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인 아프리카와 달리 40도를 넘나드는 터키 이스탄불은 오전 7시부터 해가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터키에서 첫날.
이스탄불 거리를 전부 뒤졌건만, 도대체 문을 연 공연장이 없었다.
공연장 입구마다 적힌 터키어 안내 문구를 그림 그리듯 적어 현지인에게 보여 줬다.
아! 그건 이런 뜻이었다.
‘시즌이 끝났습니다. 다음 시즌에 만납시다.’》
○ 허리 돌리기 등 현란하고 격렬한 동작의 연속
터키의 공연은 ‘올 스톱’이었다. 2주 전 ‘이스탄불 재즈 페스티벌’을 끝으로 모든 공연장이 2, 3개월간 긴 여름방학(?)에 들어갔단다. 터키의 공연장은 냉방 시설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여름에 실내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문을 아예 닫는다는 거다. 아프리카의 매력에 흠뻑 빠져 일정에 없던 세렝게티 초원을 다녀온 게 화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공연장이 문을 닫다니…. 하지만 며칠간 터키의 무더위를 겪어 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차피 공연도 못 보게 된 김에 나는 터키의 또 다른 자랑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바로 벨리댄스(Belly Dance)다. 흔히 ‘배꼽춤’으로 알려진 벨리댄스는 원래 이집트가 발생지이나 한국에는 터키 식 벨리댄스가 더 잘 알려져 있다. 이집트 벨리는 손끝 동작까지 섬세히 표현하는 반면, 터키 벨리는 몸의 리듬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한마디로 더 격렬하고 신난다.
이미 아르헨티나에서 탱고수업으로 한 차례 다져진(?) 몸. 국가공인 수료증까지 발급한다는 한 벨리댄스 코스를 찾아갔다. 벨리댄스의 기본은 허리다. 예쁜 벨리선생님은 내게 동작 하나하나를 설명하면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동시에 죄다 돌려가며 말했는데, 앉은 자세에서도 어찌나 몸을 잘 비트는지 허리를 돌리는 그녀가 마치 젖은 빨래처럼 보였다.
벨리댄스 의상의 평균 노출 정도는 이렇다. 가슴 반 노출, 허리 전부 노출, 양옆이 엉덩이까지 절단된 힙스카프 착용, 다리 전부 노출. 참으로 시원하지 않은가. 남자인 나의 통역은 결국 선생님에게 한마디를 듣고야 말았다. ‘바나 바크마!(Bana bakma!)’ “그만 좀 쳐다보세요!”란다.
○ 전신을 고루 움직이는 스포츠댄스로 각광
무대의상같이 화려하고 예쁜 벨리댄스 의상을 갖춰 입은 선생님은 내게도 입어 보라고 자신의 의상을 빌려 줬지만, 슬프게도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벨리의 모든 동작의 마무리는 손끝과 발끝의 정지와 함께 이루어진다. 손끝과 발끝이 정지되는 순간,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손끝과 발끝을 펴고 접는 연습을 며칠 동안 계속 했는데, 길고 두툼한 어묵 같은 내 손가락들은 아무리 우아하게 끝을 들어올려도 우스꽝스럽기만 했다.
이어 골반 돌리기를 배우면서 나는 결국 수료증을 포기하고 말았다. 서서 좌우 180도씩 자유자재로 골반을 돌리는 프로 벨리댄서들과 나는 선천적으로 다른 것 같았다. 벨리댄스는 좌우로 짧게 끊어 반복적으로 골반을 흔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엉덩이 부분에 촘촘하게 부착된 동전 모양의 액세서리들이 사정없이 찰랑거리도록 말이다.
골반 돌리기 동작은 ‘힙서클(hip-circle)’과 ‘힙바이시클(hip-bicycle)’이 대표적이다. 힙서클은 골반을 평형으로 360도 돌리는 적당히 섹시한 동작이고, 힙바이시클은 골반을 자전거 페달 밟듯이 아래위로 둥글게 돌리는 엄청나게 끈적끈적하고 오묘한(?) 동작이다. 엉덩이를 뒤로 쭉 뺀 채, 자전거를 탈 때처럼 아래위로 골반을 돌리라는데, 어디가 허린지 골반인지 구분이 안 가는 나의 몸뚱이는 꿈쩍도 안했다. 내 평생 춤 배우며 속상해 보긴 처음이었다.
한국에서도 요즘 벨리댄스가 전신을 고루 움직이는 스포츠 댄스로 각광을 받고 있듯이 이곳 여성들도 벨리댄스를 운동처럼 즐긴다고 했다. 벨리댄스 강습소에서 만난 멜리사라는 젊은 여성은 신이 나서 춤추며 말했다.
유경숙 공연기획자 prniki1220@hotmail.com
▼터키전통 그림자극 ‘카라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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