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패션의 키워드는 ‘쇼츠(Shorts·짧은 팬츠)’다. 패션지 바자 미국판의 에디터 제니퍼 알파노 씨는 “귀네스 팰트로, 샤를리즈 테론, 제니퍼 애니스턴 같은 패션 아이콘들이 쇼츠 때문에 드레스를 외면하고 있다”며 “쇼츠가 리조트웨어를 넘어 여름 패션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찌의 디자이너 프리다 자니니 씨는 “쇼츠는 옷 입기의 새로운 방식을 반영한다”며 “실용 아이템에 그쳤던 쇼츠가 매혹과 섹시함과 자유라는 현대적인 의미를 얻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서는 엉덩이를 겨우 가리는 핫팬츠에서 넉넉한 무릎 길이의 버뮤다 쇼츠까지 다양한 쇼츠가 무대를 빛냈다. 디자이너들의 쇼츠를 사기에는 부담스럽다고? 서울 동대문 패션 타운에서 산 쇼츠라도 럭셔리 브랜드와 패셔니스타들의 감각을 살려 스타일링하면 그만이다.》
○ 핫팬츠로 섹시하게
초미니스커트가 유행한 데 이어 이젠 극단적으로 짧은 핫팬츠다. 엉덩이선이 보일 정도로 짧은 것도 있다. 다리를 시원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키가 작은 사람도 다리가 길어 보일 수 있다.
패션 칼럼니스트 오제형 씨는 “키가 작은 사람이 핫팬츠에 짧은 탱크톱까지 입으면 어색하다”며 “상의는 약간 길이가 있고 느슨한 것으로 매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하늘하늘한 소재의 톱이나 단순한 캐미솔 톱을 추천.
최근 월드컵 잉글랜드와 트리니다드토바고의 경기를 보러 온 데이비드 베컴의 부인 빅토리아는 아찔하게 짧은 화이트 핫팬츠에 딱 붙는 레드 민소매 톱을 입고 있었다. 이에 오버사이즈의 화이트 백에 선글라스, 베이지색 부츠를 더한 모습은 세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스타일리시’했다.
밀라노 컬렉션 D&G 쇼에서 한국인 모델 혜박(본명 박혜림)의 스타일은 여름 트렌드의 교과서. 그는 부스스한 머리에 레이스가 달린 로맨틱한 화이트 톱, 진 핫팬츠를 입고 손목에 수십 개의 가는 은색 뱅글을 했다. 랄프로렌의 무대처럼 단순한 스트라이프 민소매 톱에 네이비 핫팬츠를 입고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를 쓴다면 리조트 룩으로 그만이다. 핫팬츠에 높고 가는 굽의 스틸레토 힐은 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키가 작더라도 플랫슈즈나 엄지발가락만 끼워 신는 플립플랍 샌들을 시도해 보자. 액세서리는 오버사이즈로 과감하게 매치하는 게 좋다.
○ 커프스 쇼츠로 다양한 변신
이번 여름의 대세는 핫팬츠보다 약간 길어 엉덩이선과 무릎의 중간쯤에 오는 것이다. 핫 팬츠보다 10cm내외 정도 길다. 특히 이 길이에 밑단을 접어 입는 롤업 스타일이나 커프스가 달린 쇼츠가 많이 나와 있다.
패셔니스타로 평가받는 모델 케이트 모스가 최근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는 짧은 라이트 블루의 커프스 쇼츠에 느슨한 화이트 셔츠, 블랙 조끼를 걸치고 스카프를 넥타이처럼 느슨하게 매서 포인트를 줬다. 모스처럼 스카프로 또는 벨트나 모자로 상체에 포인트를 주면 멋스럽다.
연인으로 알려진 배우 빈스 본과 프랑스 오픈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러 온 제니퍼 애니스턴은 소매를 걷어 올린 베이지색 셔츠에 화이트 커프스 쇼츠 차림. 챙이 넓은 모자에 선글라스가 편안해 보였다. 그는 지난달 뉴욕에서 토크쇼 녹화를 마치고 나올 때는 블랙 셔츠에 블랙 커프스 쇼츠, 블랙 스트랩 슈즈로 도회적이면서 세련된 룩을 선보였다. 제니퍼 애니스턴처럼 커프스 쇼츠에 재킷이나 꼭 맞는 셔츠를 입으면 세련돼 보이고 쇼츠를 면 소재로 선택한 뒤 헐렁한 셔츠를 입으면 캐주얼해 보인다. 전체적으로 봉긋하게 주름이 잡힌 호박 모양 쇼츠도 ‘핫 아이템’이다. 하체가 빈약한 사람이 입으면 볼륨감이 살아난다. 쇼츠가 워낙 튀므로 상의는 차분하게 입는다.
○ 커리어 우먼에겐 버뮤다 쇼츠
무릎 길이의 버뮤다 쇼츠는 무난하다. 그러나 오히려 다리가 짧아 보이고 O자 다리, 두꺼운 종아리를 드러내보일 수 있다. 높은 굽의 구두와 매치하는 게 해결책. 지나치게 놀러가는 복장처럼 보이는 것도 막아 준다. 플랫폼 슈즈나 웨지힐과 잘 어울린다.
티셔츠와 입으면 평범하므로 헐렁하고 볼륨감이 있는 톱이나 블라우스와 함께 입는 게 예쁘다. 커리어 우먼은 버뮤다 쇼츠를 조끼나 재킷과 함께 출근복으로 연출할 수 있다. 이때 캐주얼한 면소재보다 새틴이나 실켓 가공이 된 면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게 좋다. 구찌 쇼처럼 화려한 프린트의 블라우스에 블랙의 새틴 버뮤다 쇼츠를 입거나, 비가 와서 쌀쌀한 날씨엔 샤넬처럼 트위드 재킷이나 롱 카디건에 입어도 좋다. 2006 봄여름 서울 컬렉션에서 디자이너 지춘희 씨가 제안한 대로 몸에 붙는 레깅스같은 버뮤다 팬츠에 시원한 린넨 소재의 재킷도 잘 어울린다.
이도 저도 싫고 쇼츠를 새로 구입하기도 싫다면? 갖고 있는 팬츠를 무릎이나 7∼8푼 길이로 접어 입어보자. 스키니 진을 무릎 아래까지 접어 입거나, 1980년대풍으로 오버롤스(멜빵바지)나 헐렁한 면 팬츠를 아무렇게나 한두 번 접어 입어도 멋스럽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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