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품 기업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각종 이벤트를 열었지만 이제 중국의 거대한 인구를 공략하기 위해 상하이(上海)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아시아 패션 트렌드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상하이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끼려면 유럽을 연상케 하는 와이탄(外灘)을 찾는 게 좋다. 와이탄은 금융가로 유명한 푸둥(浦東)과 함께 상하이 관련 사진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명소다. 상하이의 젖줄인 황푸(黃浦) 강변을 따라 서방 강점기 시절에 건축된 건물들이 늘어선 와이탄은 외관부터 유럽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강을 사이에 두고 푸둥 신개발구역과 마주하는 지형적 이점에 힘입어 오늘날 와이탄은 상업화와 함께 고유의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상하이의 야경이 훤히 보이는 황푸 강변을 따라 오랜 전통의 호텔, 럭셔리 부티크숍, 바와 레스토랑 등 유럽풍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다.
피부색에 관계없이 상하이의 부르주아와 트렌드 세터들의 집합소이기도 한 와이탄은 파리지앵을 대표하는 멋쟁이가 가득하다. 골목길을 따라 나오는 예쁜 갤러리, 독특한 개성의 상점과 식당…. 그래서 와이탄을 ‘상하이의 마레지구’라 부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며, 때로는 사치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와이탄의 이면(裏面)에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유경제 체제로의 전환이 남긴 후유증의 흔적들도 남아 있다. 최신식 고층 빌딩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지면 주저앉을 듯한 판자촌과 가난한 사람들의 어두운 생활상이 펼쳐진다. 상하이에선 가진 자와 없는 자가 공존한다.
와이탄에 있는 대부분의 가게는 세계 유명 디자이너에게 인테리어를 맡긴 후 손님을 맞는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주방장의 이름이 걸린 레스토랑도 보인다. 외국인과 부유층이 주고객층을 이루는 만큼 서비스도 훌륭하다.
사람들이 와이탄에 열광하는 한 가지 이유는 흥겨운 즉석 파티다. 해가 진 뒤 밤을 밝히는 조명이 하나 둘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 밴드의 연주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재즈의 선율 속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동하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상하이의 화려한 야경까지 곁들여지니 그 흥은 배가 된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는 이 때, 누군가는 한 해를 마무리 할 여행을 계획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상하이, 그 중 와이탄을 여행할 수 있다면 평생에 잊지 못할 추억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황석원 sukwon8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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