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sure]참살이 여행의 절정 ‘홍성축제’

  • 입력 2008년 9월 19일 02시 55분


《여름이 이제 물러섰다. 춘추(春秋)가 짧아졌다지만 가을이다. 늘 그렇듯 가을은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춰주는 과속방지턱과 같다. 사유의 계절이자 여행의 계절이다. 여행 도중 맛난 것으로 배를 채워 겨울 채비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충남 홍성군은 바로 이런 것을 채워주는 곳이다. 비릿한 생선 내음의 궁리포구에서 서해를 바라보면 잿빛 바다로 빨려들 것만 같다. 요즘이 한철인 천수만의 대하는 당신을 유혹한다. 여행의 피로는 온천에서 풀고 돌아가는 길에 광천 토굴 새우젓과 재래 김을 챙기자. 참살이 여행의 절정을 맛본다.》

● 충절의 본고장

조선후기 실학자이자 지리학자였던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충남 서해안 중 서천에서 당진까지 이르는 8개 시군을 ‘내포(內浦)’라 불렀다.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 들어오는 지형을 일컫는 말이다.

내포문화는 공주 부여처럼 백제 왕도문화와는 달리 소박한 삶이 묻어나는 서민문화다. 홍성은 내포문화권의 중심에 있다. 그런 탓인지 홍성에는 나라가 어렵던 시절, 몸을 던진 사람이 많다. 홍성으로의 여행을 ‘역사기행’이라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에서 승용차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갈산면 행산리는 백야 김좌진 장군이 태어난 곳이다. 백야기념관에서 호랑이 눈 같은 백야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전율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나도 몸을 바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나온다.

호명학교를 세운 후 학생을 가르쳤던 청년 김좌진, 독립자금을 모금하다 체포된 후 만주로 망명해 독립군으로 생을 마감한 장군의 일생….

자녀에게 현장답사보다 더 좋은 교육이 무엇일까.

백야가 탤런트 송일국 씨의 외증조부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자녀의 지루함도 달랠 것이다. 백야보다 10년 먼저 태어난(1879년) 만해 한용운 선생 생가도 백야 생가와 승용차로 불과 10분 거리인 결성면 성곡리에 있다. 생가 뒤편 산자락에는 민족시인 20명의 시가 새겨진 공원이 있다.

단체로 찾아가면 홍성군(041-630-1224)에서 문화해설가가 나와 직접 설명해준다.

● 소금으로 굽는 고소한 대하

‘새우 중의 새우’인 대하(大蝦)가 서해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잡혔지만 당시에는 구경조차 힘들었다. 전량 수출을 해서 일본 사람 몫이었기 때문. 20년이 흐른 뒤에야 대하를 맛볼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대하는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이 최대 집하지 중 한군데다. 9월 초부터 잡히기 시작해 11월까지 계속된다. 이 일대에서 대하잡이에 나서는 어선만도 100여 척. 하루 3t에서 5t을 건져 올리지만 한철에는 양식도 거들어야 한다. 9월 초순 잡히는 대하는 4월에서 6월쯤에 태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자생하는 80여 종의 새우 중 서해안 것이 가장 크다. 평균 길이 20cm로 큰 것은 27cm까지 자란다. 맛은 물론이고 영양분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다. 자연산은 껍질이 얇고 잡은 즉시 죽기 때문에 색깔이 양식보다 연하다.

찜과 소금구이, 회, 무침 등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5일 개막한 남당항 대하 축제는 11월 초까지 이어진다. 130여 개 횟집과 파라솔촌에서 대하를 맛볼 수 있다. 소금구이가 가장 흔하다. 바닥이 넓은 냄비에 천일염을 깔고 팔딱거리는 대하를 올려놓으면 비틀면서 온몸을 소금으로 뒤덮는다. 비릿한 냄새가 없어지고 간이 배는 과정이다.

서해낙조만큼이나 붉게 변하면 먹기 좋을 때다.

이번 축제의 주제가 ‘대하와 바다 빛의 만남’이니 먹을 것만 있겠는가. 자연산이 kg당 3만5000원, 양식이 2만5000원 선이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 브랜드 파워 1위, 광천 새우젓과 재래 김

광천읍 옹암리 일명 ‘독배마을’의 새우젓은 전국에서 최고의 품질로 인정된다. 이 중 음력 6월에 잡은 통통한 새우로 숙성한 육젓은 ‘새우젓 중 황제’라 불린다. 광천 육젓은 연중 섭씨 14도를 유지하는 토굴에서 황제처럼 모셔져 숙성된다. 토굴은 전국 새우젓 특산지 중 유일하게 광천에만 있다.

민물에 소금을 풀어 숙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옹암포구 여인네들의 손맛에 천일염의 간과 정성이 어우러진 게 맛의 진수다.

40여 개 전문점이 토굴에서 직접 판매한다. 토굴을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육젓보다 가격이 싼 오젓과 작은 새우로 숙성한 동백하도 주부들에게 인기. 전화, 인터넷 등으로 주문해 손쉽게 집에서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광천읍 재래시장에는 상설시장이 있다.

국내 브랜드파워 1위인 광천김도 무더위가 물러가면서 맛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천수만 바다 속 갯벌에 소나무 말뚝을 박고 대나무를 쪼개 엮어 바닷물에 담기고 태양빛에 쏘이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자란 김이다. 참기름과 소금을 발라 구워 포장한 재래 김은 한 달 내내 식탁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한 달 분량이 1만∼2만 원이니 부담도 없다. 광천 특산물인 토굴 새우젓과 재래 김 축제는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최고의 맛을 내는 시기인 데다 김장철이 다가오는 때이기 때문이다.

축제기간이 아니더라도 끝 숫자가 4, 9로 끝나는 광천장날에도 넉넉한 장터 풍경을 볼 수 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글·홍성=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사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종건 홍성군수▼

보고 먹고 즐기는 맛 활짝 만족과 감동 선사합니다

“후회하지 않을 발걸음, 홍성군이 보장합니다.”

조선시대 때 충남 당진과 서천까지 서해안 10개 고을을 총괄한 홍주목이 있던 홍성군. 2012년 충남도청의 이전으로 도약의 발판을 확실하게 굳히고 있다.

이종건(사진) 홍성군수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열리는 ‘내포사랑 큰 축제’에 자신있게 “모든 이를 초청한다”고 말했다.

“홍성군민의 끼와 열정으로 준비했습니다. 홍성을 찾는 분에겐 만족과 감동을 선사하겠습니다.”

이번 축제는 5회째이지만 올해 처음으로 충남도로부터 최우수 축제로 선정돼 ‘날개’를 달았다. 이번 축제의 백미는 거리 퍼레이드.

홍주목사행차를 비롯해 민속문화공연, 특산물 행렬, 댄스, 태권도 및 쿵후 등의 시범 행사가 홍주성안과 시내 거리에서 펼쳐진다.

별도로 제작된 엽전인 홍주성화폐로 축제장인 홍주성 주막과 특산물코너, 먹을거리장터에서 사용해보는 것도 ‘조선시대로의 시간여행’이 될 듯. 이 군수는 “홍성군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등 참살이 여행의 3박자가 고루 갖춰진 곳”이라며 “군민 모두가 안내자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정보

먼저 하루 코스, 1박 2일 코스를 정해야 효율적이다. 승용차는 서울 등 수도권이나 호남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 또는 광천나들목을 이용해야 한다.

▽찾아가기=열차는 용산역에서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오전 5시 반부터 오후 8시 45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홍성역이나 광천역에서 출발하는 막차는 오후 8시 40분이다.

버스는 남부, 동서울, 인천, 수원, 대전 등지에서 수시로 운행한다.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60여 차례 운행한다.

▽코스=하루코스는 역사기행(김좌진·한용운 생가 방문)∼대하 시식(남당항)∼새우젓·재래 김 쇼핑(광천)∼홍성 및 덕산 온천욕이 제격이다. 순서는 바꾸어도 무방하다.

1박 2일 코스라면 서해 북부 최고봉 오서산이나 ‘남한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용봉산 등산을 끼어 넣으면 된다.

▽등산=오서산(해발 791m)은 서해 먼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의 등대 구실을 해 ‘등대산’이라고도 불린다. 산정에 펼쳐진 억새풀 광장은 장쾌할 정도다. 산정에서 선홍빛으로 변하는 서해바다 노을과 그 위를 지나는 선박들의 모습은 장관이다. 광천읍 담산리에서 출발하며 1∼3시간 코스가 있다.

용봉산(해발 381m)은 기암괴석들로 이뤄져 있다. 투석봉, 병풍바위, 노적봉 등이 수석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남한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이유다. 기암괴석들 사이로는 마애석불(보물 제 355호), 영산회 괘불탱(보물 제 1265호) 등을 보유한 용봉사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다 산행기점에 온천이 있어 더욱 인기다.

▽숙박=홍성군에서 직접 관리하는 용봉산 자연휴양림이 좋다. 통나무집은 4인실 7개, 6인실 1개, 10인실 5개가 있다. 10월에는 주중, 11월에는 주말까지 예약이 가능하다. 041-630-1785, www.yongbo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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