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입은 듯한 블라우스’, ‘평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수영복’….
온라인 의류 쇼핑몰 ‘아디앙스’는 올해 2월 일반인과 신예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의류 디자인 공모전을 열고 총 550여 개의 디자인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상품성이 있는 16개 작품을 양산해 지난달부터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아디앙스는 “소비자가 ‘입고 싶은 옷’을 디자인하고 아디앙스는 기존 패턴과 차별화된 옷을 만드는 셈”이라며 “앞으로 목걸이 등 각종 액세서리 디자인도 공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이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한 ‘MIY(Make It Yourself)’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은 올해 5월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직접 넣은 티셔츠를 판매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의 디자인을 웹사이트에 올리면 G마켓이 이를 옷으로 만들어 파는 방식이었다. 한 이색 디자인의 티셔츠는 200여 장이 팔리는 등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4월에는 가구 디자인 공모전을 열어 이 가운데 소비자가 제안한 ‘360도 원형 책상’ 디자인을 상품으로 개발했다.
제일모직 의류 브랜드 ‘엠비오’도 4월 대학생을 대상으로 의류 디자인을 공모했다. 이 중 눈길을 끈 ‘일렉트릭 기타’ 일러스트 등 6개가 상품화됐다.
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팀장은 “MIY 제품의 등장은 자신만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이를 남들과 공유하려는 ‘다극(多極)성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소비자가 꿈꾸는 디자인을 실물로 만들어 주는 사업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뉴질랜드의 웹사이트 ‘포노코닷컴’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대신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웹사이트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액세서리, 문구 등을 디자인하면 이 회사 직원들이 직접 만들어 우편으로 보내 준다. 이곳에선 다른 소비자가 디자인한 제품도 살 수 있다.
영국의 트렌드 조사기관인 ‘트렌드워칭닷컴’은 ‘2008년 소비전망보고서’에서 MIY를 미래 주요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주어진 부품을 단순히 조립하는 DIY(Do It Yourself)와 기성제품을 취향에 맞게 튜닝한 RIY(Repair It Yourself)에 이어 소비자가 직접 창조하는 MIY 제품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