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뉴욕 5번가의 바니스 백화점 앞에서 웃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흑인이 내 손을 잡으며 “고야드 니세모노 아리마스(고야드 가짜 있습니다)”라고 말한 것.
내가 명품에 환장하는 일본 사람처럼 보였을까. 하지만 백화점 쇼윈도우를 보는 순간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미 내 목에는 보라색 에르메스 머플러가, 오른쪽 어깨 위에는 커다란 구찌 캔버스백이 걸려 있어서다. 그랬다. 그 흑인이 보기에 나는 브랜드를 너무 사랑하는 동양(혹은 일본) 남자로 보였을 것이고, 그는 나에게 색다른 명품 짝퉁 고야드를 추천해 주고 싶었던 거다.
고야드는 모렐사의 수트케이스 장인이던 프랑수아 고야드가 1853년 파리 생토노르에 ‘메종 고야드’를 설립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설립 초기부터 전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했고, 이로 인해 대통령, 왕족, 유명 연예인, 음악가들 사이에서 고급 사치품으로 인정받았다. 세계 최고의 샤넬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를 비롯해 카메론 디아즈, 린제이 로한, 빅토리아 베컴 등이 고야드를 사랑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상류층과 귀족 계급이 들고 다니는 최고급 트렁크와 여행용 가방을 납품하던 고야드는 아랍의 왕족과 유럽의 황실 여행 가방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이니셜을 새겨주는 ‘마카주 서비스’는 고야드라는 브랜드를 좀 더 고급화했다. 고야드 가방은 컨버스에 천연 아라비아 고무로 만들어진 잉크를 이용하여 고야드만의 전용 패브릭으로 가방을 만든다. 그리고 그 패브릭에 손수 핸드 프린팅으로 그림을 그려서 만든다.
고야드 가방은 왠지 중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색상의 가방으로 아직까지 내 머리 속에 남아 있지만, 가짜 고야드 역시 중국인들의 수작업으로 핸드 프린팅을 한다니 그 정교함에 박수를 보낼 정도다.
고야드 역시 ‘잇백’이라고 불리우는 스테디 셀러 ‘생 루이백’이 있다. 오늘밤 TV 드라마에서 송윤아가 들고 나온 생 루이백이 내일 이태원에서 판매가 되는 게 현재 서울의 모습.
트렌디한 백은 백화점의 디스플레이보다 이태원의 후미진 시장 안이나 명동의 길거리 자판에서 더 자주 만나는 게 사실이라는 말이다. “잇백 다 사고 나면 망해. 그래서 가끔은 짝퉁도 같이 들어주는 게 멋이야. 그래서 난 고야드, 이태원에서 샀어”라는 모 브랜드 홍보녀의 말이 고야드 가방을 볼 때 마다 생각난다.
송 재 영
20살에 프라다를 들었던 30대 에르메스워너비
현재는 동대문으로 관심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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