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31년(1598년) 11월, 전남 여수를 침범해온 왜적들이 돌산읍 평산리와 굴전리 사이를 통과하려다 육로에 가로막혀 매복한 수군에게 전멸됐다. 이후 사람들은 이곳을 ‘무서운 목’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무술목’으로 변했다.
#전남 화순 동복에 사는 ‘돌쇠’는 10년 넘게 소처럼 일했다. 무등산 잣고개 너머 광주 장터에 소를 내다 팔면 논밭을 장만하고 머슴살이도 면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소 판돈을 들고 돌아가는 길에 산적을 만났다. 주막에서 기분 좋게 들이켠 술이 ‘확’ 깼다….
문화관광자원에 이야기를 덧붙이는 ‘스토리텔링’이 뜨고 있다. 다양한 역사적 현장이나 인물, 전설 등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민 스토리텔링이 지역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스토리로 다시 태어난 이순신 장군
여수시는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설화, 민담 등을 발굴하는 스토리텔링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시청에서 ‘여수가 감춰둔 47가지 이순신 이야기’란 스토리텔링 발굴사업 최종 보고회를 열고 문헌 및 현장조사,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여수시는 47가지 이야기를 ‘이순신과 여수’ ‘여수의 거북선’ ‘서너 걸음마다 이순신’ 등 7개장으로 엮어 올해 안에 책자로 만들 예정이다. 앞서 여수시는 5월 열린 여수거북선대축제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했다. 축제 프로그램을 ‘기승전결’ 식인 임진왜란 서막→출정 전 유비무환→전라좌수영 함대 출정→승전 및 평화 순으로 꾸며 관심을 모았다.
○ 이야기가 있는 무등산 옛길
광주시 무등산공원사무소가 5월 개방한 산수동∼원효사(7.7km) 무등산 옛길 1구간은 주말에만 1500여 명이 이용하는 등 도심 속의 명품 탐방로가 됐다. 공원관리사무소는 전남 담양이나 화순에서 주민들이 소를 내다 팔기 위해 넘었던 잣고개와 지쳐 힘들면 쉬어가던 주막, 이들을 노린 산적들의 사연이 전해지는 무등산 옛길을 이야기로 꾸미기로 했다.
다음 달 초까지 1구간 5, 6곳을 ‘황소걸음길’ ‘김삿갓길’ ‘선인들의 길’ 등으로 정하고 ‘옛길 안내판’을 세우기로 했다. 원효사∼제철 유적지∼충장공 유적지∼원효계곡∼서석대의 4.1km 2구간과 원효사∼풍암정∼환벽당∼소쇄원의 3구간도 올해 안에 개방할 예정이다.
공원관리사무소 측은 개방 준비기간에 구간별로 설화나 구전 등의 옛이야기를 토대로 장소별로 의미를 부여하는 스토리텔링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스토리텔링:
‘이야기(story)’와 ‘말하기(telling)’의 합성어로 광고,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관광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서사 구조가 살아 있는 ‘이야기’를 입혀 기존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또 다른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문화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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