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햇살 쏟아지는 봄날이면 걷고 싶다, 통도사 그 길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경남 양산 통도사(通度寺)는 참 매력적인 절이다. 그래서 한두 해 걸러 꼭 찾아가게 된다. 위엄이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하지만 결코 간단치 않다.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 자장 율사가 창건한 고찰로 14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절 이름 자체가 불법을 통달하여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다. 자유로우면서도 창의적인 사풍(寺風)이 특징으로 근대에 들어서만도 성해 구하 경봉 월하 벽안 스님 등 굵직굵직한 선(禪)지식들을 배출했다. 통도사 스님들은 특히 글씨 그림 사진 노래 등 다양한 분야에 재주를 갖고 있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진입로 1km 소나무숲

계곡과 어우러져 장관

부처님 진신사리 모셔

대웅전엔 불상이 없어

스님-직원들 친절 유명

숙방 청하면 언제나 OK

신라 시대 가람 배치는 남북 일직선에 금당과 탑이 놓이지만 통도사의 경우 남북의 축을 유지하면서 동에서 서로 길게 확장된 특이한 구조를 보이는 것이 특색. 사찰 곳곳에 깃들어 있는 설화와 성보(聖寶)들도 만만치 않다. 국보 1점, 보물 20점, 천연기념물이 1점 등 국가 지정 문화재만 43점에 이른다. 석가여래와 자장 율사의 가사도 모셔져 있다.

뭐니 뭐니 해도 통도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부처님 진신(眞身)사리를 모신 금강계단(金剛戒壇). 삼국유사에 자장 율사가 직접 당나라에서 모셔와 봉헌했다는 기록이 있다. 때문에 이 절의 대웅전인 적멸보궁(寂滅寶宮)에는 불상이 없다. 대웅전 통유리를 통해 금강계단에 모셔진 부처님 사리탑을 향해 절을 한다. 금강계단은 연간 세 차례만 개방했으나 올 들어 연중무휴로 참배할 수 있도록 했다. 사리탑 뒤로 소나무 숲, 대나무 숲, 차 밭이 조성돼 있어 더욱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금강계단과 대웅전은 국보 290호로 지정돼 있다. 단청을 하지 않아 엄숙 고졸한 느낌을 주고, 꽃무늬 창살도 명품으로 손꼽힌다. 통도사 입구에서 부도원(浮屠園)까지 1km에 이르는 소나무 숲 또한 이 절의 자랑거리. 각기 다른 사풍을 반영하듯, 해인사 송림은 기개가 힘차고, 송광사 송림은 단아하며, 통도사 송림은 풍류가 있다. 적당한 굴곡과 기울기에 아예 계곡을 향해 자빠지거나 바위 한가운데 뿌리를 내린 소나무도 있다. 특히 절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소나무 사이로 한밤중 휘영청 빛나는 달을 바라보거나 새벽안개 속을 헤매면 어디에선가 문득 문수보살을 친견할 것만 같다. 지금 소나무 아래 진달래가 한창이다.

역대 고승들의 사리탑인 부도원에도 눈길이 머문다. 산 곳곳에 흩어져 있던 것을 1993년 월하 방장 스님의 교시로, 한곳으로 이전했다. 17세기부터 지금까지 통도사를 지켜 온 60여 분의 큰스님 사리탑이 안치돼 있다. 종형(鐘形)을 비롯해 구형(球形) 전각형(殿閣形) 등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가 많다. 다양한 불교 유물을 볼 수 있는 성보박물관에서는 30일부터 6월 8일까지 고려불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국보급 수월관음도(4.19m×2.54m)가 특별 전시된다. 무료.

통도사는 거찰답게 산중에 19개의 암자를 품고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암자는 자장암(055-382-7081). 자장 율사가 큰 절을 세우기 전 주석하던 곳으로 차분하고 아름다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창건 설화와 함께 전해지는 ‘금와보살(金蛙菩薩)’ 설화가 유명하다. 자장 율사가 겨울에도 암자 주위를 떠나지 않는 금개구리를 위해 절 뒤 암벽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개구리를 넣어주었는데, 지금까지 그 후손들이 절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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