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디자인 세련된 출퇴근용 ‘시티 바이크’ 붐

  • 입력 2008년 3월 28일 03시 01분


레저에서 일상으로… 나는 자전거와 열애중

《윤현숙(53) 씨는 23일 아들에게서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받았다. 자전거를 갖게 된 윤 씨는 봄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이날 바로 한강 둔치로 자전거를 타러 갔다. 그는 “아들이 자전거 타는 데 따라갔다가 이 자전거를 보고 너무 예뻐서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윤 씨가 생일 선물로 받은 자전거는 ‘엑스 워커’. 일본의 ‘17 바이시클’사가 만든 자전거로, 타이어 지름이 성인 한 뼘 길이인 8인치밖에 안 되는 독특한 모양이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집에서 방배동 화실까지 승용차로 다녔지만 앞으로는 이 자전거를 타고 다닐 생각이다. 동네 근처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장을 보러 갈 때도 차는 집에 세워 두고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dongA.com에 동영상》

○도시형 자전거 ‘벨로’ 구입 봇물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사는 만화가 조모(35) 씨는 중형차 한 대 값과 맞먹는 가격의 자전거를 갖고 있다. 영국 알렉스 몰턴사에서 만든 ‘더블 파일런’이란 제품으로 국내 판매가는 2000만 원이다. 조 씨는 “좀 더 좋은 자전거를 타고 싶어 이렇게 비싼 자전거를 사게 됐다”며 “손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1년에 25대만 생산돼 소장 가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로 강의하러 갈 때만 차를 이용하고 그 외에는 이 ‘승용차급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탄천에서 운동을 할 때나 야식을 사러 갈 때, 근처에 있는 친구 작업실을 갈 때 자전거는 유용한 이동 수단이다.

자전거가 도시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자출사’라는 말이 흔할 정도로 자전거 출퇴근족(族)은 흔해졌다. 한강변에 가면 뛰거나 산책 하는 사람뿐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다. 대형 마트에도 자전거 주차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주말이 되면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탔던 자전거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촬영·편집=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박영대 기자

도시 사람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는 자전거는 산악용 자전거(MTB)가 아니라 도심에서 타기 좋은 ‘시티 바이크’다. 독특하고 예쁜 모양, 상대적으로 작은 바퀴, 가볍고 손쉽게 접혀서 휴대가 가능한 간편성 등이 MTB와 구분되는 시티 바이크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시티 바이크가 바퀴 지름이 20인치 미만인 자전거를 일컫는 ‘미니 벨로’다. 작다는 뜻의 영어 미니와 자전거를 뜻하는 프랑스어 벨로(Velo)의 합성어인 미니 벨로는 크기가 일반 자전거의 반 정도 된다. 접으면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60cm에 불과해 지하철이나 버스에 들고 탈 수도 있다.

시티 바이크가 각광받으면서 MTB를 타던 사람들도 ‘세컨드 바이크’를 갖는 게 유행이다. 출퇴근용 차량이 있는 사람들이 레저용 차량을 세컨드 카로 갖는 것과는 반대로 레저용 자전거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도 탈 수 있는 시티 바이크를 세컨드 자전거로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3년 된 MTB를 갖고 있으면서 1월 미니 벨로를 구입한 회사원 민태연(39) 씨는 “동네에 있는 공원에 갈 때 MTB를 타고 가면 꼭 출근할 때 트럭 몰고 가는 것 같다”면서 “미니 벨로가 예뻐서 하나 샀다”고 말했다.

시티 바이크가 도시인의 일상으로 파고 든 첫 번째 비결은 디자인에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미니 벨로 열풍을 일으킨 영국제 스트라이다의 인기 비결은 깜찍한 디자인이다. 차체가 삼각형인 스트라이다는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삼각형’으로 불린다. 스트라이다 수입회사인 산바다스포츠 정동훈 대리는 “자전거 모양이 독특하면서도 예뻐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면서 “기능까지 우수해 자전거에 별로 취미가 없던 사람들까지도 자전거를 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접는 기능 더해져 더욱 편리

편리한 기능도 한몫했다. 기존 MTB도 접히기는 하지만 접었다 폈다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냥 편 채로 집에 보관하기 일쑤다. 하지만 미니벨로는 MTB보다 접기가 훨씬 쉽다. 일본산 오리 바이크는 10여 초 만에 접을 수 있는 자전거로 유명하다. 국산 제품도 1분 안에 접을 수 있는 제품이 나와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바지가 체인에 끼거나 기름때가 묻는 것이다. 자전거를 탈 때 몸에 꽉 끼는 옷을 입는 것은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체인에 옷이 끼거나 닿기 때문이다. 스트라이다는 쇠로 된 체인 대신 고무벨트를 사용한다. 덴마크 바이오메가 사에서 만든 자전거 중에는 아예 체인이 없는 모델도 있다. 페달을 밟았을 때 체인 대신 톱니바퀴가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자전거 구입할 때 유의할 점▼

경사 진 곳은 전동 하이브리드, 환승땐 접이식

자전거를 살 때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용도다. 일상생활용 자전거부터 다목적 산악자전거, 도로 사이클까지 용도에 따라 다르게 설계되고 생산되기 때문에 이용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 출퇴근용은 거리, 코스 따져서 사야

자전거는 가격대가 5만 원 미만의 저가형부터 2000만 원이 넘는 ‘승용차급 자전거’까지 다양하다. 집 주변에서 산책하거나 10km 안팎의 거리에서 운동할 생각이라면 10만 원 대 생활자전거면 충분하다. 험한 산길을 즐기고 싶다면 50만 원 정도는 투자할 생각을 해야 하고, 하루 100km 이상 달릴 생각이라면 100만 원 정도는 들여야 한다. 출퇴근용은 출퇴근 거리와 코스 상태, 대중교통과의 연계 여부 등 세부적인 것까지 따져야 한다.

최근에는 바퀴 지름이 20인치 이하인 ‘미니 벨로’가 출퇴근용으로 인기다. 접을 수 있는 접이식 미니 벨로는 휴대하기 쉽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 있을 경우에는 전기 모터가 달려있는 전동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좋다. 충전식 배터리가 갖춰진 전동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오르막에서는 모터가 작동해 뒤에서 누군가가 밀어주는 것처럼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야마하 전동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150만 원 정도 한다.

100만 원이 넘는 전동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부담스럽다면 27단 기어가 달린 제품을 고르면 된다. 기어가 27단인 자전거는 경사가 심한 고갯길도 평지 정도의 힘만 들이면 올라갈 수 있다. 레저용이라면 산과 평지 중 어디에서 주로 탈 것인지를 결정한다. 산에서 탈 생각이라면 산악용 MTB를, 평지용이라면 MTB와 경주용 자전거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좋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MTB형 차체에 일자형 핸들과 얇은 타이어를 장착해 MTB보다 가벼우면서 승차감은 좋다. 자전거 크기도 중요하다. 자전거는 안장에 앉을 때 발이 지면에 닿을 정도의 높이를 골라야 한다. 자전거는 바퀴 사이즈에 따라 운동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장에 맞는 바퀴 사이즈를 골라야 한다.

○ 시티 바이크 전문 매장도 생겨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 중에는 MTB 동호인이 많아 규모가 큰 매장은 대부분 MTB 전문이다. 최근 들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시티 바이크 전문 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르 벨로(02-3142-0126)는 몰턴과 바이오메가 등 유럽산 시티 바이크를 전문으로 취급한다. 10만 원대 제품부터 2000만 원대 제품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갖춰 놓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 비에이스포츠(02-521-5095)는 미니 벨로 전문 자전거 매장이다.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이티 바이크(02-541-0055)에서는 일본산 자전거를, 플러시 바이시클(02-3018-3960)에서는 유럽식 자전거를 볼 수 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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