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라비는 태국 남부의 신흥 관광지. 방콕에서 남쪽으로 820km 거리에 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푸껫과는 170km 거리에 있다. 아직 덜 알려진 덕분에 번잡하지 않고, 그래서 청정한 자연에서 한적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미국 영화 ‘컷스로트 아일랜드’ ‘더 비치’의 주요 장면이 끄라비 해안에서 촬영됐다는 점도 알아두면 선택에 도움이 된다.
○ 유유자적의 참맛 호핑투어
이른 아침, 리조트를 감싼 열대림을 누비는 새들의 합창에 깨어난다. 끄라비를 품은 바다는 안다만 해. 크고 작은 130여 개의 섬이 병풍처럼 바다를 에워싸고 있다. 수억 년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석회암 섬들. 섬마다 그 표피에 싱그러운 열대수림을 짊어지고 있다. 수면 위로 불쑥 솟은 기암절벽 바위섬은 그 밑동이 파도에 침식돼 버섯머리처럼 잘록하다. 그 아래에 드리워진 코발트빛 바다. 그 속에 형형색색 열대어가 가득하다.
숙소인 라야바디 리조트의 해변에서 떠난 쾌속선. 인근 치킨섬과 포다섬으로 뱃놀이 소풍길에 올랐다. 멀지 않은 바다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낚시도 하고 스노클링도 하는 유유자적을 이곳 사람들은 ‘호핑(hopping) 투어’라고 부른다. 호핑 투어에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어떤 이는 물안경을 끼고 수심 10여 m 바다 속으로 풍덩 잠수하며 스노클링을 즐긴다. 노련한 가이드가 늘 곁에 있어 안전하다. 책을 읽거나 무연히 상념에 빠지고 싶으면 섬 그늘에 수건을 깔고 드러눕는다.
스노클링을 택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니모(물고기)의 고향이 이곳이라니 당장에 만나 보고파서다. 밝은 형광색의 앙증맞은 니모 한 마리가 어깨를 스치고 유유히 지나간다. 배를 탄 일행이 주변에 빵 조각을 던지자 숱한 열대어가 우글우글 모여든다. 물안경을 쓰고 물에 잠겨 잠시 물고기와 친구가 된다.
선상에서 즐기는 점심. 리조트 측이 마련해 준 음식 맛이 기막히다. 점심을 여유롭게 즐긴 뒤에는 산책을 하거나 낮잠에 빠진다. 남국의 휴식은 스스로를 비우는 시간이다. 비워야 뭔가 다시 채울 수 있으니까. 텅 비움과 충만이 어깨를 맞대고 함께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섬마다 곱디고운 순백의 모래밭이 길게 뻗어 있다. 에메랄드 빛 바다 위에 하얀 햇빛 조각이 날카롭게 튕겨 나온다.
○ 일몰 장관에 이어 펼쳐지는 천둥번개 쇼
다음 날. 코코넛나무 그늘 밑 나무벤치에 앉아 해풍의 간지럼을 즐긴다. 파란 하늘엔 구름기둥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솜사탕처럼 부푼 구름은 정지한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팽창하고 흩어진다. 남국을 찾는 이유 중 하나. 그것은 그늘의 낭만을 즐기는 것이다. 안다만 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이 파도 소리와 버무려진다.
아무 생각 없이 풍광을 즐기는 것도 끄라비가 주는 선물이다. 마음의 긴장을 풀며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킨다. 그러면 이런 저런 상념이 한 꺼풀씩 떨어져 나간다. 개운하기 그지없다. 일상탈출이 주는 이 기쁨. 지루하면 코앞에 펼쳐진 풀장에 뛰어들거나 그 너머 바다로 달려가면 된다.
끄라비 리조트 방문객의 90%가 유럽권 관광객이다. 라야바디 리조트의 스태프 배준용 씨는 나머지 10%의 절반이 놀랍게도 알음알음 물어 찾아온 한국인 신혼부부라고 귀띔해 준다. 인터넷 여행정보를 직접 검색해 허니문을 왔다는 이윤호(35·회사원) 씨 커플은 일부러 한국 관광객의 왕래가 적은 곳을 찾아 여기에 왔단다. 신부 이정심 씨도 모든 게 만족스럽다면서 “별 다섯 개 중에 네 개 이상을 주겠다”며 환히 웃는다.
라비리조트에서 할 수 있는 해양스포츠도 다양하다. 바다카약, 윈드서핑, 산호초탐험, 무인도피크닉 등을 미리 신청하면 모두 할 수 있다. 주변의 기암절벽을 오르는 암벽타기도 인기다. 대부분 리조트는 제각각 독특한 스파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허브를 이용한 태국 마사지, 명상음악을 들으며 체험하는 아로마 테라피도 있다.
끄라비(태국)=김용길 기자 harri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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