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원화가치가 많이 떨어진 때에는 일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이라고 하지만 해외로 나가기가 부담스럽다.
‘신혼여행지’로서 제주도의 매력은 그래서 요즘 같은 때 더 크게 다가온다. 환율 걱정 없고, 말도 잘 통하고. ‘푸근함’을 느끼기엔 더없이 매력적인 곳이 제주 아니던가. 사실 신혼여행에 ‘새로운 풍경’이 그리 중요할까. 어차피 하루 종일 사랑스러운 그대 얼굴만 쳐다보다 올 텐데.
● “결혼식이 끝나도 계속 주인공으로 모십니다”
호텔신라제주에 투숙하는 신혼부부라면 제주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또다시 주인공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스위트룸에 3박 이상 투숙하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귀빈을 맞는 데 주로 쓰이는 최고급 승용차 ‘벤틀리’로 중문관광단지 호텔까지 ‘모시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
호텔에 들어서도 일반 손님과 다른 서비스는 이어진다. 체크인은 호텔 프런트데스크가 아닌 객실에서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기상 시간이 늦어 아침을 놓치기 일쑤인 신혼부부들을 위해 원하는 시간에 아침식사를 방으로 가져다주는 룸서비스도 기본.
호텔에 도착하면 먼저 ‘큰일’을 준비하고 치르는 동안 쌓인 심신의 피로를 풀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스파는 어떨는지. 이 호텔에 있는 ‘겔랑스파’에서는 단 한순간도 떨어져 있기 싫은 신혼부부를 위해 ‘커플 스파 룸’을 마련해 놓았다. 원하는 향의 향수를 방 안에 뿌리고 엎드려 있는 동안 시선이 닿는 곳에는 꽃을 가져다 놓는 등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겔랑스파 측 설명.
롯데호텔제주는 신혼부부 투숙객을 위해 국내외 유명 자동차를 무료로 빌려주는 ‘카프리 허니문 패키지’를 마련해 놓고 있다. BMW ‘뉴 미니 쿠퍼’, 폴크스바겐 ‘뉴비틀’ 등 젊은층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자동차도 준비돼 있다. 이 호텔은 스위트룸이나 일반 객실 중 최고급 수준의 방에 투숙하면 방 곳곳을 꽃으로 장식해 주기도 한다.
하얏트 리젠시 제주에서는 신혼부부나 연인을 위한 커플 패키지인 ‘로맨틱 러브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경우 룸서비스 저녁식사를 약 30%, 커플 스파를 약 50% 할인해준다.
● 그는 그녀를 감싸고 자연은 그들을 감싸고
몰디브나 발리 등의 투명한 바다가 에메랄드를 연상시킨다면 제주 바다는 청연한 옥을 떠올리게 한다. 그게 아니라면 푸른빛이 감돌되 차가워 보이지 않는 청자 같다고 할까. 그렇게 제주의 자연은 지극히 동양적인 느낌이 있다.
호텔신라제주 레저도우미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오권석 지배인과 하나투어 제주지사 등의 추천을 받아 사람이 많지 않고 경관이 아름다운 몇 곳을 직접 다녀와 봤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정물오름. 한라산 서쪽에 위치한 야트막한 언덕 정도 높이인 이곳은 양 끝으로 갈수록 높이가 낮아지는 말발굽 모양을 하고 있다. 남녀 두 사람이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타박타박 걸어도 30분 정도면 올라갈 수 있는 높이고, 길도 잘 정비되어 있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올라 정상에 이르면 말을 기르는 목장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말발굽 안쪽에 자리 잡은 몇 개의 봉분은 오히려 푸근한 느낌을 준다. 기자가 이곳에 갔을 때는 시정이 좋지 않은 대낮이었지만 날씨가 좋은 날 해가 떨어질 때쯤 오른다면 초록 들판을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예술인 마을’은 실제 미술가들의 집이나 작업실이 모인 마을로 제주도 토박이들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김흥수, 박광진 등 유명 미술가들이 실제로 이곳에 집이나 작업실을 두고 작품을 만든다. 그 결과물은 마을 입구에 있는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직접 볼 수 있다. 미술 작품에 관심이 없는 신혼부부에게도 예쁜 마을에 자리한 고즈넉한 주택을 구경한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산도 마을도 아닌 바다를 보기 위해 제주를 찾은 신혼부부라면 바닥의 바위나 모래까지 비칠 정도로 깨끗한 물이 있는 ‘쇠소깍’을 한 번 둘러보길 권한다. 민물 연못이 바다와 맞닿아 있는 이곳의 물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과연 어떤 느낌인지를 직접 느끼게 해 준다.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독특한 해변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높은 곳에서 널따랗게 펼쳐진 바다를 보고 싶다면 수월봉에 들러 보길 권한다. 절벽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쪽빛 바다가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해질 녘 들른다면 바로 정면에 보이는 섬인 차귀도 뒤로 넘어가는 해넘이가 장관인 곳이다.
제주=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육지에서는 꿈도 못 꾸는 ‘국수 반 고기 반’ 회국수
‘국수 반, 고기 반’ ‘회국수’를 아시는지.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해녀촌’에 가면 맛볼 수 있는 국수다. 소면이 아닌 중면(소면보다는 굵고 가락국수보다는 가는 면)을 삶아내고 상추 등 채소와 고등어, 광어, 쥐치 회를 얹어 내놓는 이 놀라운 국수의 가격은 6000원. 064-783-5438
값은 비싸지만 제대로 된 다금바리회 한 접시를 맛볼 예정이라면 ‘진미식당’으로 가 보길. 자연산 다금바리 회뿐만 아니라 껍질, 간 등 다금바리의 여러 부위를 활용한 요리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위치. 064-794-3639
갈칫국이나 전복뚝배기 등 제주 향토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유리네’가 제격. 제주도민들에게도 입소문이 자자한 이곳은 각계 유명 인사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라고. 단체손님은 절대로 받지 않는 식당으로도 유명하다. 제주시 연동 위치. 064-748-0890
전복을 맛보고 싶다면 제주시 오라2동에 있는 ‘어우늘’로 가는 것이 좋다. 돌솥밥, 뚝배기, 비빔밥 등 전복을 이용한 각종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코스요리도 준비돼 있다. 064-743-5131
제주=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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