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귀포 돈내코…더위도 얼어붙는 ‘제주사람들의 천국’

  • 입력 2009년 7월 8일 21시 44분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제주도의 여름 날씨도 만만치 않다.

제주공항의 수은주는 26도를 가리키고 있지만 태양의 열기와 습도는 연신 티셔츠가 땀에 달라붙도록 만든다. 이를 떼려는 손놀림 또한 잦아진다.

차를 몰고 40여분 쯤 지났을까. 한라산 밑자락에 차를 세우고, 빼곡히 늘어선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갔다. 여름이면 제주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놀러간다는 바로 그 곳이 궁금했기 때문.

이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근사하기 그지없다. 전혀 다른 세상이다.

에메랄드빛 물과 하얀 폭포, 울창한 난대 상록수림이 앙상블을 이루는 절경은 가히 최고다. 그동안 숱하게 제주도를 다녀오면서 왜 진작 이 곳에 들리 지 않았던가하는 후회가 살짝 밀려온다.

서귀포시 상효동에 위치한 돈내코 계곡은 제주도 사람들에게 천국으로 여겨진다. 이 곳에서는 더위를 느낄 수 없고, 스트레스도 체감할 수 없다. 오로지 물과 바람, 시원한 그늘이 있을 뿐이다.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은 더 없이 맑다. 바닥이 고스란히 드려다 보이는데 그냥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제주도 또한 가물어 계곡 물이 예전 같지는 않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콸콸 힘차게 물살이 지나가던 자리에는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대신한다.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원앙폭포로 발걸음을 옮기니 이런 아쉬움은 금새 잊혀진다. 원앙폭포 주변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을 수 있는 ‘명당’이 있는데 오전 일찌감치 찾았음에도 사람들이 자리 잡고 오순도순 준비해 온 음식을 즐기고 있다. 비싼 돈 주고 해외로 나가는 것보다 이 곳에서 얻는 만족감이 더 크다는 것을 이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양쪽에서 흘러내린 하얀 물줄기가 근사한 초록색 그라데이션의 물웅덩이를 만든 원앙폭포는 당장이라도 옷을 벗고 물 속에 뛰어들고픈 충동이 들게 한다. 이 곳 사람들은 돗자리 깔고 한 숨 자다가, 수영하고, 맥주 한 캔 마시는 등 하면서 피서를 즐긴다니 도시 사람으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백중날이 되면 물을 맞으려는 사람들로 이 곳은 붐빈다. 신경통이 사라진다는 얘기가 있어서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겠지만 여기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통증을 잠시나마 잊게 하기에는 충분할 듯.

돈내코는 1920년대 이전까지 멧돼지가 많이 출몰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름 또한 멧돼지(돈)가 물을 먹었던 내의 입구(코, 제주도 방언으로 입구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문의 돈내코유원지 관리사무소(064-733-1584).

서귀포에서 잊지 못할 기억을 하나 더 만들고 싶다면 하효동에 위치한 쇠소깍으로 가보자. 밑에서 솟아오르는 담수와 바다에서 밀려오는 해수가 만나 깊은 물웅덩이를 형성한 쇠소깍은 맑고 깊은 물과 기암괴석, 소나무 숲이 환상적이다. 얼마 전 올레코스로 지정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는 이 곳은 그냥 사진 몇 장 찍고 가는 것만으로는 진가를 알 수 없다. 수심이 깊은 이 곳은 스킨스쿠버 장비를 하고 들어갈 수 있는 데 바다와 육지의 물이 만든 매력적인 수중 환경을 볼 수 있다. 기암괴석 사이에 자리 잡고 바다와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신선놀음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주말이나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시즌에 운행하는 ‘테우’라 불리는 뗏목을 타는 것도 재미있다. 동력 없이 줄을 당겨 움직이는 테우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쇠소깍의 비경을 이곳저곳 살펴볼 수 있다.

문의 효돈동 주민센터(064-760-4623), 테우 이용은 효돈동청년회(010-6530-3002)로 전화하면 된다.

서귀포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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