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팔에도 두 개의 큰 문신이 있다. 그래서 문신이 드러나는 반팔을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흘끔거린다. 무엇을 하는 여자일까, 왜 문신을 했을까, 저 문신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 하는듯한 표정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문신을 한 사람은 튀고 싶어 하는 사람, 반항적인 사람, 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일반학교를 다니는 10대들이 문신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보이는 곳에 문신을 하고 보수적인 직장에서 일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같이 목욕을 가서 몸에 문신이 있는 며느리를 보고 달가와 할 시어머니 역시 매우 드물 것이다.
하지만 난 튀거나 특별해보이고 싶어서 문신을 한 것은 아니며, 내가 아는 문신을 한 사람들도 대부분 아주 평범하고 얌전한 사람들이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위에 예로 든 삶을 살지는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아니, 그런 삶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문신을 하는 경우는 어느 정도 자신의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자신이 어떤 세계에 속해서 살지를 무의식적으로,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경우이다. 그래서 본인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은 문신을 주저하게 되어있다.
특히 호기를 부리던 젊은 남성들이 마지막 순간에 문신을 포기하는 경우를 나는 많이 보았는데, 아무래도 남성들이 여성들보다는 사회의 눈을 더 의식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우습게도, 나는 그들이 어떤 사회에 속하게 되고 어떤 사람들과 살아갈지 뻔히 보이는데 막상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문신은 옷이나 머리모양처럼 자신을 가꾸고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사회일반의 부정적인 인식과 영구성이라는 위험요소를 무릅쓰고 문신을 하는 것은, 그만큼 문신의 매력이 다른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내 몸을 예술의 도구로 쓰는 것, 내가 속하고픈 세계를 내 몸으로 결정하는 것, 내가 말하고픈 것을 내 몸으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문신의 은밀한 매력이다.
윤 재 인
비주류 문화판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프리랜서 전시기획자
학교를 다니지 않는 17살 된 아이와 둘이 살고 있다
생긴 대로 살아가도 굶어죽지 않을 방법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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