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같은 건 처음부터 바라지도 않았다. 내가 혹했던 건 산티아고 가는 길이 ‘한쪽 방향을 향해 800km가량을 걸어가는, 안전하고 단순한 길’이라는 점이었다. … 무작정 혼자 있고 싶어서였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지역인 생장피에드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800km의 길. ‘산티아고 가는 길(카미노)’은 인생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혹은 종교적 이유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순례길이다. 저자는 1개월여 카미노를 걸으며 만난 사람들과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생장피에드포르로 떠난 건 지난해 4월. 사랑하는 남동생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뒤 6개월이 흘렀을 때였다. 여행을 떠나왔건만 만나는 사람마다 묻는 “여길 왜?”라는 말이 가슴에 맺혔다. 발바닥이 부르트게 걸으며 느낀 건 그런 아픔을 가진 이가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네덜란드에서 온 정보기술(IT) 컨설턴트 마틴은 혼자 있는 걸 두려워했고 카미노를 걷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는 말레이시아인 애런은 인생의 길을 찾고 있었다. 순례길 끝에서 저자를 기다린 건 ‘세상의 속도보다 느린 내 자신의 속도에 대한 사랑’이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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