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비공식으로 사건의 성격을 언급한 것은 박 씨 사건의 파문을 축소하고 외화벌이용 남북 민간 교류는 계속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북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사건을 적당히 수습해 보려는 술책이라고 보는 편이 맞지 않을까.
정보 당국이 입수했다는 정보 자체도 신빙성이 없다. 금강산 일대에 주둔하는 인민군 부대에는 여군이 없다는 것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탈북자의 지적이다. 만에 하나 있더라도 갓 입대한 여군이 새벽 시간에 그것도 대남 일선에서 보초를 섰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건 경위에 대한 이 같은 정보가 사실이라 해도 충격적이다. 북이 도대체 군인을 어떻게 훈련시켰으면 17세 소녀가 비무장으로 관광 중인 동족에게 총질을 할 수 있는가. 비인도(非人道) 비인간적 북한 체제의 단면과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의 허구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미확인 정보의 내용을 언론에 확인해 준 것이 만에 하나라도 사건을 조기 수습해 보려는 시도라면 중대한 실책이고 오판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그제 “박 씨를 먼저 발견한 한 초소에서 17세의 어린 여군이 공포탄 1발을 발사했고, 이 초소보다 북측 지역 안쪽에 있던 다른 초소의 군인이 공포탄 소리에 놀라 박 씨를 향해 실탄 3발을 발사했다”고 좀 더 구체적인 언급까지 했다. 북의 주장에 대한 국내 여론 떠보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놀라서’ 쏜 총 3발 중 2발이 박 씨에게 명중했다는 얘기도 믿기 어렵다.
이 사건은 남북이 공동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 처벌과 사과 및 재발 방지책 마련까지 하지 않고는 해결된 것이 아님을 우리 정부부터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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