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행객 3년새 3.4배 폭발적으로 증가
“가볍게 즐기자…” 소수고액→다수소액 고객 늘어
하룻새 수억 잃는 사람도… 年1조원 ‘베팅’ 추정
마카오 W카지노의 24층 VIP룸. 테이블마다 고객이 들어찼는데 한쪽에서 한국말이 들렸다. "아이고 아깝다" "이런, 이런."
한국인 5명이 '바카라'(카드 2~3장 숫자의 끝자리 합으로 승부하는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판에 수 백 만원씩을 눈 깜짝하지 않고 걸었다.
기자가 15일 오후9시 찾아갔을 때 한국인 매니저는 "VIP룸 1, 2개 테이블은 한국인이 차지한다. 1인당 3000만 원에서 2억 원 정도를 갖고 와서 즐긴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5시경 S카지노 VIP룸에서는 한국인 고객이 30분 만에 17억 원을 잃었다고 카지노업소 관계자가 귀띔했다. 이 한국인은 중국 선전(深川)에서 전자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급증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가히 폭발적입니다"라고 표현했다.
마카오 카지노산업은 '세계 관광시장의 블랙홀'로 불린다. 마카오 통계조사국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은 올 들어 2월말까지 6만9497명.
지난해 같은 기간(4만2513명)보다 63.5% 늘었다. 처음으로 일본인 관광객(5만9366명)을 앞질렀다.
올해 한국인 관광객은 35만 명으로 예상된다. 2006년에는 16만2709명, 지난해에는 22만5417명이었다. 상당수가 카지노를 찾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고액 배팅을 하는 '큰 손'외에도 적은 돈으로 카지노를 즐기는 관광객이 점점 늘고 있다.
파라다이스카지노의 마카오 매니저인 이수철 씨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전문 도박꾼 보다 카지노 게임을 가볍게 즐기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16일 오후 베네시안 카지노. 스위트룸급 객실 3000개와 보잉747 항공기 100대가 들어갈 수 있는 매장 곳곳에서 한국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남성은 여성 동반자와 함께 테이블에서 중국인들을 압도하며 바카라 게임을 리드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관광객은 "한국에서 조그만 기업체를 운영하더라도 수백만 원의 접대비가 필요하다. 술 마시며 몸 버리는 것 보다는 카지노게임 즐기고, 따면 명품을 사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카지노업계는 한국인이 마카오 카지노에 쏟아 붓는 돈을 연간 1조 원으로 추정한다.
마카오 윈 카지노의 이성휘 이사는 "국내에서 카지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인이 외국으로 빠져 나간다"며 "도덕성과 투명한 시스템을 갖춘 내국인출입 카지노를 한국정부가 검토해야할 단계"라고 말했다.
마카오=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내국인 카지노는 황금알 낳는 거위” 지자체 유치 경쟁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를 허가받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이 뜨겁다.
전북 새만금 사업, 인천경제자유구역, 전남 J프로젝트, 부산 진해 경제자유구역에서 카지노는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국내 16개 외국인 전용카지노 가운데 8개가 밀집한 제주는 내국인출입(또는 관광객전용) 카지노에 목을 매다시피 하고 있다.
경영난을 겪는 제주의 카지노업계는 내국인출입 카지노의 허가가 나오면 지분의 50% 이상을 무상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내국인이 이용가능한 카지노는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2000년 문을 열었는데 특별법으로 2015년까지 운영한다.
지자체는 카지노를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한다. 매출액의 일부를 세금이나 기금으로 손쉽게 거둘 수 있어서다.
제주지역 카지노발전협의회 김상우 사무국장은 "국내 카지노사업에 개방과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야 관광객을 더 끌어들일 수 있다. 새로운 변화가 시도되지 않으면 한국 카지노사업은 여전히 영세성을 면치 못한다"고 말했다.
내국인용 카지노 신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만만치 않다.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들려 한다는 비판이 강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14일 강원도에서 "내국인카지노 허용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허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시설을 개선하는 곳도 있다.
카지노 개발 및 컨설팅 전문그룹인 미국 길만그룹은 제주시 연동 남서울호텔과 카지노를 430억 원에 인수해 명칭을 '더 호텔'로 바꾸고 리모델링을 하는 중이다.
세계적 수준의 카지노 운영시스템을 도입해 중국지역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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