치된 하코네 관광지도에는 한국어 안내도 있다. 이 지도만 있으면 일본어를 몰라도 하코네를 관광하는 데 큰 불편이 없다.

▼여행정보▼

◇하코네긴유(箱根吟遊) ▽홈페이지=www.hakone-ginyu.co.jp ▽위치=가나가 와 현 하코네마치 미야노시타 온천 ▽가격(1인·2인 1실 기준)=객실별로 다르다. △가제: 3만8000엔 △호시: 3만2000엔 △소라: 3만 엔 △쓰키: 4만2000엔(세금 별도 주중 요금) ▽식사=헤야쇼쿠(객실식사) ▽찾아가기(철도) △신칸센: 도쿄역∼도카이도 신칸센(45분)∼오다와라역∼하코네 등산열차(40분)∼미야노시타역∼도보 5분. △로망스카: 신주쿠역∼오다큐센∼하코네 유모토역(80분)∼하코네 등산열차(25분)∼미야노시타역∼도보 5분

◇하코네긴유 자유여행

이오스여행사(www.ios.co.kr)는 일본어를 못해도 다녀올 수 있는 자유여행 패키지를 판매한다. 항공권, 료칸 숙박(하루 2식 포함), 료칸 여행안내서(자체 제작), 여행자보험, 송영서비스 포함. 직원 한 명이 출발부터 도착까지 전담해 로밍폰으로 24시간 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출발 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길 찾기, 열차 갈아타기 등을 알려준다.

▽상품 △하코네긴유 2박(3일 일정) ①가제―140만 원 ②호시―134만 원 ③소라―129만 원 △하코네긴유 3박(4일 일정) ①가제―183만 원 ②호시―174만 원 ③소라―171만 원 △하코네긴유 2박+도쿄특급호텔 2박(5일 일정) ①가제―162만 원 ②호시―152만 원 ③소라―150만 원 △특전: 하코네 특산 니혼슈(청주) 1병 제공, 로망스카 열차(신주쿠∼오다와라역) 예약 대행. △예약 및 문의: 홍은주 과장, 엄태훈 주임. 02-546-4674

◇관련 정보 ▽한국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www.welcometojapan.or.kr) 02-777-8601 ▽현지 △가나가와 현 www.kanagawa-kankou.or.jp △하코네: 연간 1900만 명이 찾는 도쿄 서쪽 90km 거리의 산악국립공원이자 관광지. 하코네마치 관광부 한글사이트 www.hakone.or.jp, 0460-85-7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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