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에 뿔테 났다.’
두꺼운 뿔테, 얼굴의 반은 가리는 큰 알, 화려함이 숨어 있는 다리, 알록달록해진 렌즈 색상. 올해 유행하는 선글라스 패션의 특징이다. 패션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액세서리 중 가장 중시하는 게 선글라스다. 선글라스는 사람의 인상을 좌우한다.
하지만 모든 패션 아이템이 그렇듯 첨단 유행을 따라가는 것만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유행이 사라지면 그냥 끼고 다니자니 촌스럽고 웬만한 옷 가격으로 주고 산 것을 안 끼자니 돈이 아깝다. 패션전문가들은 자신의 얼굴형과 피부색에 맞는 선글라스를 기본으로 갖추고 유행 아이템은 한두 가지 정도 추가해 두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 자외선 막고 얼굴도 작아 보이게 하는 큰 렌즈 선글라스
큰 렌즈에 뿔테 선글라스는 꾸준히 유행하고 있다. 자외선으로부터 눈과 피부를 보호해 주는 기능도 기능이지만 화장 안 한 얼굴도 가려 주고 큰 얼굴도 작아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까지 주기 때문에 여성들이 특히 선호한다.
펜디, 레이밴, 구찌, 조르조 아르마니, 로베르토까발리, 로에베, 셀린느 등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뿔테 알이 큰 선글라스를 신제품으로 내놓았다. 지난해와 달라진 건 무채색과 심심한 디자인 일색이던 선글라스가 밝고 경쾌한 색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로베르토까발리, 셀린느, 페라가모, 돌체앤가바나 등은 엷고 짙은 농도는 다르지만 와인색상 렌즈의 선글라스를 선보였다. 프라다는 그린, 돌체앤가바나는 푸른색 렌즈를 선보였다.
레이밴, 랄프로렌 등은 흰색, 빨간색, 파란색, 분홍색 등 원색의 안경테로 선글라스를 경쾌하게 만들었다. 펜디 등은 안경테와 다리의 색상을 달리해 시선을 끌었다.
많은 브랜드들의 알이 커지고 뿔테와 안경알 색상이 다양해진 대신 다리에는 장식을 하되 너무 화려하지는 않게 처리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 마크 제이콥스, 막스마라 등 일부 브랜드들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등 보석으로 안경다리를 장식했다. 페라가모, 펜디는 가죽을 덧대기도 했고 지방시와 로에베는 자사 로고를 여러 개 새기기도 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는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광대뼈가 있고 얼굴이 둥글고 넙적하기 때문에 요즘 유행하는 크고 얼굴을 감싸주는 느낌의 복고풍 선글라스가 잘 어울린다”며 “실내에서 머리 위에 올려 쓰면 마치 머리띠처럼 감싸 줘 스타일을 연출하기 좋다”고 말했다.
셀린느, 로베르토까발리, 톰포드, 펜디 등 렌즈와 안경다리가 연결되는 부분이 연결돼 있지 않고 열려 있는 형태의 선글라스가 많아 세련된 느낌을 준다.
아예 안경알이 없는 대신 블라인드 형태로 햇빛을 가려 주는 선글라스(셔터셰이드)나 입체영화를 볼 때 쓰는 안경과 같은 스타일의 선글라스가 샤넬처럼 명품업체에서도 나온다.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코와 눈 구분이 없는 밴드 형태의 선글라스를 내놓았다.
롯데면세점은 “날씨가 더워 3∼5월 선글라스 매출은 전년보다 25% 이상 늘었다”며 “나비 모양처럼 얼굴을 크게 가리고 테는 두껍고 알은 화사한 색상이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 얼굴에서 뜨지 않고 얼굴형을 커버하도록 골라야
선글라스수입업체 룩옵틱스 정광석 본부장은 “얼굴이나 몸매에 브이(V)라인, 에스(S)라인이 있듯이 선글라스에도 라인이 있다”며 “얼굴이 평면적인 동양인에게는 선글라스가 크게 휘지 않은 제품이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서양인을 기준으로 만든 선글라스는 굴곡이 크기 때문에 한국인이 쓰면 자칫 렌즈가 얼굴에서 뜨는 경우도 있다. 펜디, 구찌 등이 굴곡이 크지 않은 제품을 팔고 있다. 매장에서 직접 써보고 얼굴에서 뜨지 않는 제품을 골라야 예뻐 보인다. 렌즈가 눈썹 곡선을 따라 흐르듯 처리되면 보기에 가장 무난하다. 많은 한국인들이 피해야 할 것은 고글형. 선글라스 굴곡이 매우 크기 때문에 광대뼈가 돌출된 한국인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
안경테는 얼굴형에 따라 잘 골라야 한다.
둥근 형일 때는 동그란 안경테도 안 어울리지만 완전한 사각형도 피하는 게 좋다. 얼굴을 크고 둥글게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옆으로 긴 사각형이 제일 좋다. 또 안경테 색상이 화려하고 안경다리가 높은 스타일도 괜찮다. 너무 꼭 끼는 제품을 쓰면 광대뼈와 볼 살이 부각돼 보인다.
각진 얼굴은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사각형을 피하고 타원형 또는 안경 양끝이 살짝 올라간 캣아이형을 고른다. 완전히 동그란 형태는 각진 얼굴을 더 부각시키므로 피한다. 안경다리를 화려하게 장식한 것도 피하는 게 좋다. 턱 선으로 시선을 끌어 얼굴형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올해 유행하는 복고풍이 가장 어울린다. 남성이라면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각형을 착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씨는 “비행기 조종사가 쓰는 스타일인 ‘보잉’은 유행과 상관없이 무난한 제품으로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색상을 잘 고르면 동안(童顔) 효과도 낼 수 있다. 안경테가 흰색, 분홍색 등 원색이면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
렌즈를 고를 때는 자외선이 차단되는 제품을 고른다. 선글라스를 눈 앞에 두고 상하로 흔들어 봤을 때 물체가 일그러져 보이지 않는지, 렌즈 색상이 뭉쳐 있지 않고 골고루 분포돼 있는지, 착용 후 몇 분이 지났을 때 눈이 편안한지를 확인한다.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는 중성 세제를 물에 푼 뒤 선글라스를 흔들어 헹군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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