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심사 때 판독 안 돼 봉변당할 수도
올해 8월 25일부터 발급되는 새 여권의 행정적인 유효 기간은 10년이다. 하지만 내부에 삽입되는 핵심 전자 부품의 수명은 이보다 훨씬 짧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5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앞으로 모든 여권의 뒷면에는 ‘전자태그(RFID)’라는 작은 칩이 삽입된다. 외교부는 여기에 성명, 생년월일, 여권번호, 만료일, 얼굴 사진 등을 디지털 정보 형태로 담아 여권의 진위를 가리는 주요 수단으로 쓸 계획이다. 현재 36개국이 사용하는 ‘전자여권’이다.
문제는 RFID 칩의 내구성. 강한 충격이나 정전기에 자주 노출되면 고장이 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세게 구부리거나 가전제품 가까이에 놓으면 망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보인권단체인 진보네트워크센터 김승욱 간사는 “이미 전자여권을 도입한 영국은 품질 보증기간을 2년 정도로 짧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2년이 지나면 RFID의 정상 작동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스마트카드 김영환 연구원은 “본래 RFID 칩의 품질 기준은 10년 이상 사용, 읽기 및 쓰기 50만 회”라며 “그러나 잘못 보관하면 RFID 칩과 연결된 안테나가 접촉 불량을 일으키는 등 이보다 일찍 고장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RFID가 손상됐는지를 여행객은 바로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 현재 국내에는 일반 여행객을 위한 RFID 감지기를 갖춘 공항이 없다. 당분간 한국 여행객들은 다른 국가의 입국 심사대 앞에 가서야 자신의 RFID 칩이 정상적으로 읽히는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RFID 칩이 망가져 판독이 안 돼도 육안 심사와 인터뷰를 통과하면 다른 나라에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다”며 “기술제공회사에 ‘10년 수명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해 놓은 상태이며 품질은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께하는 시민행동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전자여권이 널리 보급돼 지금보다 사용이 대중화된 시점이 되면 RFID 칩이 고장 난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는 여행객은 입국 심사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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