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10명중 2명 “자살 생각한 적 있다”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남녀 1000명 ‘정신건강’ 조사

결혼생활 30년차 주부 오애란 씨(가명·55)는 요즘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는 날이 늘었다. 애지중지 길러온 큰아들이 장가를 가고 연이어 둘째 아들이 군에 입대하자 오 씨에겐 모든 것이 허무해졌다. 공무원인 남편의 빠듯한 월급을 모아 산 자랑스러운 집도 별 의미가 없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허무해요. 요즘은 방에서 나오기도 싫어요.”

○ 시민 17.5%가 자살 생각해

서울 시민 10명 중 2명가량이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와 함께 서울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65세 미만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8월 전화 면접조사를 한 결과 175명(17.5%)이 이같이 답했다고 5일 밝혔다.

자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와 우울증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체의 36.6%가 학업이나 대인 관계, 경제적 문제 등으로 가정과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다고 답했다. 우울증 성향은 10명 중 2명 이상에게서 나타났다.

○ 전문적인 병원 상담은 여전히 꺼려

응답자의 90% 이상이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주변에서 상담이나 도움을 받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중 68.9%는 주변으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 우울증 성향자 중 주변 상담이나 도움을 받아 본 사람도 전체의 31.5%에 불과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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