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08 봄여름 파리 컬렉션’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일명 ‘진공청소기 패션’이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가 ‘다이슨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영국의 산업 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과 함께 ‘바람’을 주제로 한 의상을 선보인 것. 치마 밑단이 청소기 호스처럼 생긴 스커트부터 진공청소기 내부의 나사 모양을 본뜬 코트까지….
‘기술과 패션의 결합’이라는 호평을 받은 이 패션쇼의 주인공은 바로 이세이 미야케의 수석 디자이너 다이 후지와라(40) 씨였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디자인 교육기관 ‘SADI’에서 만난 그에게 패션철학을 묻자 종이에 4자 성어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적었다.
“이세이 미야케 하면 다들 플리츠(주름)나 향수를 떠올립니다. 그것들은 제겐 껍질 같은 존재예요. 그 껍질을 깨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게 저의 목표죠.”
이세이 미야케는 일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68)가 설립한 브랜드로 1970년대 플리츠 디자인이 인기를 얻으며 세계에 알려졌다. 우주개발용 하이테크 소재나 아마존 부족의 의상을 응용하는 등 기발한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선보이며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다이 씨가 생각하는 명품은 무엇일까? “불완전한 존재인 우리가 기댈 곳이자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 주는 존재”라는 동양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생활 밀착형 명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세탁이 간편한 것, 여행 갈 때 트렁크에 구겨 넣을 만큼 편한 것…. 거드름 피우는 명품이 아닌 소비자에게 행복을 주는 명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2박 3일간 국내 24곳의 이세이 미야케 매장을 돌아보고 디자인 강의도 했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한국 문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한국의 민화(民畵)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한국인들에겐 일본인에게서 느낄 수 없는 에너지가 있다”며 “앞으로 한국이 아시아 패션을 주도하는, 일명 ‘아시아 패션의 창구’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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