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에서는 반팔 티셔츠를 입고 스키를 타고, 다른 쪽에서는 등산복을 입고 덕유산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포근한 날씨와 해발 1520m에 위치한 설천봉이 합작해 만든 선물이다. 스키어에게 살짝 물으니 “탈 만 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사실 눈보다는 슬러시라고 부르는 게 어울릴 것 같지만 이 맘 때까지 스키를 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들에게는 더 중요한 듯 했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곳에서 천천히 20∼30분 쉬엄쉬엄 구경하며 올라갈 수 있는 정상 향적봉에서 파노라마의 전망을 즐기는 것도 좋으리라.
그런 수고가 귀찮게 느껴져도 문제될 것 없다.
설천봉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에만 앉아도 도심에서 벗어난 영혼의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손을 뻗으면 구름이 잡힐 듯한 착각이 드는데 근사하다. 하늘과 맞닿은 느낌이다. 눈을 감았다. 따스한 햇살, 코를 간질이는 바람, 자연을 완성하는 새소리가 온 몸으로 느껴진다.
맨발이 된다. 시원한 산바람이 발가락을 마사지한다. 평온함이 더할 나위 없다. 한라산과 덕유산 정상에만 산다는 구상나무는 고즈넉한 분위기에 방점을 찍는다. 반대쪽에서 아줌마들의 생일 축하 노래가 들린다.
서울이라면 시끄럽게 느껴졌겠지만 이 곳에서는 함께 축하해 주고 싶은 여유가 생긴다. 무주의 또 다른 볼거리는 머루(야생 포도) 와인이다. 무주는 머루 전국 생산량의 35∼38% 가량을 생산한다. 이로 인해 샤또무주, 산성와인, 칠연양조, 덕유양조 등 머루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4개나 있다.
리조트 내 상가에 위치한 ‘무주와인갤러리’(063-320-6902)에 미리 전화하면 산머루 재배과정, 와이너리, 양조용 포도품종 등에 대한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물론 테이스팅 코스도 있다. 10여종의 머루 와인을 맛 본 후 맘에 들면 해당 와인을 만든 와이너리를 예약해 방문하는 것까지 연결해준다.
무주 | 글 사진=이길상 기자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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