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처럼 성장기 청소년의 건강은 국가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학생의 체력 관리를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약골 되는 한국 청소년
한국 초중고 학생들의 체력검사 수치는 지난 9년간 지속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조사한 2000¤2008년 '학생체력검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학생의 1, 2급 비율은 34%로 2000년 41%에 비해 7%P 줄었다. 같은 기간 평균에 해당하는 3등급도 28%에서 25%로 감소했다.
반면 하위 등급인 4, 5급 비율은 같은 기간 31%에서 41%로 10%P나 늘어나 전반적으로 체력이 확연히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50m달리기의 경우 남녀 청소년 평균이 2000년엔 9.21초였으나 2008년엔 9.39초로 달리는 속도가 느려졌다. 이 밖에 팔굽혀펴기(31.26→30회), 윗몸일으키기(35.42→34회), 제자리멀리뛰기(180.66→174.06㎝) 등 다른 종목에서도 같은 기간 청소년의 체력이 저하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구력을 측정하는 오래달리기의 경우엔 2000년 7분 32초에서 2008년 8분 9초로 기록이 크게 나빠졌다.
● 강골 되는 일본 청소년
반면 일본 청소년의 체력은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11일 발표한 '체력운동능력조사'에 따르면 일본 초중고생의 체력은 1999~2008년 상승세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부성은 10년 간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초등학교 6학년(11세), 중학교 2학년(13세), 고교 2학년(16세) 남녀 학생을 대표군으로 골라낸 뒤 50m 달리기와 제자리멀리뛰기 등 8종목의 총점(80점 만점)을 비교했다.
그 결과 지난해 모든 연령과 성별에서 8종목 총점이 1999년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나이와 성별로는 11세 여자가 58.58점에서 61.37점으로, 13세 남자는 39.99점에서 43.00점, 16세 남자는 49.80점에서 54.04점 등으로 증가세가 뚜렷했다.
종목별로는 50m달리기와 공던지기에서 특히 체력 향상이 두드러졌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 입시경쟁-식생활 변화는 비슷한데…
교과부는 한국 학생들의 체력이 매년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서구형 식습관과 입시로 인한 체육활동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입시경쟁이나 식생활 변화는 일본에서도 똑같이 겪는 문제여서 10여년 간 양국 청소년의 체력이 증감 양상이 이처럼 엇갈린 것을 모두 설명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에 비해 청소년의 체력 저하가 심각해지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각 학교에 운동시설을 확충하고 스포츠 전문가를 배치해 학생들의 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들은 10년에 걸친 이 같은 노력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학교 운동시설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지만 청소년이 체력을 충분히 관리하기엔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이 온라인게임 시장규모가 세계 1위인 점과 전국적으로 PC방이 확산된 점으로 미뤄볼 때 한국 청소년들이 일본에 비해 야외활동을 덜 하도록 만드는 환경도 문제로 지적된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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