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휴가지로 아직 똑 부러진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신 분.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한 시간 거리(34km)의 승봉도
(인천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는 어떠실지.
내세울 것이라면 때 묻지 않은 자연인데 은빛모래 해변과
소박하지만 깔끔한 숙소, 편리한 교통편도 자랑거리다.
보트로 15분 거리의 무인도인 사(沙)승봉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 섬의 매력은 길이 4km, 폭 2km의 거대한 은빛 모래해변이다.
사구사막을 방불케 하는 해변에서 인공의 흔적이라고는
카메라가 설치된 철제구조물 하나뿐.
썰물 때 드러나는 모래톱 ‘풀치’도 숨겨진 보석이다.
올여름 해운사가 직접 운영하는 당일 및 1박 2일 패키지투어 상품으로
편안히 다녀올 수 있는 서해안의 때 묻지 않은 섬, 승봉도로 여행을 떠난다.》
오전 9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부근의 현대마린 선착장. 카페리 용주2호가 승봉도를 향해 출항했다. 서남쪽으로 34km. 한 시간 거리다. 20분쯤 지났을 즈음 3층 갑판이 떠들썩했다. 공사 중인 인천대교를 보고 지른 함성이다. 그 모습, 대단했다. 멀리 영종도와 반대편 인천의 송도국제도시 사이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18.245km 길이의 콘크리트 다리. 교각 수만도 188개나 된다.
승봉도로 이어지는 서남쪽 뱃길. 도중에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섬을 지난다. 배의 오른쪽을 보자. 영종도, 이어 실미도와 붙다시피 한 무의도, 팔미도가 차례로 나타난다. 팔미도는 1903년 일제가 국내 최초의 등대를 세운 섬이다. 조금 후 왼쪽에는 대부도를 배경으로 영흥도가 나타나고 배의 우현으로는 자월도도 보인다. 그 즈음에서 정남을 향하면 승봉도다.
승봉도에서 나를 맞아 준 이는 ‘선창휴게소’의 주인 남자였다. 그는 25인승 버스를 몰고 나와 일행을 섬 곳곳에 데려갔다. 고기잡이보다는 농사가 주업이고 한때는 한 해 농사로 세 해를 지낼 만큼 부자 섬이었다는 말, 예순여덟 가구가 살아도 상당수는 노인만 있으며 지난 40년 동안 섬의 행정주소가 일곱 번이나 바뀌었다는 등등….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살아온 이 섬 토박이답게 그는 소소한 이야깃거리로 내 호기심을 채워주었다.
승봉도는 작다. 그런데 그런 섬치고는 볼 것이 많았다. 섬 지형의 주맥을 이룬 야트막한 당산(堂山)은 수림에 뒤덮여 한여름 땡볕을 피하기에 그만이었다. 섬사람들은 그 숲 한가운데로 길을 내고 삼림욕장 팻말을 붙여 두었다.
숲을 벗어나 찾은 곳은 한 해변. 역시 어떤 인공의 흔적도 없었다. 모래사장에는 작은 돌과 더불어 조개껍데기가 많았다. 그 해변의 끝에 이 섬 최고의 비경이 숨겨진 ‘작은 섬배’라는 아담한 몽돌해변이 있다. 비경이란 ‘남대문 바위’ 혹은 ‘코끼리 바위’라고 불리는 아치형 바위다.
선착장 쪽의 이일레 해수욕장은 한여름 휴가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작은 섬에 어울리지 않게 드넓은데 은빛모래가 눈부시게 빛났다. 정면으로 대이작도가, 그 왼쪽으로 사승봉도가 보이고 뒤로는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언덕이 해변을 감싸 안고 있었다. 한여름에는 파라솔도 들어서고 수상레포츠도 운영된다고 했다.
민박 등 숙소는 버스가 오가던 길가에 주로 보였다. 깔끔하게 단장돼 인상이 좋았다. 인천에서 가까워 평소에도 바다낚시 관광차 찾는 사람이 많은 편. 현재 민박집은 20여 곳, 객실은 총 270실이나 된다. 특이한 것은 전망 좋은 해안언덕에 자리 잡은 동양콘도(150실)다. 서해 섬의 유일한 콘도라는데 시설은 좀 낡았어도 낙조를 객실에서 감상할 수 있는 위치여서 인기가 좋다. 펜션형의 숙박시설도 있다.
사승봉도를 향해 배가 떠났다. 이 섬에는 선착장이 없다. 그래서 일반 배는 접근이 어렵다. 그러나 용주2호는 배 밑이 편평한 카페리여서 모래밭에 댈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상륙한 사승봉도. 말로만 들었던 4km 해변은 예상보다 광대했다. 해변은 조류에 쓸려와 쌓인 모래에다가 바람에 실려와 쌓인 고운 모래로 형성된 사구가 뒤섞인 형국. 그래서 풍경 또한 특이하다. 사구해변을 뒤덮은 풀밭이 그 핵심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해변의 모래밭은 점점 더 넓어졌다. 썰물 덕분인데 동시에 해변 앞의 풀치도 모습을 드러냈다. 풀치란 사승봉도 해변과 연결된 거대한 모래톱. 밀물 때 잠겼다가 썰물 때면 나타나는 고운 모래의 사주(沙柱)다. 물이 완전히 빠지면 해변에서 걸어들어 갈 수도 있다지만 아쉽게도 배 귀항시간 때문에 그 기막힌 체험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찾아가기 ▽승봉도=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 이용(인천항 출발 오전 8시∼오후 3시). 쾌속선 50분, 페리 1시간 50분 소요. 선박 운항시간표는 승봉도닷컴(www.myseungbongdo.co.kr)에서 확인. ▽사승봉도=승봉도에서 어선 대절 혹은 현대마린의 패키지 상품 이용.
◇현대마린개발㈜=선박운항사로 ‘서머 바캉스’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섬 여행 패키지 상품 판매 중. 26일∼8월 10일 매일 운항. www.happyisland.co.kr 032-885-0001 ▽사승봉도(하루 일정)=5만5000원(어린이 3만3000원). 선상특식 및 바비큐(총 2회) 포함한 사승봉도 해수욕 패키지 ▽사승봉도 캠핑=배삯만 12만5000원(2인). 텐트 등 장비 제외 ▽승봉도+사승봉도(1박 일정)=23만3000원(2인). 추가 1인당 7만2000원(어린이 5만9000원). 버스투어, 사승봉도 해수욕, 동양콘도 숙박 ▽선착장=인천 중구 항동7가 60-1
◇숙소 ▽선창휴게소=슈퍼, 회 식당, 노래방, 낚싯배(3척) 운영. 객실 25개(100명 동시 수용 규모). 32평형 객실(방3+거실+부엌+화장실) 주말 15만 원, 주중 12만 원(성수기). 버스로 선착장 마중 및 배웅. www.isunchang.com 032-831-3983 ▽민박 안내 사이트 △서해안 섬: www.wsi1950.com △승봉도닷컴: www.myseungbongd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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