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영의 포토에세이] 연초록 비단 깔아놓은 ‘그들의 낙원’

  • 입력 2008년 5월 22일 08시 28분


티베트의 너른 들판에서 만난 마차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간체로 가는 도중에, 일가족이 수레를 타고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백마가 끄는 마차였습니다. 밀짚모자 따위를 단정하게 쓴 차림새로 보아 읍내의 장에 가는 것 같았습니다. 연초록 들판이 바람에 일렁이고 유채꽃 향기가 코끝으로 밀려왔습니다.

문득 ‘낙원’이 생각났습니다. 불심에 의지해 순박한 삶을 이어온 그들에게 밀,보리,유채 등을 풍족하게 경작할 수 있는 티베트고원의 너른 들판은 분명히 낙원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그들의 전통적인 삶과 가치는 타의에 의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요즘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티베트인(장족)들의 절규가 들려오는 듯해서 목가적 풍경 하나를 골라 보았습니다. 지난해 칭짱철도 개통으로 중국의 지배계층인 한족이 티베트의 수도 라싸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라싸의 상권은 한족이 차지하고 장족은 사회의 바닥 계층으로 전락해가고 있지요. 심지어 택시운전도 거의 한족 차지입니다. 한때 당나라를 위협했던 막강 토번국의 후예들이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인간성과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그들의 선량한 풍습이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도 영구히 유지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글·사진 이두영|여행작가·한국공간정보통신고문 alps2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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