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남미 두 거대도시의 여성 스타일 대결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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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섭 교수의 남미 패션 여행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패션계를 보면 이 진리가 더욱 명확해진다. 유럽 일색이던 패션계에 남미 열풍이 거세게 분다. 한동안 동유럽권 모델이 강세더니 요즘은 브라질 출신의 지젤 번천을 필두로 남미 모델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근 ‘마른 모델’ 퇴출 논란을 일으킨 모델도 우루과이 출신이다.

남미는 한국과는 지구 반대편이다. 브라질 상파울루는 직항 노선이 없어 미국을 거쳐야 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칠레 와인과 축구로 훨씬 친근해진 곳이기도 하다.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멀지만 가까운 나라’가 되고 있다.

파리 밀라노 뉴욕 등 패션 도시는 여러 차례 방문하지만 남미는 갈 기회가 좀처럼 없다. 지구 반대편에서 새로운 패션 거점으로 각광받는 남미. 그들의 패션 스타일이 궁금했다. 남미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꼽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와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에서 남미 특유의 정열이 묻어나는 패션을 소개한다.

두 도시는 서로 가까이 마주하고 있지만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파리와 닮은 절제된 뉴트럴 톤의 스타일이 대세인 반면 리우는 열정이 가득한 원색 스타일이 많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유럽풍 절제와 세련미

리우데자네이루 삼바정열을 휘감은듯

○ 남미의 유럽-부에노스아이레스

아치형의 우아한 창틀, 세월이 느껴지는 테라스의 녹슨 철제 장식, 돔형의 지붕이 웅장한 석조 건물과 그 사이에 서 있는 아열대 식물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한복판의 ‘7월9일대로(AV.9 DE JULIO)’를 지나면서 본 풍경이다. 대로의 중심부에 우뚝 버티고 있는 조형물은 파리의 방돔광장과 닮았다.

그렇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파리의 공원을 떠올리게 하는데 어찌 보면 스페인의 광장과도 비슷하다. 어떤 곳은 이탈리아 로마의 좁은 골목길 분위기가 녹아 있다.

이는 오랜 식민지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아르헨티나는 주로 스페인 귀족이 이주해 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시종도 대부분 함께 건너온 백인이었다.

그래서 유럽계 백인 주민들은 옛날 이 나라를 건설했던 조상들의 유산과 영광을 동경하고 흠모한다. 도시 건축물과 여성들의 패션에서도 유럽에 대한 향수가 묻어난다.

도심에서 바쁜 듯 걸어가는 한 여성을 봤다. 50세가 넘었을까. 베이지색 니트와 카디건에 흰색 정장 바지를 입었다.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니트에 메탈 목걸이 두 개를 겹쳐 장식해 포인트를 줬다. 양 팔목에 겹쳐 장식한 팔찌도 인상적. 은발의 단발머리는 한쪽은 넘기고 다른 한쪽은 이마 앞으로 늘어뜨려 세련된 매력을 선보였다.

이 여성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절제됐지만 깔끔한 유럽식 패션을 잘 보여 준다. 거리에서 만난 여성들은 대부분 우아하면서 세련됐다. 복잡한 디자인보다 단순하고 깔끔한 라인과 고급스러운 소재를 선호한다. 색상은 화려한 원색보다는 뉴트럴 톤의 베이지와 브라운 혹은 블랙과 화이트가 주를 이룬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여성의 패션 감각은 액세서리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심플한 의상에 과감한 액세서리로 효과를 높인 것.

특히 목걸이 귀걸이 팔찌 중 하나만 선택해 포인트를 줬다. 강렬한 태양을 가리기 위해서인 듯 선글라스는 기본. 세계적인 유행인 빅 백도 인기였다.

아르헨티나 스타일을 말할 때 탱고를 빼놓을 수 없다. 왁스를 발라 넘긴 단정한 머리에 더블브레스트(단추를 두 줄로 단 것) 버튼의 줄무늬 슈트, 살짝 드러난 포켓 손수건….

탱고는 카를로스 극장이나 다른 유명 극장에서 매일 밤 계속된다.

○ 정열과 욕망의 도시-리우데자네이루

007 문레이커, 배리 메닐로의 코파카바나, 와일드 오키드.

리우에 대해 환상을 품게 한 영화와 노래들이다. 리우는 정열과 욕망을 상징하는 삼바의 도시로 유명하다. 그래서 일부러 리우에 도착하기 전에 기대를 줄이려 노력했다. 언제나 사진과 실제는 다르지 않던가.

하지만 리우는 현실이 환상이었고, 환상이 현실이었다.

레메 지역에서 코파카바나와 아르포아도르를 돌아 이파네마까지 펼쳐진 눈부신 해변이 모두 리우였다. 절제된 유럽 분위기의 부에노스아이레스와는 사뭇 달랐다.

무엇보다 리우를 빛나게 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다양하고, 가장 섹시하며, 가장 정열적인 사람들과 이들의 패션이었다.

리우의 비키니 패션은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해변의 섹시한 브라질리언들은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듯 했다.

여성의 비키니 면적(?)은 다른 어느 나라 해변보다 훨씬 좁았다. 남자 수영복도 우리나라 동해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각형이 아니다. 몸에 딱 달라붙고 라인이 깊게 파인 삼각 수영복이 대세. 색깔도 화려하다. 짙은 원색이나 화려한 프린트로 이국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이파네마 해변은 코파카바나와 쌍벽을 이룬다. 코파카바나가 유명 호텔들이 자리 잡고 있는 터줏대감이라면 이파네마는 부티크 호텔처럼 ‘숨은 진주’ 같다.

특히 이파네마 해변 뒤의 가르시아 달리아 거리는 디자이너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거리는 리우의 ‘청담동’ 같은 곳이다. 루이비통 구찌 등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숍과 참신한 감각의 노천카페,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리우 여성들의 스타일을 두 단어로 표현한다면? 바로 건강과 정열이다. 검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가식 없는 미소, 역동적인 제스처가 인상적이었다.

한 여성은 꽃과 나비가 그려진 강렬한 그린으로 상하의를 맞춰 입었다. 어깨 끈이 없는 탱크톱과 짧은 핫팬츠, 핑크색의 커다란 액세서리가 멋졌다.

단순하면서도 과감한 디자인, 강렬한 원색에 꽃과 나비가 그려진 정열적인 프린트 패션은 리우의 여성들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마지막으로 패션을 완성시켜 주는 빅 사이즈의 선글라스까지.

삼바 축제 내내 밤을 새우고 열정을 불사른 다음 날 아침, 천연스레 일광욕을 즐기는 그녀들. 독특한 리우 스타일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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