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500여개 브랜드 보석 ‘오색향연’
다이아몬드 수집광이던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그 유명한 ‘호프 다이아몬드’를 남겼다.
원래 67캐럿이던 것을 훗날 영국 부호 헨리 호프가 45.25캐럿짜리로 재가공해 호프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다이아몬드는 주인에게 저주를 내린다는 괴담으로도 유명하다. 프랑스 왕가는 혁명으로 붕괴됐고, 부호였던 호프 가문도 파산했기 때문이다.
유명한 보석들은 유독 괴담과 얽힌 사례가 많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피렌체 다이아몬드’도 저주의 보석으로 불린다.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으로 촉발된 혁명의 희생양이 됐다.
다이아몬드는 ‘정복할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인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됐다. 사람은 가질 수 없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유명한 보석을 가진 사람은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고, 이것이 악재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보석이 하늘의 별처럼 추앙받던 시대는 지났다. 20세기 초 남아프리카에서 대형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보석은 우리에게 한결 가까워졌다. 모조품 기술의 발달로 고가(高價)의 모조 액세서리도 인기를 끌고 있다.
○ 파인 주얼리 VS 커스튬 주얼리
당신에게 20만 원이 있다면?
“예전에는 작아도 금을 사려 했죠. 요즘 젊은 층은 가짜라도 디자인이 예쁜 걸 살걸요. 그래서 커스튬 주얼리 시장이 커지는 거예요.”(주얼리 디자이너 임희진)
주얼리는 크게 ‘파인 주얼리(Fine Jewelry)’와 ‘커스튬 주얼리(Costume Jewelry)’로 나뉜다. 파인 주얼리는 금, 다이아몬드, 루비와 같은 진짜 보석으로 만든다. 쇼메, 까르띠에 등 수입 명품 브랜드와 골든 듀, 프린세스 등 국내 브랜드 제품이 여기에 속한다.
커스튬 주얼리는 패션 액세서리에 가깝다. 1920년대에 코코 샤넬이 모조 진주로 만든 화려한 목걸이를 유행시키면서 빠르게 대중화 됐다. 샤넬의 커스튬 주얼리는 웬만한 금보다 비싸지만 디자인 때문에 인기가 높다.
파인 주얼리와 커스튬 주얼리 사이를 공략하는 브랜드도 늘었다. 제이 에스티나는 ‘브리지 주얼리’를 표방한다. 진짜 보석을 섞은 패션 액세서리로 볼 수 있다. 명품 파인 주얼리의 대명사인 티파니도 10만∼20만 원대 패션 액세서리를 내놓고 있다.
○ 환금성 VS 패션
파인 주얼리는 비싸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환금성’을 염두에 두고 산다.
최근에는 집안 장롱 속에 모셔두기보다는 패션을 완성하는 액세서리 개념의 보석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보석도 환금성과 패션을 두루 충족시켜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그래서 다이아몬드가 보석 시장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프린세스의 오분희 대표는 “루비 사파이어 등 유색보석의 현금가치가 떨어져 이제는 다이아몬드가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세련된 디자인과 플래티넘 링 등이 인기”라고 덧붙였다.
최근 보석디자인 트렌드는 심플한 세련미다. 알 주변의 장식을 없애고, 알 크기를 키우는 식이다. 유색보석과 다이아몬드를 함께 매치한 커다란 펜던트도 인기.
호박, 마노, 청금석 등 원석이나 독특한 세팅 보석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파인 주얼리의 틈새시장인 셈이다. 디자이너와 논의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핸드메이드 보석을 만들 수 있다.
호박, 마노 등의 원석을 주로 디자인하는 임희진 씨는 “명품 브랜드나 다이아몬드에 식상한 사람들이 희소성이 있는 독특한 보석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 국내 파인 주얼리를 한눈에
파인 주얼리에 관심이 있다면 각종 전시회를 통해 안목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7 한국국제보석시계전시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보석전시회다. 독일 블루머, 이스라엘 아비파즈, 일본 다사키 등 해외 브랜드와 프린세스, 지피다이아몬드 등 500여 개 국내 브랜드의 보석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보석이 잘 어울리는 올해의 스타를 뽑는 ‘주얼리 레이디’ 시상식, 주얼리 패션쇼, 보석 무료감정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다. 전시 보석은 1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미국 보석감정연구소(GIA)를 수료한 국내 디자이너들의 모임인 ‘GIA 디자인협회’는 26일부터 29일까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H갤러리에서 펜던트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연다. 30여 명의 디자이너가 60개의 독창적인 펜던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세계적 보석브랜드 되기까지…
무명의 군인 ‘나폴레옹’ 도왔다가
佛 황실전속 보석세공사된 ‘쇼메’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는 독특한 세팅법 등으로 명성을 지켜왔다. 이들 브랜드에 얽힌 스토리를 모았다.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면서 황실 전속 보석세공사가 된 쇼메는 황후 조세핀과 마리 루이즈의 티아라(Tiara·작은 왕관·사진)를 만들었다.
쇼메는 거미와 거미줄에서 영감을 얻은 ‘아트랩 모아’ 라인이 유명하다. 거미는 유럽 왕실에서 행운과 사랑을 상징했다고 한다.
▽까르띠에=프랑스 보석상의 숙련공이던 루이 프랑수아 까르띠에가 1847년 주인에게서 상점을 인수하면서 문을 열었다. 영국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에 필요한 27개의 티아라를 만드는 등 영국 왕실 보석상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까르띠에는 창업자의 손자에 이르러 도약의 계기를 맞는다. 1924년 루이 까르띠에가 친구이자 시인인 장 콕토에게 선물한 트리니티 반지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것. 트리니티는 화이트 골드, 옐로 골드, 핑크 골드가 소용돌이 모양으로 디자인돼 있다.
티파니는 다이아몬드의 크기보다 광채를 중시한다. 1877년 남아프리카에서 287.42캐럿의 최상급 옐로 다이아몬드가 발굴됐다. 티파니는 원석의 반을 잘라 128.54캐럿의 90면 다이아몬드를 탄생시켰다.
링 위 6개의 금속 발이 ‘브릴리언트 컷(58면체의 다각형 커팅)’ 다이아몬드를 받치고 있는 ‘티파니 세팅’(사진)이 유명하다. 일종의 고유명사처럼 쓰이며 결혼반지로 인기가 높다.
▽프레드=1936년 프랑스 파리의 방돔광장에 작은 보석가게를 연 프레드 사무엘은 현대적인 파인 주얼리 디자인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최초로 프랑스에 양식진주를 소개한 프레드는 스틸 시계에 다이아몬드를 매치하는 등 독창적인 주얼리 디자인이 특징이다. 대표작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루비 목걸이 라인으로 영화 ‘귀여운 여인’에도 등장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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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초대권을 오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3층 ‘2007 한국국제보석시계전시회’ 행사장 입구에서 제시하면 동반 1인까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 입장일은 30일과 7월 1일이며 15세 미만은 입장할 수 없습니다. 문의 02-6000-5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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