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팔경-삼척 환선굴 대금굴 죽서루

  • 입력 2009년 6월 24일 15시 02분


●환선굴&대금굴

매표소를 지나 통방아, 굴피집, 너와집, 신선교, 선녀폭포, 엄나무, 398개의 철계단을 오르면 거대하고 시원한 동굴 입구에 다다른다.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에 위치한 환선굴이다. 주변에 자생하는 448여종의 식물을 뒤로 하고 동굴 입구로 들어서면 펼쳐지는 신천지에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진다.

5억3000만년의 세월을 보여주는 석순, 석주, 종유석은 그 웅장함으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수만 년 동안 1mm만 자란다는 이들은 꿈의 궁전, 도깨비 방망이, 백거북이 등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 기이함과 신비함을 동시에 뿜어 낸다.

동양 최대의 석회동굴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다양한 모양의 종유석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든 자연의 힘에 절로 경탄하게 된다. 수 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직경 40m의 거대한 광장, 10여개의 동굴 호수, 6개의 폭포까지 보게 되면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세상에 온 듯 한 착각에 빠진다.

인근에 있는 대금굴 또한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수로형 인공 통로를 조성해 국내 최초로 길이 610m의 모노레일을 타고 동굴 내부 140m 지점까지 들어가는 체험은 정말 이색적이다. 모노레일에서 내리면 폭포 및 광장 지역이 나오는데 높이 8m의 거대한 폭포를 비롯해 크고 작은 폭포와 동굴 호수는 환선굴 만큼이나 놀랍다.

이를 지나면 종유석 지역이 나온다.

휴석소, 막대형 종유석, 동굴방패, 동굴진주, 기형종유석, 곡석 등 다양한 종류의 동굴 생성물이 자리 잡고 있는데 어쩜 이렇게 신기한지 이 곳에서 본 기억을 평생 머리에서 지울 수 없을 듯 하다.

개방된 곳의 마지막 코스는 호수 지역이다. 이 곳에는 길이 60m, 수심 8,9m의 동굴 호수가 발달돼 있는데 신기함을 안겨 주는데 지침이 없다.

아래서는 끊임없이 동굴수가 용출하는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물이 나오는지 놀랍기만 하다.

●죽서루

삼척시 성내동에 위치한 죽서루는 관동팔경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가 아닌 강가에 자리 잡은 누각이다. 이로 인해 ‘관동제일루’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고려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이 곳은 수많은 시인과 묵객이 다녀갔고, 이들이 남긴 시문이 전해지고 있다.

숙종 때 삼척부사 이성조가 쓴 ‘죽서루’와 ‘관동제일루’ 현판을 비롯 헌종 때 부사 이규헌이 쓴 ‘해선유희지소(海仙遊戱之所)’ 현판 등에서 당대 명필의 힘찬 글 솜씨를 확인할 수 있다.

정자가 자연 속에서 개인적인 수양 공간인데 반해 누각은 공적이고 집단적인 공간으로 성격을 달리한다.

누각은 기능에 따라 군사시설, 종교적 회합 장소, 순수한 접대나 향연을 위한 누각으로 나뉘는데 죽서루는 향연을 위한 누각에 속한다.

관동 제 1의 누각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 곳을 둘러싼 수려한 자연 경관은 죽서루에 놀러오는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조선 중기 화가로 활약한 겸재 정선의 그림이나 고려 시대 이후 수많은 시인들의 작품에는 죽서루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멀리 태백준령이 한 폭의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가까이에는 근산, 갈야산, 봉화산이 솟아 있어 이 곳을 에워싼 모습은 마치 신선이 살던 세상을 떠올리게 한다. 성남마을의 전원 풍경, 응벽담의 맑은 물, 그 속에 한가롭게 노니는 물고기 떼, 바람과 물과 뱃사공을 희롱하는 갈매기 등을 보고 있노라면 이 곳에서 자유를 느끼게 된다.

자연이라는 한 폭의 그림 속에 쏙 들어간 죽서루는 친자연적으로 만든 점이 이채롭다. 기단과 초석 없이 두리기둥 밑면을 자연 암반 위에 직접 세운 것. 기둥 사이는 벽체와 창호 없이 모두 개방했고, 발을 준비해 눈비와 햇빛을 막도록 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은 조상들의 지혜에 새삼 놀란다. 참, 죽서루라는 이름은 대나무 숲 속 죽장사라는 절 서쪽에 위치한 누각이라는 설과 죽죽선녀의 유희소 서편에 위치한 누각이라는 설 등에서 유래했단다.

삼척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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