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까지 입었던 옷들이 멀게만 느껴지는 순간 발걸음은 자연스레 옷장으로 향한다.
트렌치코트, 카디건 등 가을 겨울 의상은 전통적으로 블랙, 그레이 등 민무늬 모노톤이 대세다.
올해도 검은색을 고집하면 친구들이 “안 답답하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어 “너 ‘빅 프린트’ 의상 한 번 입어 볼래?”라고 제안할 것이다.》
○ 대담 복잡 파격… 남자가 된 F/W 빅 프린트
빅 프린트 의상은 봄이나 여름 시즌에 주로 유행하는 아이템이다. 티셔츠나 하늘거리는 시폰 소재 의상 등에 큼지막한 무늬가 새겨져 있으면 시원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준다. 여름용 빅 프린트가 ‘꽃무늬’ 위주여서 컬러풀하고 여성적이다.
빅 프린트 의상은 이제 사계절용이 됐다. 최근 가을 겨울용 빅 프린트 의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늬는 파격적이고 남성성을 드러낸다는 게 봄 여름용과 큰 차이다.
일본 디자이너인 야마모토 요지가 만든 브랜드인 ‘Y's’에서는 일본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인 고스미 겐타와 함께 빅 프린트 의상을 선보였다. 분노하는 흑인 얼굴이 그려진 재킷이나 빨간 입술이 박힌 원피스와 가방 등 팝아트적인 빅 프린트를 울 원단에 입혔다. ‘Y's’의 해외사업부 홍미라 주임은 “인간의 두려움과 분노, 열정을 빅 프린트로 나타내 단조로운 가을 겨울 의상 스타일에서 탈피하려 했다”고 말했다.
영국 패션 브랜드 ‘막스&스펜서’의 기본 콘셉트는 ‘기하학’ 무늬. 다이아몬드와 변형 원 모양이 불규칙하게 늘어서 있는 검은색 원피스를 비롯해 핑크색 반원이 사선으로 늘어선 원피스, 모자이크 모양의 코트 등을 보면 ‘이렇게 대담해질 수 있다’고 외치는 듯하다. 다소 복잡한 느낌이 들 정도다. ‘막스&스펜서’ MD팀의 김성화 차장은 “‘블랙 퓨처리즘’ 의상이나 모노톤 코트와도 어울릴 수 있도록 여름처럼 밝고 화려한 스타일 대신 각 진 그래픽이나 기하학 모양으로 무게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재킷이나 원피스 등뿐만이 아니다. 니트나 스웨터, 판초 등 캐주얼 아이템에도 빅 프린트 패션이 나타나고 있다. ‘스텔라 맥카트니’의 미니 원피스 겸용 니트 스웨터는 전형적인 가을 겨울 노르딕 패턴이지만 검은색 ‘X’자 무늬나 흰 곰 무늬가 데칼코마니 형태로 옷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디젤’의 판초 역시 흰색 바탕에 검은색 ‘모히칸’ 얼굴 형상이나 헤어스타일이 중앙에 큼지막하게 배치돼 돋보인다.
○ 강한 여성의 지름길… 지나치면 ‘독’ 알맞으면 ‘약’
화려하고 파격적인 가을 겨울용 빅 프린트 패션. 검은색, 흰색, 회색 등 의상 전체의 톤이 낮아진 대신 무늬는 대담하고 복잡하게 진화했다. 무늬의 명도는 낮아졌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의류업을 하는 김진철 씨는 “여름철 핑크색 동그라미와 네모 빅 프린트 원피스가 반응이 좋아 무늬 패턴은 똑같이 유지하면서 무늬 색만 짙으면서 어두운 핑크로 디자인해 겨울용으로 내놨다”고 말했다.
1960년에 뿌리를 찾을 수 있는 빅 프린트 패션의 유행은 복고풍의 영향이다. 여름철이 아닌 가을 겨울에 복잡한 무늬가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덕여대 의상디자인학과 김혜경 교수는 “잔잔한 꽃무늬로 대표됐던 로맨티시즘이나 페미니즘 시대가 끝나고 도회적이고 세련된 강한 여성이 각광을 받고 있다”라며 “또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두터운 원 컬러 민무늬 코트류 대신 봄 여름에 유행했던 화려한 패턴들이 니트 등에 이어져 겨울까지 유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빅 프린트 의상을 입을 땐 지나친 연출은 삼가야 좋다. 하나의 의상으로 포인트를 줘야지 여러 패턴을 혼용하면 보는 이가 산만하게 느낄 수 있어 오히려 ‘독’이 된다. 상하의 모두 전혀 다른 패턴의 의상을 입거나 자신의 체형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는 “빅 프린트 의상에 무늬 색과 비슷한 계통의 민무늬 의상을 배치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며 “상체 비만의 경우 하의를 빅 프린트 의상으로 입거나, 하체비만의 경우 상의에 큰 무늬를 둬 시선을 분산시켜 체형 결점을 극복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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