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커녕 해가 쨍쨍했고 라운드 시작 전부터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 날 라운드를 함께 하게 된 W씨. 지인의 소개로 인사를 나누고 1번 홀을 시작했다. 그는 베이지색 바지에 갈색 면 티셔츠를 정갈하게 차려입어 흠잡을 곳 없는 무난한 룩을 선보였다.
첫 티샷은 오른쪽으로 밀렸고, 그린에서는 스리 퍼트를 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즐거운 라운드에 임했다. 홀을 거듭하며 재미있게 라운드를 즐겼으나 점점 강렬해지는 태양과 훅훅한 무더위 탓에 더위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 때 발견한 W씨의 안타까운 모습. 깔끔하던 갈색 티셔츠는 부담스런 땀자국으로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유독 W씨의 옷은 그가 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하늘색 피케 셔츠를 입었던 K씨도 남색 스트라이프 셔츠 차림이었던 J씨도 더위와 고군분투했지만 그들의 옷은 겉으로 보기에는 땀을 흘리고 있다는 티가 심하게 나지 않았다. 그런 W씨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결국 18홀이 끝난 후 W씨를 기억에 남게 만든 것은 땀으로 잔뜩 젖어있던 뒷모습뿐이었다. 그 날의 라운드 뒤 고맙게도 W씨의 안타까운 티셔츠를 통해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골퍼의 체질에 따라 옷의 소재와 컬러가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
요즘 같을 때에 골프를 즐기려면 한증막 같은 무더위와 싸워야만 한다. 더운 날씨에 18홀을 돌다 보면 누구나 땀을 흘리게 되고 그 정도는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나는 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로 손수건이 필요하지 않지만 대개의 경우 흐르는 땀을 닦으며 라운드 한다.
이 때 W씨처럼 아무 생각 없이 옷을 고를 경우 본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매우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다. 소재와 색깔에 따라 얼마나 땀이 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W씨가 입었던 얇은 갈색 티셔츠는 클럽 하우스나 그늘집의 에어컨 아래에선 멋져 보였으나 더위에 노출되면서부터는 땀이 배어 나오는 정도를 고스란히 알 수 있게 했다. 땀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정도가 탁월한 기능성 원단의 의상이라면 많이 걱정할 필요는 없겠으나 면으로 된 소재의 골프복을 골랐을 때는 색상에 주의를 기울여 본다. 젖었을 때와 말랐을 때의 정도 차이가 많이 나는 색상은 조금의 땀에도 눈에 잘 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어떤 여배우의 사진을 보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 없이 고른 듯 보이는 면 티셔츠는 그녀의 겨드랑이에서 배어 나온 땀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굴욕’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만들었다.
인터넷 사진 속의 여배우나 W씨처럼 ‘저 땀 흘렸어요’하고 자랑하고 싶지 않다면 땀 흡수가 잘 되는 소재의 옷, 또는 아예 밝거나 짙은 색상의 골프웨어를 골라야 한다. 대체 무슨 색상이 땀이 나도 티가 나지 않을까 영 모르겠다면 물에 젖었다고 가정해보자. 말랐을 때와 젖었을 때의 차이가 심하면 한번 쯤 다시 생각해보자.
더위를 참는 것도 괴로운데 땀에 절어있는 모습은 ‘안습’그 자체다.
정아름
섹스앤더시티의 캐리처럼 당당하게 살며 필드의 커리어우먼을 꿈꾸는 골프 엔터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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