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특집]2억5000만 년 태고의 신비…필리핀 엘니도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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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Dream).’

현대의 도시 직장인들에게는 늘 꿈이 하나 있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다. 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조용한 섬의 한적한 해변에서 미풍에 흔들리는 야자수 잎, 그 시원한 그늘 아래 누워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원없이 게으를 수 있는 나만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소박한 꿈이 현실에서는 그리도 이루기 어려운 ‘럭셔리 꿈’이라는 데 있다. 안타깝게도.》

엘니도(El Nido).

이 섬은 그런 꿈의 무대로 삼기에 너무도 적합한 섬이다.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서남쪽으로 약 430km 떨어진 큰 섬 팔라완(Palawan)의 북쪽 끝. 아직도 개발의 때가 묻지 않아 순수한 자연의 신비가 그대로 느껴지는 순수의 섬이다. 5월 초부터는 필리핀항공이 인천에서 오전에 출발하는 편을 신설(매일 2회 인천∼마닐라 직항)해 한결 오가기가 수월해졌다. 천혜의 비경이 숨겨진 엘니도에서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릴 올여름 휴가 계획을 세워 보자.

○ 수정처럼 맑은 팔라완 바다

19인승 경비행기가 마닐라 시내의 소리아노 공항을 사뿐히 이륙했다. 그리고 1시간 30분 뒤. 비행기는 수면에 닿을 듯 말 듯 하면서 흙바닥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엘니도 공항이다. 열대 원두막형의 공항터미널에서 망고 주스로 갈증을 푼 승객들. 지프니(수공으로 만든 지프형 자동차)에 올라 해변으로 이동해 ‘방카’라는 필리핀 전통 목선에 오른다.

목적지는 ‘미니록’이라는 작은 리조트 섬.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수면 위로 불쑥 솟은 석회암 바위섬의 절경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숲을 배경으로 야자수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황금색 비치가 있는 섬에 도착한다. 그 선착장에서 노래 소리가 피어난다. 미니록리조트에 근무하는 필리핀인 스탭이 예의 천진하면서도 미소띤 얼굴로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다.

병풍 같이 둘러쳐진 절벽 아래 아담한 해변을 끼고 있는 미니록리조트. 그 앞의 바다는 수정같이 맑아 헤엄치는 수많은 열대어가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꿈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다.

○ 2억5000만 년 태고적 신비의 라군

엘니도 여행의 백미는 라군투어다. 엘니도의 라군(환초나 사주로 둘러싸여 호수처럼 잔잔한 얕은 바다)은 특별하다. 환초나 사주가 아니라 석회암의 돌섬이 오랜 세월 빗물에 용식돼 뚫린 한가운데 구멍에 형성된 바위 속 라군이기 때문이다.

스탭 한 명이 바다카약을 실은 방카로 오르라며 손짓한다. 라군투어를 떠나자는 것이다. 5분 후. 우리는 수많은 바늘로 이뤄진 돌섬 앞에 도착했다. 이 바늘바위는 석회암 용식 현상으로 생긴 것. 라군은 이 바위섬의 한가운데 있다.

개구멍처럼 드러난 스몰라군의 입구. 카약을 들이밀고 겨우 몸을 비벼서 넣듯 집어넣고 들어갔다. 그러자 진록빛의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펼쳐졌다. 하늘을 향해 뻥뚫린 이 돌섬의 한가운데로. 이 구멍이 뚫린 데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2억5000만 년. 그 긴 세월을 말해 주듯 라군의 풍경은 우리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묘한 모습이다.

스몰라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정적이다. 가만히 있으니 정말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태곳적 정적이라는 표현이 실감난다. 석회암 바위에 갇힌 옥빛 바다. 카약을 저어 더 깊숙이 들어간다. 마치 외계에 온 듯 기괴한 느낌이다. 태초의 신비를 탐험하는 느낌이 이리도 좋을 수가 없었다.

엘니도에는 크고 작은 섬 45개가 있다.

그중 리조트 섬으로 개발된 곳은 미니록과 라겐 두 곳. 나머지는 대부분 무인도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비치도 많아 원하면 그곳으로 데려다 준다. 무인도 하나를 통째로 빌려 맑디 맑은 바다에서 오로지 둘이서 오붓하게 스노클링을 즐기는 호사는 엘니도에서만 가능하다.

○ 해양스포츠의 전국 엘니도

엘니도는 스쿠버다이빙의 천국이다. 200종 이상의 열대어, 100종 이상의 산호가 사는 멋진 바다 덕분. 특히 코론 섬과 부수앙가 섬 인근 바다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침몰당한 일본 군함이 많은데 십렉(shipwreck·침몰선)은 고기 집으로 그만이어서 다이빙 코스로는 최고다.

미니록리조트의 다이빙 강습은 매우 체계적이다. 3, 4명의 다이브마스터가 상주하며 초보를 위한 기초교육부터 강습한다.

마스터의 안내를 받아 함께 리조트 해변 앞의 3∼5m 깊이에서 다이빙 체험을 한다.

○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인 미니록과 라겐

엘니도 최초의 섬 리조트인 미니록(1982년 개장)은 예쁜 해변에 필리핀 전통의 트로피컬 샬레(원두막) 스타일의 숙소가 있다. 반면에 좀 더 나중에 개장한 라겐은 오버워터코티지(수상방갈로) 숙소에 비치 대신 야외풀을 갖춘 유러피언 스타일.

모두가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건설한 생태 휴양지다. 이 두 리조트는 팁을 포함해 일절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 시스템으로 운용한다. 객실 수는 미니록이 43개, 라겐이 51개이며 스탭은 총 90∼100명. 고객 한 명을 직원 한 명이 맡는 셈이어서 서비스의 품질도 높은 편이다.

엘니도(필리핀)=배태악 기자 taeak@donga.com

▼여행정보▼

◇교통편 ▽항공로 △인천∼마닐라=직항편 운항(3시간 40분 소요) 중. 필리핀항공은 매일 2회(오전 8시 30분, 오후 8시 20분). 부산∼마닐라는 주 4회(수목토일) 운항. △마닐라∼엘니도=소리아노 공항에서 19인승 경비행기 운항. 1시간 30분 소요. 엘니도공항∼미니록리조트는 방카로 45분 소요.

◇화폐=페소. 1페소는 약 20원.

◇엘니도의 환경보호정책=필리핀 정부에서 철저하게 보호를 하고 있어 산호를 꺾는 행위는 절대 금지. 쓰레기를 함부로 버렸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여행 상품=4박 5일 일정의 패키지상품 판매 중(6∼8월 중) △미니록 워터코티지(2박)+라겐 워터코티지(2박)=180만 원 △미니록 가든코티지(2박)+라겐 워터코티지(2박)=172만 원 △마닐라(1박)+미니록 워터코티지(3박)=152만 원 선

◇문의 ▽필리핀관광청(www.wowphilippines.or.kr)=02-598-2290 ▽필리핀항공(www.philippineair.co.kr)=02-774-3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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