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신비 한국 의상, 신들의 정원 수놓다

  • 입력 2006년 12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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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열린 앙드레 김 패션쇼에서 불상이 그려진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열린 앙드레 김 패션쇼에서 불상이 그려진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인 모델로 출연한 김희선 김래원과 함께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앙드레 김. 연합뉴스
메인 모델로 출연한 김희선 김래원과 함께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앙드레 김. 연합뉴스
“어너러블(명예로운)하고, 에버라스팅 메모리(영원한 기억)가 될 거예요.”

하얀 옷을 입은 디자이너 앙드레 김(71)이 무대에 올랐다. 그의 뒤로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사원이 화려한 조명 속에서 신비롭게 빛났다.

11일과 12일 캄보디아 시엠리아프의 앙코르와트 사원 동문에서 앙드레 김 패션쇼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 행사는 지난달 21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앙코르와트 유적지 일대에서 열리는 ‘앙코르-경주 세계문화 엑스포 2006’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신들의 정원’으로 불리는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패션쇼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후 9시(현지 시간). 무대가 일순간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 하얀색 투피스에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린 듯한 의상을 입은 모델이 등장했다.

패션쇼의 1부 무대인 ‘21세기를 향한 앙코르 경주 세계문화 축제’의 시작이다. 노란 장미 무늬가 그려진 검은색 드레스 등 세련되고 지적인 분위기의 의상이 대거 선보였다.

‘열정, 꿈과 로맨티시즘’의 2부에 이어 ‘크메르 왕국의 전설’을 주제로 한 3부에서는 캄보디아 크메르 문명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표현한 의상들이 등장했다.

오렌지색 의상에 금색의 불상 무늬와 앙코르와트 사원 벽화를 프린트한 시폰 드레스가 선보이자 500여 명의 관객은 큰 박수를 보냈다. 4부 ‘신라왕국의 환상곡’에선 신라의 문화재를 새긴 드레스가 돋보였다.

패션쇼의 하이라이트는 5부 무대에 등장한 7겹 옷. 모델이 파랑색, 갈색, 녹색, 주홍색 등 7벌의 옷을 껴입고 한국 민속음악에 맞춰 한 벌씩 춤을 추듯 옷을 벗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앙드레 김은 “각각의 옷은 한국 역대 왕실의 장엄한 기품과 신비, 한국 여인의 속 깊은 한과 애틋한 그리움 등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날레 무대에선 속안 캄보디아 수석부총리 부부가 무대에 올라 앙드레 김과 함께 관객에게 인사했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패션쇼에는 모두 187벌의 의상이 선보였다. 한류 스타 김희선과 김래원이 메인 모델로 출연했고 신인 탤런트 정동진 장지우 최성준 허정민 이기우 등도 무대에 올랐다.

앙드레 김은 “1200년 전 크메르 왕국의 찬란한 예술과 1000년에 걸친 신라 문화를 세계의 미로 재창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화 유적지에서 한국 예술의 멋과 아름다움을 선보여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수스야라 엑스포조직위원회 캄보디아 측 부단장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앙드레 김의 앙코르와트 패션쇼가 성사돼 기쁘다”면서 “문화 교류를 바탕으로 양국의 우정과 신뢰가 더욱 쌓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올해는 앙드레 김이 1966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해외 패션쇼를 개최한 지 40주년 되는 해. 1996년엔 이집트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앞에서 세계 최초로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그는 “동양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한국인, 그리고 아시아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앙코르와트(캄보디아)=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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