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인 김모 양(8)은 1년 전 젖멍울이 생겼다. 부모는 ‘발육이 좋아서 그런가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6개월 전부터 성장이 빨라지면서 가슴이 점점 커지자 적잖이 당황했다. 요즘 아이들은 성적 특징이 나타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아동의 성조숙증은 5배나 증가했다. 성조숙증은 여아의 경우 만 8세 이전, 남아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사춘기의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이다. 신영림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조숙증 아동은 성장판이 빨리 닫혀 키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여아의 경우 초경을 너무 일찍 시작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에게 제출한 ‘성조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어린이는 1만4751명으로 2004년 2795명보다 5.3배 늘었다.
2004∼2008년 성조숙증 진료 아동은 총 3만7196명으로 여자 아이가 3만6111명(91.6%), 남자 아이가 1085명(8.4%)이었다. 여아는 주로 유방의 발육으로 성조숙증 증상이 쉽게 눈에 띄는 데 비해 성기가 커지거나 변성기가 나타나는 남아의 증상은 크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성조숙증 아동의 평균 몸무게는 33.9kg, 체지방률은 24.5%로 정상 아동(30.4kg, 20.2%)보다 높았다.
성조숙증은 환경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식습관의 변화, 영양상태, 운동 부족으로 비만한 아이가 늘고 있는데 비만세포에서 나오는 렙틴이 많이 분비되면 성조숙증이 생길 수 있다.
다이옥신, 프탈레이트 같은 환경호르몬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공부를 하거나 컴퓨터게임을 하느라 늦게 자면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멜라토닌이 감소하면서 성조숙증이 생길 수 있다.
○ 사춘기 검사 통해 진단
성조숙증은 사춘기 정도를 파악하는 검사로 진단을 받는다. 유방의 발달이나 고환 크기를 재고 음모를 관찰하거나 여드름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 키와 체중을 체크하고 비만 여부를 관찰하며 출생 시 체중이나 가족력이 있는지도 파악한다.
또 최근 1년간 성장속도도 확인하는데 병원에서 그전에 측정했던 기록이나 학교에서 매년 신체검사를 하면서 키를 측정한 기록이 있기 때문에 학교 보건실을 통해서 성장기록을 가지고 와서 확인한다.
성조숙증을 판단하기 위해 뼈나이 검사도 시행한다. 사춘기가 빨리 진행되는 경우에는 자신의 만 나이보다 뼈 나이가 앞서나가기 때문. 사춘기 호르몬이 증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성선자극호르몬 자극 검사를 시행하는데 일정한 간격을 두고 혈액검사를 해서 호르몬 수치가 증가하는지를 평가해볼 수 있다.
만 8, 9세 이전 2차 성징 시작
비만兒 ‘렙틴’ 분비 많아 발생
조기 사춘기와 혼동할 수도
○ 정확한 진단 없이 치료하면 성장 저해
성조숙증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성조숙증이 아닌 경우에 치료를 하면 오히려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만 8, 9세에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은 조기 사춘기로 성조숙증이 아니기 때문에 약물적인 치료가 필요 없을 수 있다. 또 일부에서는 뇌하수체의 종양, 난소, 고환, 부신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상 여부 확인도 필요하다. 시기적으로 빨리 사춘기 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생기는 성조숙증은 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치료를 한다.
신 교수는 “요즘 10∼20년 전과는 달리 사춘기 연령이 빨라지고 있어 초등학교 1, 2학년부터 가슴이 발달하는 여학생이 많이 늘었다”면서 “부모는 아이의 변화에 대해 큰 병이 아닌지 걱정할 필요는 없고 단지 남들보다 빠르게 자라는 것이라고 먼저 아이를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고기 많이 먹으면 발생? 과학적 근거는 없어▼
비만 안 되도록 운동-숙면해야
최근 성조숙증에 대한 여러 가지 속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특히 육류나 달걀, 콩 같은 음식물이 문제가 된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는 아직 없다. 돼지 닭 같은 가금류에 성장촉진제를 사용하면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아직 이런 제제를 사용한다는 정확한 보고는 없다.
정작 중요한 사춘기 때 영양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성장이 저하될 수 있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식품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피하고 특히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고지방 음식을 제한한다. 가능하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병원을 방문해 성장과 사춘기 발달 정도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또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열량이 많은 간식을 피하고 매일 30분 정도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 한다. 밤늦게까지 TV 시청이나 컴퓨터를 하지 않도록 하고 숙면을 취하게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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