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저동에 위치한 경포대는 누구나 한 번 쯤은 가 봤을 정도로 경관이 수려하다. 한 번 간 사람은 그 매력에 푹 빠져 다음에 여행할 기회가 있을 때 이 곳을 꼭 다시 찾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경포대는 아름다운 경포호와 경포 앞 바다를 의미한다. 그런데 사실 경포대는 정확히 말하면 경포호 북쪽 언덕 위에 자리한 누각을 지칭한다.
고려 충숙왕 때 지어져 조선 중종 3년 때 현재의 위치로 옮겨진 경포대는 수많은 시인과 묵객이 찾은 관동팔경의 하나다. 이로 인해 내부에는 많은 기문과 시판이 보존돼 있어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 율곡 이이가 10세 때 지은 ‘경포대부’를 비롯해 숙종의 어제시, 조하망의 상량문, 유한지가 쓴 전자(篆字) 편액 등에서 이 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읽을 수 있다.
역사를 알고 나서 경포호와 바다 주위를 거닐면 느낌이 또 다르다.
경포대는 매년 벚꽃 축제가 열리는 4월과 달맞이축제가 벌어지는 음력 8월15일에 특히 아름답다. 1년 사계절 어느 때 찾아가도 멋지고 근사하지만 축제가 어울릴 때는 여행객들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으로 이끈다.
경포대는 시각적인 면 뿐 아니라 다채로운 놀거리가 있는 점이 좋다.
자전거를 타고 경포호의 자전거도로를 돌아도 좋고, 맨 발로 경포 바다의 백사장을 걸으면서 연애 시절을 떠올려 보는 일도 행복감을 준다.
인근 오죽헌, 선교장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탄생지인 오죽헌은 문화적인 가치와 경관이 절묘하게 어울려 있고, 조선시대 사대부의 살림집을 보존해 놓은 선교장에서는 고유의 예절과 다도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드라이브를 좋아한다면 강동면과 옥계면을 연결하는 헌화로를 놓치지 말자. ‘삼국유사’에 나오는 수로부인에게 어느 노인이 꽃을 바쳤다는 장소에 조성한 헌화로는 기암괴석을 갖춘 해안도로가 눈을 붙들어 맨다.
●소금강
소금강이란 이름은 율곡 이이가 쓴 ‘청학산기’라는 책에서 유래했다.
이 곳에 반한 율곡 이이는 빼어난 산세가 마치 금강산을 빼닮았고, 이를 축소해 놓은 듯 하다 했고, 이로 인해 ‘소금강’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 정도로 이 곳의 아름다움은 기막히게 빼어나다. 말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고, 직접 봐야 그 아름다움을 실감할 수 있다.
오대산 국립공원 소금강 관리사무소를 지나면 소금강 표지석이 나오고, 왼쪽 계곡으로 무릉계가 펼쳐진다. 산복숭아와 산벚나무가 많은 이 곳은 봄에 꽃이 피면 마치 무릉도원 같아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
길을 따라 오르면 사찰 ‘금강사’가 나오고, 여기서 계곡을 향해 바라보면 큰 바위에 적힌 ‘소금강’이란 글씨를 볼 수 있다.
율곡 이이가 직접 썼다고 전해지는데 글씨가 아직도 살아있는 느낌이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은 두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들 정도로 볼거리 천지다. 100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바위 ‘식당암’,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의 일렁임이 연꽃을 닮았다는 ‘연화담’, 아홉 개의 폭포로 이뤄진 ‘구룡폭포’, 갖가지 형상을 한 바위 ‘만물상’ 등 정말 감탄의 연속이다.
특히 구룡폭포와 만물상은 절경 중 절경이다. 아홉 마리 용이 각각 아홉 개의 폭포의 폭포를 지킨다는 구룡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한번 보면 결코 잊지 못할 듯. 무지개라도 함께 보는 날에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들려 준 전래 동화의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거인상, 촛대석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리는 만물상에 도착하면 연상되는 갖가지 형상에 순간 숨이 멎는 듯 하다. 만물상 아래 물 속에 비치는 또 다른 만물상을 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이 아닌 듯한 기분이다.
소금강까지 놀러 왔다면 인근 연곡 해변도 잊지 말고 둘러보자. 소금강에서 흘러내리는 연곡천의 물은 엄청 맑고, 어린이를 위한 해수 풀장도 갖추고 있어 가족과 함께 가기 더없이 좋다.
강릉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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