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쇼핑은 게임!… 코디의 지혜 vs 명품의 품위

  • 입력 2007년 4월 6일 0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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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뭘 입고 다닌 거지?’

아무리 옷장을 뚫어져라 노려봐도 마땅히 입을 옷이 보이지 않는다.

햇살이 따스한 4월, 화사하게 차려입고 봄과 만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새 옷을 장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원하는 옷을 모두 살 수는 없는 법. 지갑 사정에 맞는 ‘쇼핑의 지혜’가 필요하다.

인터넷쇼핑몰, 동대문, 백화점, 백화점 명품관…. 비슷해 보이는 스타일이라도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다.

돈을 덜 들이고도 손색없는 맵시로 꾸미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값이 비싸면 만족도도 가격에 비례해 높아지는 걸까.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풀어보려는 욕심에 신인 탤런트 조예진 씨와 함께 인터넷쇼핑몰, 동대문, 백화점, 명품관을 돌았다.

맵시 살리는 ‘쇼핑의 센스’

봄철 ‘화사한 세미정장’을 공통 콘셉트로 삼아 10만 원에서 100만 원대까지 가격대별로 스타일을 연출했다.

평소 백화점, 동대문 할 것 없이 발품을 팔아 옷을 산다는 조 씨는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라며 “소재가 중요한 옷은 백화점에서, 편안한 스타일은 인터넷 등에서 골라 입는다”고 소개했다.

옷값에는 원단 값뿐 아니라 디자인, 광고 마케팅, 유통 등 단계별로 다양한 비용이 추가된다.

값이 비싸면 대체로 재질이나 디자인 등이 낫다.

하지만 옷값이 열 배 차이난다고 품질 차이도 열 배라고 말할 순 없다.

사람의 취향은 제각각이라 어떤 이에게는 동대문 옷이 백화점 제품보다 마음에 들 수 있다.

편안한 쇼핑 분위기와 서비스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쇼핑몰에서 명품관까지.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인터넷 쇼핑몰 - 기본 스타일을 저렴하게

“인터넷에서 산 티가 안 나는 옷을 골라요. 너무 튀는 디자인은 사람들이 눈치 채거든요. 주로 기본 스타일을 택해요.”

인터넷에서 ‘원피스 3만 원’ 광고를 보고 충동 구매한 뒤 똑같은 원피스를 입은 사람과 마주친 적이 있는지. 수천 명이 클릭했을 것을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진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는 숨겨진 보석 같은 사이트를 찾아내거나, 기본 스타일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 씨는 조언한다. 단골 상인을 정해 놓으면 쇼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번 쇼핑에선 상하의에 가방까지 더해 10만 원 선으로 가격을 맞추도록 했다. 쇼핑 ‘장소’는 G마켓.

그의 첫 번째 선택은 여성스러운 세미정장 스타일. 유행을 타지 않는 패션이다. 코르사주가 달린 카디건에 레이스 주름치마를 연출했다. 그 대신 가방은 최신 유행을 따랐다. 온갖 서류를 모두 집어넣을 수 있을 것 같은 흰색 커다란 가방을 택했다.

다소 발랄한 스타일도 인터넷 쇼핑용으로 적당하다. 여성스러운 항아리 모양 스커트가 키포인트. 여기에 청록색 카디건을 매치하고 역시 흰색 커다란 가방을 들었다.

조 씨는 “인터넷에선 입어보고 살 수 없기 때문에 사이즈를 꼼꼼히 챙겨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스몰, 미디엄 사이즈가 판매상인에 따라 제각각이다. 따라서 평소 즐겨 입는 옷의 가슴둘레, 허리둘레, 팔 길이 등 정확한 치수를 챙겨 놓고 이와 비교하며 구매해야 실패 확률을 줄인다.

→ 여성스러운 세미정장 스타일. 카디건 3만2800원과 티셔츠 1만7700원, 레이스 주름치마 2만6800원, 흰색 가방 2만7000원을 모두 더하면 10만4300원이다. ▶1면 위 오른쪽 사진

청록색 카디건은 3만3200원, 레이어드 티셔츠 세트 1만6500원, 항아리 모양 스커트 2만6800원. 여기에 흰색 가방 값을 더하면 총 10만3500원이 들었다. ▶오른쪽 사진

맵시 살리는 ‘쇼핑의 센스’

◆백화점 - 서비스 활용해 최고의 선택을

“상하 모두 밝은 색보다는 기본적인 컬러에 포인트를 주는 게 좋아요.”

현대백화점 서울 무역센터점에서 일하는 김민아 스타일리스트는 백화점 전속이다. 원하는 고객들에게 의상 연출법을 알려주고 함께 쇼핑에 나선다. 조 씨의 백화점 쇼핑에도 김 스타일리스트가 도움을 줬다.

“저는 바지 고를 때 신경이 쓰여요. 허벅지 부분이 예쁘게 나오는 옷이어야 하거든요. 또 붉은색을 좋아하고, 세련된 정장 스타일이 좋아요.”(조예진)

“피부가 하얗고 밝은 편이니까 밝고 화사한 색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진한 핑크, 빨강, 녹색은 어떤가요. 반짝이는 재킷도 어울리겠고…. 일단 매장을 같이 둘러보죠.”(김민아)

김 스타일리스트는 화사한 세미정장 콘셉트에 맞을 만한 브랜드로 주시쿠튀르, 지고트, 오브제, 레이크그로브, 미샤, ck 등을 권했다. 주시쿠튀르는 캐주얼 브랜드지만 화사한 색감 때문에 추천했다.

여러 매장을 다니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던 조 씨가 눈을 반짝거렸다. 강렬한 빨강 블라우스를 발견한 것. 소매는 동그란 모양의 퍼프형 반팔이라 귀여움도 더했다. 다른 브랜드의 블라우스보다 약간 싼 21만 원대. 김 스타일리스트가 어울리는 정장바지를 매치해 줬다.

조 씨의 레이더에 걸린 또 다른 옷은 반짝이는 재킷과 바지. 오버하지 않는 미래주의 스타일이었다. 바지는 새틴 소재의 은은한 금빛으로 너무 튀지 않으면서 세련돼 보였다.

→ 조 씨는 두 가지 스타일을 골랐다. ck의 강렬한 빨강 블라우스 21만5000원과 검정 정장바지 29만5000원, 벨트 18만5000원, 가방 45만5000원을 모두 더해 115만 원이다.

▶1면 위 왼쪽 사진

미래주의 스타일도 있다. 오브제 재킷이 49만8000원, 바지 35만8000원, 은색 톱이 32만8000원으로 총 118만4000원. ▶왼쪽 사진

◆ 동대문 - 비슷비슷한 옷에서 나만의 개성을

“데님 레깅스! 요즘 유행이더라고요.”

동대문의 장점은 실시간 유행을 한눈에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명품 디자이너가 만든 트렌드가 아니다. 바로 지금 한국의 길거리에서 인기 있는 ‘표준화된 스타일’이 시장 곳곳을 장식한다.

동대문 헬로APM에 들어가 여성 코너를 두 번 둘러보니 답이 나왔다. 엉덩이를 덮는 긴 화이트 셔츠와 역시 길이가 긴 슈트형 재킷, 그리고 스키니 진. 요즘은 스키니 진과 레깅스가 섞인 ‘데님 레깅스’까지 등장했다. 진짜 청바지처럼 생겼지만 주머니, 자크, 지퍼가 없고 몸에 찰싹 달라붙는 ‘청 쫄바지’를 말한다. 동대문에서 3만 원 정도다. 상점 주인에 따르면 허리치수 29인치 이상인 사람은 아쉽게도 맞는 사이즈가 없다고 한다. ‘쫄바지니까 늘어나겠거니’ 하고 사면 낭패다.

처음엔 조 씨도 ‘유행의 정석’처럼 긴 검정 재킷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5만 원 이하 재킷은 소재가 저렴한 티가 났다. 괜찮아 보이는 재킷은 10만 원대가 대부분. 하지만 소재 부분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동대문 티’가 안 나면서 개성 있는 게 좋아요. 너무 유행대로만 입는 것도 어색하고요.”

조 씨가 택한 상의는 정장과 캐주얼 모두에 어울리는 레드 트렌치코트로 6만5000원. 단추와 실루엣이 독특해 다른 점포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이었다. 주인이 직접 공장을 갖고 도매를 하는 점포에선 개성 있는 옷을 찾을 수 있다.

→ 모두 12만4000원이 들었다. 트렌치코트 6만5000원, 데님 레깅스 3만 원, 흰색 셔츠 2만5000원에 ‘카드수수료’ 4000원의 합계다. 현금으로 사면 싸게 해 준다는 거지, 수수료를 따로 전가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현금 가격과 신용카드 결제 금액이 다르면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1면 아래 왼쪽 사진

◆ 백화점 명품관 - 디자이너의 감각을 살려라

“실제 패션쇼에선 이렇게 꾸몄어요.”

최근 개장한 신세계 서울 본점 명품관. 비틀스 멤버인 폴 매카트니의 딸이자 영국 디자이너인 스텔라 매카트니 매장에 들렀다. 점원이 파리컬렉션 사진을 보여주며 일상에서 어떻게 연출할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심플한 인테리어와 조용한 분위기, 친절하고 감각 있는 점원들. 명품관은 쇼핑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그러나….

“와, 정말 비싸네요.”

조 씨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명품관에는 유명 디자이너의 창의력과 깔끔한 실루엣, 정신을 아찔하게 하는 아름다운 디자인이 담긴 옷이 가득하다. 하지만 가격대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명품관에 있는 편집매장인 분더숍에서 조 씨가 독특한 재킷을 골랐다. 프랑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르의 재치가 넘치는 재킷이었다. 가슴 부분은 원뿔 모양처럼 생겼고, 블라우스처럼 몸에 붙으면서 앞단이 짧은 스타일이었다.

“예쁘긴 한데, 아래에 어떤 옷을 매치해야 할지 감이 안와요. 청바지에 입으면 전체적으로 너무 튈 것 같고….”

다음으로 조 씨의 마음에 든 것은 스텔라 매카트니의 시폰 블라우스와 하이웨이스트(허리선이 높은 것) 정장바지다. 여기에 동대문을 휩쓸고 있는 롱 재킷의 원조 격인 매카트니의 재킷. 다소 헐렁하게 엉덩이 선까지 내려온다. 바지와 재킷 라인이 일반 정장과 달라 개성이 강해 보인다. 허리 라인이 높아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며 조 씨는 매카트니 스타일을 택했다.

→ 스텔라 매카트니 롱 재킷(217만 원)과 하이웨이스트 바지(81만 원), 시폰 블라우스(109만 원). 총 407만 원이 든다. ▶1면 아래 오른쪽 사진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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