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건전한 성관계후 깨끗이 씻으면 괜찮다? NO!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9월 28일 03시 04분


태국 롭부리에 있는 말기 에이즈 환자를 위한 요양병원의 모습. 미국 육군과 태국 보건부가 실시한 에이즈 백신 임상시험에서 감염확률이 30%나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와 에이즈 백신 개발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AP 연합뉴스
태국 롭부리에 있는 말기 에이즈 환자를 위한 요양병원의 모습. 미국 육군과 태국 보건부가 실시한 에이즈 백신 임상시험에서 감염확률이 30%나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와 에이즈 백신 개발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AP 연합뉴스
《최근 미국 육군과 태국 보건부가 공동으로 실시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바이러스 예방백신 임상시험 중간결과가 나왔다.
2006년 태국에서 18∼30세 1만640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임상시험 중인 백신을, 또 한 그룹에는 가짜 약(위약)을 접종했다.
3년 후 가짜 약 그룹에서 74명이 감염됐지만 백신그룹에서는 51명만 감염됐다. 통계상으로만 보면 감염 가능성이 31.2%나 줄어든 것.》
에이즈에 대한 오해와 대처법
씻으면 되레 감염확률 높아
‘모기나 악수로 전염’도 오해

이번 임상시험 중간결과는 분명 획기적인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여러 차례 에이즈 예방백신 임상시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결과가 좋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신 개발이 눈앞에 왔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김 교수는 “성과가 좋은 듯하던 임상시험이 나중에 좋지 않게 끝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국내 에이즈 감염자는 지난해까지 총 6120명. 이 가운데 1084명이 사망했다. 예방백신 개발이 완료되기까지는 감염자와 사망자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에이즈는 더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에이즈를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사들도 있다.
○ 바이러스 있다고 모두 환자 아니다
많은 사람이 에이즈를 필요 이상으로 무서워한다. 걸리면 모두 죽는다는 것이 대표적인 오해다. 에이즈에 걸리면 10여 년간 아무런 증상이 없는 잠복기를 거친다. 이 기간에 에이즈 바이러스는 면역세포를 파괴하고 말기부터 에이즈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면역력만 강하다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실제 에이즈로 발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에이즈에 대한 오해부터 바로잡는 것이 에이즈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불건전한 성관계는 에이즈 발병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일부 남성은 불건전한 성관계를 가진 뒤 깨끗하게 씻으면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 오히려 습기를 좋아하는 에이즈 바이러스의 특성상 감염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에이즈 환자가 앉았던 변기에 앉거나 에이즈 환자와 악수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도 오해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피를 통해서만 전염된다. 이 때문에 에이즈 환자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가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옮긴다고 믿는 사람도 꽤 많다. 그러나 먼저 물린 사람의 피가 다음 물린 사람의 혈관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다. 다만 말라리아나 뎅기열 같은 병에 걸릴 수는 있다.
○ 잠복기 때 치료하면 악화되지 않아
20세기까지만 해도 에이즈는 공포 그 자체였다. 에이즈를 ‘현대의 흑사병’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당시에는 에이즈에 걸리면 길어야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1997년 에이즈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 세 종류를 섞는 칵테일 요법이 개발되면서 달라졌다. 에이즈에 걸린 뒤에도 수명이 30∼40년 늘어난 것. 다만 에이즈 환자의 20% 정도는 칵테일 요법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칵테일 요법이 개발되면서 미국, 프랑스는 에이즈 환자 사망률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에이즈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에 발견해 잘만 치료하면 에이즈 바이러스는 증가하지 않는다. 이 경우 평생 에이즈로 악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직까지는 조기치료를 할 때 식욕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때가 많다.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에이즈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
○ ‘임신부 투약 기형아 위험’ 증거 부족
임신부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떤 임신부는 임신 후 첫 3개월까지는 태아의 기형을 우려해 투약을 중단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럴 경우 에이즈 바이러스가 급격히 늘어나 치료하기 전 상태로 금방 돌아가 버린다. 강철인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개월간 약을 투여했다고 해서 기형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증거가 부족하다”며 “오히려 첫 3개월간 최대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에이즈에 걸린 임신부가 태아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확률을 66%까지 낮춘 약물도 나오고 있다.

:에이즈에 대한 오해:
1. 성관계 후 씻으면 예방할 수 있다(×)
2. 에이즈 환자가 쓴 변기에 앉으면 전염된다(×)
3.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모두 환자가 된다(×)
4. 에이즈 환자와 악수하면 전염된다(×)
5. 에이즈에 걸린 여성은 출산하면 안 된다(×)
6. 모기가 에이즈를 옮길 수 있다(×)
7. 에이즈 환자는 겉으로 봐도 알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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